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기술은 숨가쁘게 변합니다. 하지만 사람사는 이야기에 대한 갈망은 변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삶에 '큰 호흡'을, '숨'이 되는, '쉼'이 되는, 그런 이야기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전문기업 컴퍼니숨(CompanySoom)을 설립한 고충길 대표의 포부다.
회사는 2014년 12월 24일 설립됐다. 컴퍼니숨에서 '숨'은 성경에 나오는 '숨', 즉 생명을 뜻한다. 세상에 '숨'이 되는, 생명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고 대표의 바람을 담았다.
그는 '57세 스타트업'이다. 광고와 영화계에서 쌓은 30년 넘은 경험을 바탕으로 50대 후반 늦깍이에 스타트업을 세웠다.
고 대표는 서울예대 영화과를 졸업했다. 컴퍼니숨을 설립하기 전 약 100여편의 광고와 다수의 영화를 제작했다. 광고 대표작은 아시아나항공, 한국타이어, 롯데제과 등이다. 독립영화 전문 영화사 화인픽처스를 2005년 세웠고, 2007년에는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그가 2007년 만든 장편 독립영화 '장마'는 제8회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 등 기존 영상에 가상현실(VR) 등 첨단 IT기술을 결합하면 무언가 쌈박할 것이 나올 것 같다는 판단에 컴퍼니숨을 세웠다. 최근 판교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컴퍼니숨을 세운지 벌써 4년이 넘었다. 4차산헙혁명 코드에 맞는, 새로운 기법의 스마트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회사를 세웠다"며 "VR 같은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를 연극 등 기존 극에 접목해 '영화적 쾌감'과 '드라마'를 극대화한 새로운 장르 문화로 세상을 보다 풍요롭게 하고 싶어 영상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컴퍼니숨의 주력 사업은 'DnC Live'다. 'DnC'는 드라마와 영화(씨네)를 뜻한다. 연극, 뮤지컬 같은 전통극에 영화적 기법과 신기술을 적용, 실감나는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 시키는 비즈니스다. 현재에 없는 장르다. 이런 의미에서 고 대표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가는 '파이어니어'이기도 하다.
'DnC 라이브' 외에 초소형 안전체험장인 '에스 큐즈(S-Cube)'도 만들어 소방서 등에 공급한다. 내년에는 혼합현실 미디어아트(영상)라는 새로운 장르에도 진출한다.
컴퍼니숨의 첫 'DnC 라이브'는 2015년 선보인 '혜경궁홍씨'다. 국내 첫 연극과 영화 콜라보레이션 작품이다. 원작은 연극이다. 2013년 국립극단 창작 희곡 무대에서 초연과 재연이 전석 매진을 기록한 화제작이고, 한국연극 평론가 협회가 선정한 '2014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원작을 컴퍼니숨은 영화 제작 프로세스에 맞춰 세부 촬영과 편집했고, 관객이 놓친 배우의 미세한 표정과 숨소리, 땀방울까지 UHD 4K 화면으로 재연해 냈다. 이렇게 재탄생한 혜경궁홍씨는 통신3사를 통해 OTT로 현재 서비스중이다. OTT 서비스로 재 탄생한 '혜경궁홍씨'는 서비스 40개월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고 대표는 "정통극에 영화 기법을 적용,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해도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걸 알게된 작품"이라고 밝혔다.
고 대표는 하지만 아무리 첨단으로 영상을 만든다 해도 실제 공연 감동에는 못 미친다면서 "첨단 기술을 입힌 혜경궁홍씨를 OTT로 서비스하니 몇달 후 실제 공연에서 켓이 3분만에 매진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우리가 만든 실감 영상물이 실제 공연 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컴퍼니숨이 내놓은 두번째 'D&C 라이브'는 2017년 2월 CJ가 공연한 뮤지컬 '햄릿'이다. 이를 첨단 장비와 기술을 활용해 국내 첫 3D VR뮤지컬 '라비다(La Vida)'로 재탄생 시켰다. 역시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과 숨소리, 땀방울까지 VR화면으로 재연했다. 고 대표는 "360도와 180도 카메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렸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면서 "뮤지컬이나 오페라 전작을 VR로 찍어 유튜브에 올려도 통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기존 연극, 뮤지컬에 VR과 3D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배우들의 생생한 표정과 생동감 있는 목소리로 재탄생 시키는 비즈니스는 컴퍼니숨이 선두에 서 있다.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고 대표는 "영국 국립극장이 운영하는 NT라이브가 우리와 같은 일을 한다"면서 "하지만 우리와 달리 민간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덕수 사물놀이도 조만간 VR로 재탄생한다. 컴퍼니숨이 연내 완성, 국내외에 공급한다. 고 대표는 "우리가 하는 일이 국내에 없는 비즈니스다보니 처음에는 공연관계자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데 무척 힘이 들었다"면서 "하지만 지속적으로 세미나와 강연을 해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이제 설득하는 과정은 지난 것 같다. 오히려 지금은 먼저 제작하자고 연락이 오기도 한다"며 웃었다.
컴퍼니숨은 유니버셜 발레단 작품도 'D&C 라이브'로 제작할 계획이다. 고 대표는 "연간 40편 'D&C' 라이브'를 내놓는게 목표"라며 "한 작품당 최소 제작비가 1억 원 정도 들어가 투자유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소형 1인 가상안전체험관 'S큐브'는 컴퍼니숨의 또 다른 먹거리다.태풍, 화재, 자연재해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이다. 조이스틱과 디스플레이만으로 VR영상을 즐긴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착용에 어려움과 불편함을 겪는 사람에게 유용하다. 좁은 공간에 설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지진의 경우 진도 5.8을 체험할 수 있다. 'S큐브'는 이미 납품 계약도 맺었다. 안양소방서에서 3대를 공급할 예정이다. 소방서가 이런 시스템을 갖추는 건 안양소방서가 처음이다.
컴퍼니숨은 '혼합현실 미디어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도 내년에 선보인다. 고호 같은 유명 화가 작품을 VR환경으로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영상 장르다. 일본에서는 막 확산단계인데, 입장료가 비싸지만 관객 호응이 좋다는게 고 대표 설명이다. 컴퍼니숨은 내년에 칼 세이건의 우주(코스모스)를 이 장르로 선보일 예정이다. 게임엔진으로 만드는데 제작 기간은 8개월을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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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대표는 "완성되면 국내 첫 혼합현실 상용화 사례"라며 "극장에서 상영하려고 몇 곳과 이야기중인데 극장에서 상영하는 하는 새로운 장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5G 시대를 맞아 몰입감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게 중요해졌다고 역설한 고 대표는 "우리처럼 지식재산(IP)을 가진 실감콘텐츠 제공 업체가 국내에는 없다"면서 "앞으로 2~3년 안에 100개 작품을 만드는 것이 단기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연극, 뮤지컬에 VR과 AR, 프로젝션 맵핑 등을 결합한 융합 문화 컨텐츠 기획자(Hybrid Cultural Contents Creator)"라며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