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기업용 리눅스 배포판 전문업체 수세(SUSE)가 수년간 투자했던 오픈스택 클라우드 제품 개발과 영업을 중단한다. 대신 클라우드 인프라 환경에서 차세대 클라우드 플랫폼 기술로 입지를 키우고 있는 쿠버네티스(Kubernetes)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에 더 집중한다.
미국 지디넷은 9일(현지시간) 오랜 오픈스택 서비스형인프라(IaaS) 클라우드 프로그램의 지지자였던 수세가 오픈스택 클라우드 사업에서 물러난다고 보도했다. 2012년 오픈스택 재단 창립 시기에 플래티넘 등급 회원사였던 수세가 내린 결정 치고는 이례적이라는 뉘앙스다.
보도에 따르면 수세는 '수세 오픈스택 클라우드'라는 이름의 기업용 오픈스택 클라우드 구축 솔루션 후속 버전 개발과 영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내놓은 수세 오픈스택 클라우드 9 버전이 회사의 마지막 오픈스택 클라우드 구축 솔루션으로 남는다.
수세 오픈스택 클라우드 9 버전은 '수세리눅스엔터프라이즈서버(SLES) 12 SP4 버전과 지난해 8월 공개된 오픈스택 로키(Rocky) 릴리즈 기반 제품이다. 지난 2017년 3월 HPE로부터 인수한 오픈스택 클라우드 솔루션 '힐리온(Helion)' 사업을 통합한 뒤 낸 첫 제품이기도 했다.
오픈스택 재단 설립 초창기 멤버였고 오랫동안 이 생태계와 기술에 투자해 온 수세가 돌연 노선을 변경한 이유는 뭘까.
표면상 이유는 환경 변화다. 수세 측은 애플리케이션 딜리버리 시장 그리고 고객 요구같은 업계 흐름에 맞는 기술에 전략적 투자를 강화하고 거기서 더 많은 기회를 얻는 데 집중하고자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수세는 "'수세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플랫폼'과 '수세 CaaS 플랫폼'같은 쿠버네티스 기반 애플리케이션 딜리버리 제품에 더 주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미래 기술 인수" 가능성도 언급했다.
마이클 밀러 수세 기업 개발 및 전략동맹 부문 사장은 "이런 조치는 보유 자원을 고객 요구, 전략 방향, 시장 기회에 더 잘 들어맞도록 할 것"이라면서 "성장과 혁신을 추구하는 선제적이며 독립적인 오픈소스 기업인 수세의 행보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수세의 오픈스택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 사용자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밀러 사장은 "우리는 (오픈스택 사업 중단에) 영향을 받는 고객과 파트너들과 긴밀히 일하면서 그들의 남은 서브스크립션 기간동안 지원하고 그들이 대체재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초창기 오픈스택 생태계 구성원이었던 자체 오픈스택 솔루션 업체 미란티스(Mirantis)의 보리스 렌스키 공동설립자 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오픈스택 비즈니스에서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사용자의 전환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수세는 기존 SLES를 포함한 기업용 리눅스 서버 배포판 사업은 여전히 유지하고 지속 투자할 방침이다. 더불어 세프(Ceph) 기반 소프트웨어 정의 스토리지 '수세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사업도 계속한다.
수세가 노선 변경을 결정한 시기 직전에 수장이 바뀌긴 했다. 지난 7월 선임된 멜리사 디 도나토 수세 최고경영자(CEO) 얘기다. 그는 SAP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출신이다.
미국 지디넷은 "디 도나토 CEO는 수세의 성장과 확장 임무를 맡았지만, 그간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갖고 있진 않았다"면서 "이 행보로 미뤄보면 디 도나토 CEO는 수세가 쿠버네티스 기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분야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여기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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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스택 재단 차원에서 상징성을 갖고 있던 생태계 참여자였던 수세의 이탈을 희소식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재단 측은 그와 상반된 시각을 내놓는다. 수세의 이탈 자체를 부정적 신호로 보지 않는 투다.
마크 콜리어 오픈스택재단 COO는 "리눅스와 다른 대규모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그래 왔던 것처럼 오픈스택 배포판 시장이 많은 기여와 능숙한 도입을 해낸 사업자들의 정예 그룹으로 재편되고 있다"면서 "전략 우선순위 조정은 모든 기업에 늘 있는 일이고, 그런 (수세를 제외한 나머지) 배포판 업체들이 프라이빗클라우드에서 컨테이너, VM, 베어메탈(서버)용 오픈소스 인프라 제품을 제공하는 데 계속 집중하는 한, 오픈스택은 시장선도적 선택지"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