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체 파일시스템 '엑스팻(exFAT)'의 특허 로열티 장벽을 낮췄다. 리눅스를 비롯한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이 기술을 비용부담 없이 구현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주요 리눅스 배포판 개발업체와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사들에게 특허소송 부담 없는 exFAT 지원 가능성이 열린 셈이라, 해당 제품을 만드는 개발자 그리고 사용하는 개인과 기업들에게 환영받을만한 소식이다.
MS가 지난 2006년 선보인 exFAT은 USB 플래시드라이브나 SD카드같은 플래시메모리 기반 저장장치에 쓸 목적으로 개발한 파일시스템이다. 디지털카메라, PDA, 전자사전 등 휴대용 디지털 기기의 내외장 저장장치에서 파일을 다룰 수 있도록 구현됐다. 기존 MS 운영체제(OS)가 쓰던 'FAT32' 파일시스템의 후속 기술로 'FAT64'라는 별명을 갖고 있지만, 공식명칭은 '확장된(extended) FAT'을 줄인 exFAT 쪽이다. exFAT 직전에 통용됐던 파일시스템 'FAT32'은 단일 볼륨 크기를 32GB로, 단일 파일 크기를 4GB로 제한했다. exFAT은 이런 제한을 벗어나 PB급 단일 파일과 볼륨 크기를 지원하는 등 플래시메모리 기반 대용량 저장장치 환경에 더 적합한 파일시스템으로 설계됐다.
그런데 이런 exFAT 설계 요소에 특허가 몇 가지 걸려 있다. exFAT으로 포맷된 저장장치에 파일을 읽고 쓰려면, 컴퓨터와 디지털 기기의 OS와 SW가 exFAT을 지원하게끔 구현돼야 한다. 이 때 MS의 특허 기술 아이디어를 사용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SW 개발자가 MS에 특허 사용료를 내야 한다. MS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지 않은 개발업체나 제조사가 제품에 해당 기능을 구현해 배포하면 특허침해 시비를 겪게 된다. 단일 개발사가 책임지지않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exFAT 관련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리눅스커널을 탑재한 데스크톱 및 서버 리눅스 배포판과 안드로이드 OS 사용자는 exFAT 저장장치를 쓰려면 별도 SW를 추가 설치해야 했다.
앞으로는 이런 번거로움이 줄어들 수 있다. MS가 exFAT 파일시스템 기술의 규격을 담은 문서를 공개했고, 이에 더해 회사가 보유한 exFAT 특허를 리눅스커널오픈소스 커뮤니티 안에서 쓸 경우 라이선스 계약 부담을 없애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 exFAT 파일시스템 기술규격 문서 공개…상호운용성 갖춘 개발 지원
MS의 exFAT 기술규격 문서는 지난달 27일 MS 윈도 개발자 센터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문서는 exFAT 파일시스템의 설계 목표와 용어 설명을 포함한 소개부터 볼륨 구조, 메인 및 백업 부팅 영역, FAT 영역, 데이터 영역, 디렉토리 구조, 디렉토리 엔트리 정의, 권고사항, 제약사항 등 포괄적인 기술 정보를 담고 있다. 이 규격을 따르는 코드를 리눅스커널에 구현하면, exFAT을 자체 지원하는 리눅스커널이 된다. 이 커널을 탑재한 모든 리눅스 배포판과 안드로이드 기기는, 사용자 환경에서 exFAT 포맷 디스크나 메모리 저장장치 읽고 쓰기를 기본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이제까지는 별도 SW에 의존했던 기능이다. [exFAT 규격 문서(영문) 원문보기 ☞exFAT file system specification]
리눅스재단 이사회 멤버이자 MS 디스팅기시드엔지니어인 존 고스맨은 지난달 28일 회사의 공식 블로그를 통해 "MS가 리눅스 커널에 exFAT 기술 추가 지원을 하기로 했음을 알리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exFAT은 MS가 개발한 파일시스템으로 윈도와 SD카드 및 USB플래시드라이브같은 여러 유형의 저장장치 안에 사용됐다"며 "그게 exFAT을 사용해 포맷(초기화)된 수백만가지의 저장장치가 여러분의 노트북, 카메라, 자동차에 끼워졌을 때 '그냥 동작'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MS 공식 블로그(영문) 원문보기 ☞ exFAT in the Linux kernel? Yes!]
고스맨은 이어 "중요한 건 리눅스 커뮤니티가 리눅스커널 자체 지원을 포함한 exFAT 활용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라면서 "MS의 exFAT 기술규격을 공개적으로 활용하게 함으로써 적절하고 상호운용가능한 구현의 개발을 촉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는 오픈인벤션네트워크(OIN)의 '리눅스 시스템 정의' 개정판에 exFAT을 자체 지원하는 리눅스커널이 최종적으로 포함되도록 지원한다"면서 "일단 그렇게 승인된 코드는 OIN의 3천40여개 구성원과 라이선스 계약자의 방어 특허 확약(defensive patent commitments)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OIN 구성원과 계약자 대상으로 특허 부담 없는 활용…오픈소스 개발 촉진 기대
OIN은 오픈소스 커뮤니티 구성원과 기업들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 관련 특허분쟁으로부터 회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결성된 다국적 민간 단체다. 구글, IBM, 레드햇, NEC, 소니, 필립스, 수세, 도요타 등이 결성했다. 커뮤니티 구성원간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라이선스 계약자에게 OIN과 구성원들이 보유한 특허를 로열티 없이 제공한다. 즉 OIN 안에서는 서로 특허 시비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신사협정을 맺음으로써, 오픈소스 개발 활동에 따른 특허 시비 문제의 가능성을 낮춰 주는 것이다. 고스맨이 언급한 '방어 특허 확약의 혜택'은 이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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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디넷은 이런 MS의 행보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과거 수년간 파일시스템의 특허로 발생했던 이익을 누려 온 MS가 OIN 구성원들에게 exFAT 특허를 확실히 무료화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또 OIN의 키스 버겔트 최고경영자가 "MS는 커뮤니티를 희생시켜 수익을 창출하던 특허 수단을 포기하고 있다"며 "이는 MS가 진정으로 리눅스와 오픈소스에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의 하나"라고 평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지디넷 보도 원문보기 ☞ Microsoft readies exFAT patents for Linux and open source]
보도에 따르면 MS가 보유했던 특허를 OIN 구성원 대상으로 푼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당시 보유 특허 9만건 가운데 6만건 가량을 OIN을 통해 개방했던 적이 있다. exFAT 관련 특허들은 당시 미개방으로 남은 특허 목록 3만건에 포함돼 있었는데, 이번에 추가로 개방한 셈이다. OIN 구성원이거나 OIN과 라이선스계약을 맺은 개발자는 그 제품에 exFAT 기능을 원가 상승 부담 없이 구현할 수 있게 됐다. 과거 MS는 자사 파일시스템 기술을 무단 사용한 기업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걸고 로열티를 받아낸 전례를 보이기도 했는데, 미국 지디넷은 MS가 "현재 exFAT에 관련돼 진행 중인 특허 분쟁은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