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소부장 강화 위해 규제장벽부터 깨야"

정부에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건의문' 제출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12/25 13:39    수정: 2019/12/25 13:46

대한상공회의소가 정부에 규제개혁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장벽부터 깨야 한다는 게 건의문의 핵심이다.

25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협력생태계 조성 ▲수요기반 확충 등 4대 부문(14개 과제)의 규제개혁을 요구하는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R&D 부문의 규제개혁으로는 △혼합형 R&D 세액공제 도입 △공동·위탁연구 지원 강화 △특허박스 제도 도입 등을 요구했다.

(자료=대한상의)

혼합형 R&D 세액공제 도입은 기업들의 R&D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R&D 투자금의 당기분과 증가분 방식을 혼합하자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현재 기업들이 R&D 투자금의 당기분과 증가분 중에서 선택해서 세액공제를 받고 있는데 증가분 방식은 연구비가 전년 대비 100% 이상 늘어야 한다는 과도한 규정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근거를 들었다.

공동·위탁연구 지원 강화와 관련해서는 위탁연구 인정 범위를 국내 소재 연구기관에서 해외 소재 연구기관까지 확대해줄 것과 일반 R&D보다 세액공제를 더 많이 해 달라고 요구했다. 공동·위탁연구는 R&D 리스크 제거와 핵심기술의 빠른 취득을 위해 그만큼 지원을 강화할 필요성이 높다는 게 이유다.

특허박스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지식재산권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낮은 세율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은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 수준이지만, 사업화율이 낮고 특허 피인용률 등 특허성과도 저조해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낮은 세율을 적용해야 R&D 사업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M&A 부문의 규제개혁으로는 △해외 M&A시 이중과세 완화 △중견기업에 인수된 중소기업의 지위 유지 등을 요구했다.

해외 M&A시 이중과세 완화 요구는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대책에 해외 소부장 기업 M&A시 세액을 공제하는 제도가 신설됐지만, M&A 이후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국제적 이중과세 문제가 남아있다는 게 이유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OECD 34개국 중 29개국은 이중과세 방지를 위해 해외배당소득을 자국의 과세 배당에서 배제하고 있는데 한국은 외국납부세금의 일정한도만 공개하고, 공제 한도 초과분에 대해서는 이월공제 기간도 5년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한상의는 이에 해외배당소득에 대해 과세 면제제도를 도입하거나 외국납부세액 이월공제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지위 유지 요구는 현재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을 인수하면 피인수 기업은 7년간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지만, 중견기업이 해당 기업을 인수할 경우 중소기업의 지위 유지 기간은 3년에 그쳐 중견기업의 M&A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원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협력생태계 조성을 위한 규제개혁으로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를 상생협력 투자로 인정 △상생협력 대상 범위를 확대 등을 요구했다.

대·중·소 상생협력 제도의 취지가 협력 당사자인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있는 만큼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이에 기업 간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를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상 투자로 인정하고,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해서는 상생협력촉진법상 상생협력의 대상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또 대기업의 중견기업 지원도 조특법상 상생협력 출연금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요기반 확충과 관련해서는 △U턴 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 △공공부문 국산장비 도입 촉진 △상증세제 개선을 요구했다.

대한상의는 기업 U턴 활성화를 위해 해외사업장 부분 철수 후 국내 창업, 사업장 신설에 국한된 U턴 인정 범위를 국내사업장 증설도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은 복귀기업이 2천400개에 달하지만, 한국은 같은 기간 52개사에 그치고 대기업은 전무한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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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는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계열사간 거래에 대해 과세대상에서 이를 제외해줄 것도 요청했다. 소재·부품·장비 대책에 따라 핵심 품목을 국산화할 경우 내부거래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재근 대한상의 산업조사본부장은 "이번 건의문은 업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마련했다"며 "정부가 예산·세제·금융·규제개선 등 전방위적 종합지원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3대 장벽을 넘어설 수 있도록 지원 인프라를 더욱 보완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