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LG CNS, RPA 시장 대격돌

자체 솔루션 개발 vs 글로벌 기업 협력

컴퓨팅입력 :2020/03/25 10:12    수정: 2020/03/25 10:13

국내 IT서비스업계 1, 2위인 삼성SDS와 LG CNS가 로봇업무자동화(RPA) 시장에서 맞붙는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와 LG CNS는 주요 신사업 분야로 RPA를 선정하고 최근들어 본격적인 대외사업에 돌입했다. 두 기업은 그동안 축적한 IT 플랫폼 및 시스템 구축 역량 및 지원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RPA 솔루션은 미국, 일본, 유럽 등의 대형 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리서치앤마켓은 전 세계 RPA 시장이 올해부터 연평균 31.1%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5년까지 39억7000만 달러(한화 약 5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선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근로자의 삶의 질 강조 등의 이유로 지난해부터 대기업과 금융사를 중심으로 RPA 도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RPA는 재무, 회계, 고객 관리 등의 기업업무에서 발생하는 반복작업을 로봇이 대신 수행하는 자동화 솔루션이다. 수십 명이 작업해 몇시간이 걸리던 일을 몇 명이 수십분만에 해결할 정도로 빠르고 사람과 달리 오랜 작업으로 집중력이 떨어져 발생하는 실수가 없이 정확한 업무 수행 능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RPA를 기업 업무 흐름 전반에 녹여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기업 문화 및 시스템에 최적화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때문에 사전 작업부터 구축, 변화관리 등 IT서비스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영역이 솔루션 자체보다 크다. 삼성SDS와 LG CNS는 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한 대규모 구축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외 사업에서 큰 경쟁력을 가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두 기업의 RPA 개발 및 방식이 각 그룹사의 개발 기조와 비슷한 점도 눈길을 끈다. 삼성SDS는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빅스비를 직접 개발한 삼성전자처럼 자체적 기술력으로 브리티웍스를 독자 개발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LG CNS는 글로벌 RPA 업체 유아이패스와 공동으로 개발한다. 구글의 AI비서 어시스턴트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LG전자와 유사하다.

삼성SDS

■ 삼성SDS, 자체개발 브리티웍스로 국내외 공략

삼성SDS는 자체 개발한 RPA 브리티웍스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 중이다.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증권 등 계열사를 비롯해 수협, 전자랜드 등 국내 30여 개 기업이 브리티웍스를 도입해 자재현황 분석, 고객 응대, 판매 관리 등의 업무를 자동화했다.

삼성SDS는 사내 1만7800여 개 업무를 자동화해 9개월 동안 약 55만 시간에 달하는 업무 시간을 절감했다. 한주에 52시간씩 일할 경우 220명이 약 1년을 일해야 하는 시간이다.

브리티웍스는 쉬운 사용법과 빠른 업무처리 속도가 특징이다. 대화형 챗봇 기능이 포함돼 있어 원격으로 문자 메시지 보내듯 업무를 지시할 수 있으며 프로그래밍 지식 없이 순서도를 만들 듯 마우스로 원하는 기능을 연결하고 조정해 업무자동화 봇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삼성SDS 자체개발 RPA 브리티웍스

또한 웹브라우저 크롬과 엑셀 등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바탕화면에 띄우지 않아도 정보를 가져올 수 있어 관련 업무의 수행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삼성SDS는 RPA를 처음 도입하는 기업을 위해 최적화된 적용방안을 제공할 뿐 아니라 만약의 상황에 발생할 수 있는 오류 등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24시간 콜센터를 운영한다.

삼성SDS 최재섭 AI사업팀장(상무)는 " AI기반 RPA 솔루션인 브리티웍스는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해 오류 발생률을 줄이고 비용 절감과 업무생산성을 혁신시켜주는 AI 기반 대화형 업무 자동화 솔루션"이라며 “브리티웍스를 활용하여 다양한 분야에 업무 자동화를 확대하여 일하는 방식을 혁신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 CNS, 글로벌 전문기업과 협력해 경쟁력 강화

LG CNS는 글로벌 RPA 업체 '유아이패스'와 협력해 RPA 시장을 공략한다.

LG CNS는 유아이패스의 RPA의 솔루션을 그룹 표준으로 선정하고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등 계열사에 적용해 활용되고 있다. 세금계산서, 영수증 등 매출, 비용 정산작업을 비롯해 SCM, 생산, 마케팅, R&D, 감사, 특허 등 전 분야로 확대 적용 중이다.

LG CNS는 단순 솔루션 개발이 아닌 RPA 도입부터 개발, 운영 등 전과정을 포함하는 통합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RPA 적용 분야 선정, 보안관리, 조직 개편 등 기업이 RPA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부분을 사전에 준비해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LG CNS

이를 위해 자체 기술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국내 RPA 기업인 시메이션에 지분을 투자했으며 사내 연구 개발을 활발히 지원 중이다. 지난 5일 통관 업무에 RPA를 적용한 수입 통관 자동화 기술을 선보이며 분사한 사내 벤처 ‘햄프킹’ 역시 사내벤처 대회 ‘아이디어 몬스터’를 통해 선발된 것이다.

또한 LG CNS는 지속적인 안정적 운영을 위해 적용 상황을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성과지표를 준비 중이다.

■ SK C&C, 포스코ICT 등 출사표, 과열 경쟁 우려도

이 밖에도 SK C&C, 포스코 ICT 등 타 SI 업체도 RPA 업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SK C&C는 글로벌 RPA 업체 오토메이션애니웨어와 협력해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우선 대형 글로벌 플랜트와 건설 분야 디지털 시스템에 맞는 RPA 시스템을 개발해 SK건설 조달 업무에 적용할 계획이다.

포스코ICT도 지난해 11월 자체 개발한 RPA 솔루션 ‘에이웍스’를 공식 출시했다. 국내 금융유통물류서비스 분야 기업들과 협력해 파일럿 프로젝트를 수행해 RPA 솔루션의 분야별 전문성과 노하우를 키울 계획이다. 지난달 제품부두 항만 투자 업무에 RPA를 적용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다만 주요 SI기업의 RPA 시장 진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는 반응도 있다. RPA의 종류가 다양해지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가격 경쟁 면에서도 유리할 수 있지만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고객사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RPA업계 한 관계자는 “ERP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당시 수많은 기업이 ERP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많은 기업이 서비스를 중단했다”며 “이로 인해 고객사가 그대로 피해를 본 것처럼 RPA 시장에서도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