전자·차 업계, 해외 공장 셧다운 장기화에 '전전긍긍'

4월 중순까지 일시 가동 중단..."뚜렷한 해법 찾기 어려워"

디지털경제입력 :2020/04/03 15:45    수정: 2020/04/04 11:53

·몇몇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폭증세를 보이면서 국내 제조사들의 생산기지 셧다운(가동 중지)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가동을 재개하고 있지만 추가 중단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기업들의 공장 폐쇄에는 지역별 지침과 근로자 건강을 위한 선제 조치 등 근본적인 이유가 따랐지만, 이제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나 수요 감소로 인한 생산 축소와 일시 폐쇄 조치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LG 공장, 이달 초중순까지 폐쇄…"일부는 생산 축소"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에만 글로벌 생산시설 37곳 중 9곳이 일시 폐쇄됐다. 이중 2곳은 이번 주 생산을 재개했지만, 나머지 7곳은 이번주나 이달 중순까지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다. 이달 들어 전체의 4분의 1 가량 공장에서 일시적인 생산 차질을 빚은 셈이다.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위치한 삼성전자 생활가전 공장에서 직원들이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일부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던 ▲삼성전자 폴란드 가전 공장은 오는 6일부터 19일까지 2주간 문을 닫는다. ▲브라질에 있는 남동부 상파울루주 캄피나스 스마트폰 공장과 북부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 스마트폰·TV 공장은 오는 12일까지 가동 중단된다. ▲인도 노이다 스마트폰 공장과 첸나이 가전 공장은 오는 14일까지 폐쇄된다.

생산을 재개한 곳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의 TV 공장이다. 두 곳은 지난달 23일부터 휴업에 들어갔다가 2일(현지시간)부터 재운영되기 시작했다. ▲러시아 칼루가 TV 공장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가전 공장은 일시 폐쇄됐다가 다음 주부터 가동된다.

LG전자의 경우 이달 글로벌 생산시설 41곳(2018년도 12월31일 기준) 중 6곳의 문이 닫혔다. 이중 2곳이 다음주부터 생산을 재개하며 나머지 4곳은 이달 중순까지 일시 폐쇄될 예정이다. 전체의 6분의 1 이상의 생산시설이 영향을 받은 것.

LG전자는 ▲인도에 있는 노이다 가전 공장과 푸네 가전·스마트폰 공장을 오는 14일까지 가동 중단한다. ▲미국의 테네시 세탁기 공장은 오는 12일까지, 디트로이트 자동차부품 공장은 오는 13일까지 일시 폐쇄된다. ▲브라질 마나우스 TV 공장과 러시아 루자 가전·TV 공장은 각각 오는 3일과 5일까지 가동이 중단되고 다음 주부터는 생산을 재개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지역별 생산공장의 추가 중단 여부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으로 셧다운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부 생산 축소가 있다"며 "공장이 멈춰 선 기간 동안 공정 효율화 등 생산적인 작업을 하는 움직임도 있겠지만, 결국 작업자가 사업장에 나와야 하는 일이어서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 車 업계 해외 생산기지 직격탄…"시장 수요 감소 영향도"

자동차 업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국내와 중국을 제외한 모든 공장이 이달 초중순까지 생산을 멈춘다. 이달 현대차는 총 7곳, 기아차는 총 4곳을 폐쇄하기로 했다.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생산기지 12곳 중 11곳이 모두 타격을 입은 것이다.

미국 조지아주 기아차 공장 생산 전경(사진=기아차)

현대차는 코로나19 확산세와 현지 정부 방침에 따라 이달 ▲브라질 상파울루 공장과 체코 노쇼비체 공장을 9일까지,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공장을 3일까지 가동 중단한다. ▲터키 이즈미트 공장은 12일까지 ▲인도 첸나이 공장은 14일까지 베트남 조립생산공장을 15일까지 일시 폐쇄한다.

아울러 ▲미국에 있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가동 중단된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자동차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한 조치"라며 "가동 중단 기간 동안 방역을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기아차는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을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일시 폐쇄한다. 여기에는 임직원들의 안전과 더불어 현지 자동차 시장에서의 수요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인도 아난타푸르 공장은 오는 14일까지 중단이 연장됐으며,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은 오는 3일까지 2주간 폐쇄, 다음 주부터는 생산을 재개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구매 여력이 없어진 상황이어서 일부 생산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생산을 이어가도 재고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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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업계 공장들도 지난주 처음으로 가동 중단되기 시작했다. LG화학의 배터리 셀 공장과 삼성SDI 배터리 팩 공장이 지난달 25일을 시작으로 3주간 일시 폐쇄된다. 미국 미시간주가 내린 3주간의 자택 대기 명령에 따른 조치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은 현 상황에 맞춰 업종에 따라 출하량 계획과 판매 목표치를 수정, 부품 협력업체을 긴급 소집해 생산 감축에 따른 대응을 하고 있지만, 당장 글로벌 생산 타격에 대한 뚜렷한 해법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