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창의·혁신성까지 수치로 계량화한다

KAIST, 알고리즘 개발...음악사 200년 통해 입증

과학입력 :2020/02/04 13:30    수정: 2020/02/04 13:48

KAIST(총장 신성철)는 문화기술대학원 박주용 교수 연구팀이 네트워크 과학(컴퓨터, 사람 등이 상호 연결돼있는 패턴으로부터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 등의 성질을 분석하는 이론물리학의 한 분야)과 빅데이터에 기반해 인간의 문화, 예술 창작물의 혁신성과 영향력을 계산하는 이론물리학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알고리즘을 통해 클래식 음악가들의 창작물 창의성과 혁신성을 계산, 음악 발전에 베토벤이 끼친 영향력을 수치적으로 규명했다. 또 후기 낭만파 시대 거장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가 끊임없이 혁신을 시도한 대표적 예술가임을 밝혀냈다.

연구팀의 알고리즘은 예술 작품의 빅데이터로부터 창의성을 직접 계산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창작 콘텐츠의 우수성을 효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박도흠 박사과정이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스프링어-네이처(Springer Nature)' 그룹의 데이터 과학 전문 학술지인 'EPJ 데이터 사이언스(EPJ Data Science)' 1월 30일 자 온라인판에 게제됐다. (논문명: Probabilistic Influence Networks and Quantifying Patterns of Advances in Works)

시대별 작곡가들 사이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네트워크
연도별 대표적 작곡가들의 영향력 변천사

인간 고유 영역으로 알려진 문화예술 창작에서도 인공지능(AI) 등의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 예술 작품의 창의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인간 창의성의 산물인 문화예술은 수치적인 평가가 어려워 인공지능을 한 단계 발전시킨 '인공창의성' 연구에 장벽이 되어왔다. 개별 창작품들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반응을 측정하는 시도는 종종 있었지만, 대규모의 객관적 실험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위와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창작품 자체를 빅데이터화 한 뒤 그로부터 창의성을 평가하는 과학적 방법론 개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KAIST 연구팀은 1700~1900년 사이에 작곡된 서양 피아노 악보의 빅데이터로부터 동시에 연주되는 음정을 일컫는 '코드워드(codeword,한 번에 동시에 연주하는 음의 집합. 음악 악보는 코드워드가 순차적으로 연결되어 이루어짐)'를 추출, 두 작품 사이의 유사도를 나타내는 네트워크를 만든 뒤 작곡가들이 서로 얼마나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판별함으로써 작곡가가 얼마나 혁신적인지, 또 후대 작곡가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근간으로 창의성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바로크 및 고전기(1710-1800년) 대표 작곡가인 핸델과 하이든, 모차르트를 거쳐 고전-낭만 전환기(1800-1820년) 이후 베토벤이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작곡자였고, 베토벤 영향을 받아 리스트와 쇼팽 등 낭만기(1820-1910년) 거장들이 등장하는 과정을 규명했다. 올해로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은 사후에도 100년 가까이 최고의 영향력을 유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연구팀은 후기 낭만파 거장 라흐마니노프가 과거 관습은 물론 자신의 작품으로부터 차별화를 끊임없이 시도한 최고의 혁신적 작곡가였음을 규명했다.

'코드워드'에 기반한 네트워크로부터 음악 창의성을 계산해내는 이 알고리즘은 낱말, 문장, 색상, 무늬 등으로 만들어진 문학 작품이나 그림, 건축, 디자인 같은 시각 예술 창의성 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KAIST는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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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KAIST 교수는 "문화예술 창작물의 과학적 연구에 장벽이 되어온 창의성 평가라는 난제를 네트워크 과학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해결할 수 있음을 밝혔다"며 "특히 문화예술 창작 영역에서 컴퓨터의 활약이 커지는 상황에서 인간의 단순 계산력만을 따라하는 인공지능 한계를 극복, 인간 창의성과 미적 감각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인공 창의성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국제연구네트워크(GRN)와 한국사회과학연구지원(SSK) 사업, BK21 플러스사업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박주용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