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오리와 도깨비불, 귀여운 얼굴의 잔혹동화

전작에서 이어진 감정선을 엔딩까지 몰고 가는 서사가 일품

디지털경제입력 :2020/03/12 11:10

플랫폼 액션 장르의 하위 장르인 메트로배니아 장르는 게임사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는 장르다. 정해진 장애물을 피해가면서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기존 플랫폼 액션에 스테이지 곳곳을 탐색하는 모험의 재미를 더한 장르가 바로 메트로배니아 장르다.

지난 2015년 출시된 오리와 눈먼숲은 이런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명맥을 잇는 대표작이다. 그리고 5년의 시간이 지나 개발사 문 스튜디오는 그 후속작 오리와 도깨비불을 선보였다.

오리와 도깨비불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게임의 플레이나 시스템이 아닌 스토리와 연출이었다. 오리와 도깨비불은 여타 액션 게임에 비해 감정선을 굉장히 강조한 게임이다. 희망과 절망을 함께 이야기했던 전작의 스토리가 끝난 직후부터 이야기가 이어지며 전작을 즐겼던 이라면 반가울 캐릭터가 그대로 모습을 비추며 전작의 감정을 그대로 이어온다.

게임 내내 이런 감정선은 일관되게 이어진다. 주인공과 주인공의 양어머니, 그리고 주인공의 친구는 자신들을 죽음 직전까지 내몰았던 전작 보스인 쿠로의 아이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모습을 비추며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이들의 유대관계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또한 게임 내내 이 유대관계가 자칫 끊어질 수 있는 상황으로 이용자를 계속 몰아간다. 덕분에 이용자는 스토리를 진행하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록 캐릭터의 유대관계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엔딩을 볼 때가 되면 오리와 도깨비불 뿐만 아니라 전작인 오리와 눈먼숲을 플레이했던 기억까지 모두 하나로 이어지며 이용자와 오리가 뛰어다닌 세계가 어떤 세계였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액션 게임 자체의 재미도 상당하다. 초반에는 3개의 슬롯에 다양한 능력을 지닌 정령을 배치할 수 있지만 후반으로 갈 수록 슬롯의 수가 늘어나며 그만큼 이용자가 동시에 할 수 있는 플레이 방식도 늘어난다.

메트로배니아 장르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인 맵 디자인과 각종 퍼즐 요소도 훌륭하게 구현됐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갈 수 있는 지역이 넓어지고 모든 지역이 각자 다른 설정을 지니고 있어 하나의 세계를 모험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보스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주된 목표여서 다소 수동적으로 진행됐던 전작의 보스전과 달리 보스를 직접 공략하는 식의 보스전이 추가된 것도 재미있는 점이다. 좀 더 정통 액션게임을 즐기는 재미를 찾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전작에서는 도망치기에 급급했던 주인공이 이제는 적에게 맞설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게임 난도는 제법 높은 편이다. 장애물을 피하거나 보스를 공략하기 위해 정확한 조작을 해야한다. 그래픽은 동화 같지만 무척 어려운 게임이다. 겉모습만 보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힐링 게임으로 여기고 접근한 이들은 놀랄 수 밖에 없다.

관련기사

퍼즐을 풀어야 할 때 어느 지역으로 가야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아 맵을 헤매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이용자 사이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요소다. 물론 이는 오리와 도깨비불의 단점이라기보다는 메트로배니아 장르를 표방하는 대부분의 게임이 지닌 어려움이긴 하다. 길찾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라면 맵을 헤매는 와중에 어느 순간 게임에 대한 몰입이 깨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소한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오리와 도깨비불은 전작을 재미있게 즐겼던 이들과 메트로배니아 장르를 사랑하는 이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오리는 이제 메트로이드 시리즈의 사무스와 캐슬배니아 시리즈의 알카드와 함께 메트로배니아 장르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