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스스로 슈퍼 박테리아에 대항할 수 있는 항생제를 찾아내는 연구가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새로운 항생제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기존 화합물에서 슈퍼 박테리아에 항생효과를 가진 약물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에 적합한 약물을 찾아내는데도 해당 연구 방식이 사용될 전망이다.
미국 지디넷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및 하버드 연구진이 AI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화합물 ‘할리신’에서 슈퍼 박테리아를 대상으로 항생 효과를 발견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MIT 연구진은 발견 내용을 지난달 20일 국제 학술지 '셀(cell)'에 기고했다. 기고한 내용에 따르면 생쥐에 투약된 할리신은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라’와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필실’이라는 박테리아를 효과적으로 치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는 여러 개의 항생제에 동시에 내성을 갖는 ‘다제내성균(MDR)’ 일명 슈퍼 박테리아 중 하나다. 국내 슈퍼박테리아 중에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위험하며 항생제 내성률이 최대 90%에 달해 감염될 경우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도 기존 항생제가 효과가 없는 박테리아다. 대장에 서식하며 장을 파괴하는 독소를 생성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까지 만든다.
할리신은 기존에 밝혀진 화합물이다. 그동안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단백질 키나제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항생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항생제의 이름인 할리신은 영화 ‘2001 스페이스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할 900(Hal 9000)’에서 따왔다.
항생제 발견을 위해 MIT 연구진은 대장균을 대상으로 항생 효과가 있는 화합물과 그렇지 않은 화합물을 분류해 AI 학습시켰다. 이후 훈련된 AI를 6천 종 이상의 합성물에 적용한 결과 할리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MIT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AI훈련은 강화학습을 적용했다. 기존 데이터나 사람이 제시하는 해법 없이 AI가 스스로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더 나은 결과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새로운 항생제를 찾기 위해 더욱 세밀하고 광범위하게 화합물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사람이 축적한 데이터는 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MIT 연구진은 분자 속성 예측을 위한 학습모델인 켐프롭(Chemprop)을 완전히 새로 구축했다.
다만 강화학습은 AI가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해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과정을 이해할 수 없어 도출된 결과값을 신뢰할 수 있는지 검증하거나 학습과정을 분석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재 MIT 연구진은 항생효과를 가진 새로운 화합물을 찾기 위해 연구 중이다. 이를 위해 상용 화합물의 무료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ZINC15에서 15억 개에 달하는 화합물 중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항생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화합물 8개를 추리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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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과 MIT의 공동 연구기관인 브로드 인스티튜트의 조다난 스트로크 연구원은 18~24개월 안에 다양한 박테리아 병원체에 적용할 수 있는 항생제를 개발하기 위한 특수 목적의 훈련 라이브러리를 만들 수 있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적절한 훈련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면 항 바이러스 분자 개발을 포함한 다른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며 학습된 AI를 코로나19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