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합작개발생산(JDM) 물량을 확대한다. 그동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장과 수익을 동시에 방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최근 일부 국내 부품 협력사에 스마트폰 JDM 물량을 현재보다 2배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해당 부품 업체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관련 인력을 확충하는 데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JDM은 주문자와 하청 협력업체가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생산을 위탁하는 방식이다. 주문자가 최종 조립 공정 전 단계까지 관여한다는 점에서 ODM과는 차이가 있다. ODM은 제품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하청 업체에게 맡기고 검증을 거친 후 브랜드만 붙여 판매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와 갤럭시M 등 중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ODM을 확대 적용하며 원가 절감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윙테크 등을 통해 이미 보편화된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위탁생산, 가격 경쟁력을 높여 중저가 경쟁이 치열한 중국과 신흥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수익성 개선이 관건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 2분기 갤럭시A의 호조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지만, IM 부문의 영업이익은 1조원 가량 감소한 1조5천600억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치를 하회했다. 회사는 제조원가 부담을 수익성을 제한시킨 요인 중 하나로 분석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ODM을 확대하면서 몇몇 우려가 제기돼 왔다. ODM을 지속할 경우 중국산 부품 채택이 늘어나기 때문에 기존에 삼성전자와 협력해 왔던 국내 부품 업체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 제 3의 업체가 제품 개발·생산을 도맡아 삼성 브랜드만의 차별성을 상실하거나 품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JDM은 ODM의 일부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이 될 수 있다. 일반 부품들에 대해서는 제 3 업체에 하청을 맡기되, 기술력을 요하는 핵심 부품들에 대해서는 주문자가 직접 개발에 관여하기 때문에 삼성전자만의 DNA를 한층 가미해 여타 중저가 제품들과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또 JDM은 주문자(삼성전자)가 부품을 선정하기 때문에 국내 협력 업체들의 부담도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ODM은 중국 ODM 업체가 부품을 수급하기 때문에 중국산 부품 비중이 높아지고 국내 부품 채택률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부품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JDM을 추진하면서 국내 부품업체는 중국 JDM 업체와의 부품 납기와 구매주문(PO) 등을 위한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며 "해당 부품 업체들은 JDM 적용 모델에 대해 중국 업체에 직접적으로 대응해야 하게 됐지만, ODM보다는 리스크를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ODM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JDM 비중을 꾸준히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고동진 IM부문장 사장은 앞서 "(가성비를 높인) 갤럭시A 등 중저가 모델 출하를 늘리면서 점유율을 늘렸지만,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130달러 이하의 (저가) 스마트폰은 ODM을 일정 부분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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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삼성 스마트폰 ODM 비중은 지난해 3%에서 올해 8%까지 확대되고, 내년에는 20%로 올해와 대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전체 ODM 중 JDM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중국 JDM 업체를 꾸준히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JDM을 통해 ODM의 단점을 일정부분 보완하고 신흥 시장과 중국 등에서 수익 확보, 시장 점유율 확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