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해 4월3일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란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세계 최초’란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해 007 작전을 방불케 한 유례없는 한 밤 중 상용화였지만 세계가 주목했고, 여러 나라의 5G 상용화를 앞당기게 한 기폭제가 됐습니다. 가입자 증가폭도 LTE를 추월해 10개월 만에 500만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서두른 만큼 부작용도 뒤따랐습니다. 3G·4G와 달리 지하·건물 내에서는 원활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민원이 잇달아 제기됐고, 이통사는 투자비 외에 마케팅비 증가로 경영지표가 악화됐습니다. 아직까지 5G에 특화된 서비스 부재로 비즈니스모델 발굴이란 숙제도 남아있습니다. 5G로 울고 웃었던 지난 1년의 성과와 과제를 따져봤습니다.[편집자주]
5G가 확산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단말이다. 이동통신 3사가 선제적으로 과감한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 것이 일등공신이었지만 정작 소비자들을 끌어 모은 것은 단말이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과 최근 1억 화소가 넘는 S20 폰을 내놓으며 가입자 몰이에 첨병 역할을 했다.
때문에 5G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해 4월 가입자는 27만1천686명에 불과했지만 9개월 새 가입자는 495만8천439명(1월말 기준)으로 18배 증가했다. 이통사의 세계 최초 서비스와 마케팅 효과, 혁신적 단말 등 3박자가 일궈낸 수치다.
■ 삼성, 통신장비 시장 선두권으로
삼성전자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단말 시장의 강자에서 장비까지 아우르는 이동통신 단말장비 시장의 통합 강자로 올라섰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는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이 37.8%로 세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다소 뒤쳐졌던 에릭슨과 노키아의 점유율이 상승하면서 3분기에는 화웨이(31.2%), 에릭슨 (25.2%), 노키아(18.9%)에 이어 4위(15.0%)로 밀려나긴 했지만 이동통신 장비 시장에서의 선전은 남다르다.
과거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정부와 이동통신 3사의 손잡고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 장비를 개발해 4세대 이동통신시장에 뛰어들었지만 CDMA가 아닌 유럽 GSM 기반의 LTE(Long Term Evolution)에 밀려 사업을 접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5G 시장에서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9개 사업자와 계약을 맺었고 이를 발판으로 5G 상용화를 준비하는 세계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특히, 5G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갤럭시 폴드를 비롯해 최근 선보인 갤럭시 z플립과 S20 등 5G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어 향후 시장 판세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카운트포인터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전자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1.9%로 1위를 기록했다. 애플과 화웨이가 각각 14.4%, 13.2%로 뒤를 이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통신장비 분야까지 톱4 기업으로 올라서면서 사업의 포트폴리오가 강화됐다”며 “반도체에서 겪을 수 있는 부침을 일정부분 상쇄할 수 있고 스마트폰과 통신장비를 아우르면 실질적 경쟁상대는 화웨이 뿐”이라고 말했다.
■ 화웨이 미국 견제 뚫고 글로벌 시장 1위로
삼성전자가 5G를 계기로 통신장비 시장에 다시 선도그룹으로 올라섰다면 화웨이는 백도어 논란으로 촉발된 미국의 견제를 뚫고 5G 장비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달 화웨이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총 91건의 5G 상용화 계약을 체결했으며 60만기 이상의 5G 기지국을 출하했다고 밝혔다. 경쟁사인 에릭슨의 81건, 노키아의 678건에 비해 많은 수치다.
실제,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 이어 영국과 독일이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겠다는 성과를 거뒀고, 유럽을 중심으로 60여개 이동통신사와 5G 계약을 체결했다. 영국은 비핵심 부문에서 화웨이 장비를 35% 이하까지 허용했으며 독일은 미국의 요구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 이달 들어 뉴질랜드, 스웨덴, 에스토니아 등의 국가에서 5G 장비로 화웨이 제품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화웨이가 5G 시장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은 5G 연구개발(R&D)에 경쟁사들보다 선제적 투자를 감행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2008년부터 약 10여년 간 약 60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5G 네트워크 부문에 투자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유럽 특허 출허 건수에서 화웨이는 3천524건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등 13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3GPP의 5G 표준인 릴리즈 15와 릴리즈 16에 대한 기여도 평가에서 화웨이가 압도적 점수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0점 만점에 9.6점을 기록한 화웨이는 8.2점의 에릭슨과 6.8점의 노키아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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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9년 하반기 5G 무선접속네트워크 : 경쟁구도평가’에서도 화웨이는 1위를 기록했다.
화웨이 측은 “지난 1월 영국과 EU가 화웨이 5G 네트워크 장비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이후 독일과 프랑스도 도입 의사를 밝혀왔다”며 “주요 국가들의 5G 장비 도입 의사결정이 이어지면서 더 많은 국가로 확산되는 추세”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