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아츠(이하 EA)의 축구게임 피파20이 출시됐다. 매년 출시되는 이 게임이 유독 반갑게 느껴지는 것은 9년만에 자막 한글화 작업을 거쳐 이용자 앞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팀을 선택해서 시합을 진행하는 스포츠게임에 자막 한글화가 무슨 상관이냐는 반문을 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대 스포츠게임은 단순히 대전에만 치중하지 않고 팀 운영 요소를 도입하거나 드라마틱한 요소를 더한 스토리 모드를 담아내는 경우도 많다. 게임 내 텍스트 분량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기에 자막 한글화 소식은 더욱 반갑다.
피파20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호불호가 갈리는 듯한 모습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게임성 발전 속도가 더딘 것에 비해 수익모델 개선에만 치중하는 모습이 몇년 째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피파20은 전작보다 확실히 달라진 점을 많이 갖고 있다. 최근 스포츠게임 시장에서 게임성은 거의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선수 로스터를 추가하고 인터페이스만 변경하는 마이너 업데이트 버전이 신작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피파20은 비판보다는 칭찬을 받아야 할 게임이다.
새롭게 추가된 볼타풋볼 모드에서는 길거리 3대3부터 5대5까지 길거리 축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심판 없이 반칙을 허용할 수도 있고 코너킥 벽을 세워서 이를 활용한 새로운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진지하게 즐기는 동네축구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커리어 모드도 개선됐다. 특히 감독 입장에서 팀을 운영하는 커리어모드는 자막 한글화의 위력이 가장 잘 발휘되는 부분이다. 선수 영입과 관리, 경기 전후 기자회견 등 게임 내내 이용자는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전문적인 시뮬레이션 게임 수준으로 세세한 설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가 아닌 운영으로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피파20은 시리즈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은 전혀 개선하지 못 했다. 발전보다는 답습에 가까운 모습이며 이용자 경험 측면에서 보자면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을 해도 좋을 정도다.
선수 동작은 더욱 다양해졌지만 각 동작과 동작 연계가 뜬금 없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공을 찰 수 없을 것 같은 자세에서 갑자기 몸을 비틀며 패스나 슛을 정확하게 날리는 모습도 자주 나타난다.
공중으로 날아온 공을 수비수와 경헙하며 어렵사리 받아내는 동작까지는 사실적으로 묘사되지만 공을 받느라 몸의 중심이 무너진 상황에서 갑자기 몸을 비틀면서 정확한 패스를 하는 경우가 10분 내외의 게임 내내 수시로 나타나는 식이다.

특히 낮고 빠르게 날아가는 드리븐 롱패스는 대부분의 경우에도 정확하게 공격수에게 연결되니 현대 축구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중원 싸움이 크게 생략되며 게임 내 경기 템포와 운영도 획일화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여전히 선수 구분이 잘 되지 않는 단점도 있다. 비단 선수 체형이 전부 비슷하게 그려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몸싸움과 달리기 관련 능력치를 제외하면 각 능력치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이 확연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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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후반부터 피파 시리즈가 축구 게임 시장에서 자신의 입지를 단단하게 다질 수 있던 것은 라이선스 확보나 뛰어난 그래픽 때문만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다. 매년 단점을 개선하고 시리즈 다음 작품에서는 새로운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더욱 재미있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틀을 닦았기 때문이다.
피파20은 충분히 즐길만한 게임이다. 하지만 전작을 꾸준히 즐겼던 이용자. 그 중에서도 싱글 콘텐츠 위주로 게임을 즐겨왔던 이용자라면 한 번쯤은 구매를 망설이게 될 게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