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설립, 12월 19일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하나벤처스'. 하나금융지주의 12번째 자회사인 이 벤처캐피탈은 본격 업무 5개월 남짓한 기간에 1호 스타트업 투자를 마쳤고, 1천억원 규모 펀드 결성 마무리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금융업계에서 은행 지주사가 보유한 벤처캐피탈은 KB인베스트먼트와 하나벤처스 단 두 곳이다.
정부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독려하고 코넥스 등 자본시장 활성화를 꾀하고 있어 벤처투자업계 움직임도 분주한 분위기다. 이런 시점에서 초대 대표로 선임된 하나벤처스 김동환 대표는 "투자 재원을 만들고 좋은 회사를 많이 찾아다니겠다"는 기본을 내세우면서도 "과거와 벤처 투자방법, 산업을 접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하나벤처스 사무실에서 김동환 대표와 만나 투자 계획과 리스크 관리, 달라진 벤처투자업계의 상황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 소비 주도 연령층이 쓰는 서비스에 투자 예정
김동환 대표는 하나벤처스가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헬스케어 ▲핀테크 ▲콘텐츠 분야에 주로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IT와 바이오를 10년이 지나도 안 변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특히 최근 모든 서비스가 IT랑 같이가고 있다"며 "접점을 만들어내는 서비스이자 기술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IT 서비스 중에서는 운동(레저)·콘텐츠·패션 등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현재 국가 성장을 이끄는 경제 요소 중 소비는 줄지 않고 있다. 집을 살 희망이 없는 20~40대는 모든 월급을 다 소비하고 있어 주요 소비층으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비싼 집을 사 빚에 허덕이고 일을 더 많이 하기보다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정신, 인생은 한번 뿐이다고 생각하는 '욜로(YOLO)'족들의 등장과도 맞물린다.
김 대표는 "의식주와 관련된 시장이 트렌드를 흡수하면서 젊은층의 소비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핀테크와 바이오 등 새로운 기술이다 보니 규제 불확실성이 투자의 발목을 잡진 않을까. 김동환 대표는 "사실 규제가 있는 데는 이유와 취지가 있다. 금융을 대표적인 규제 산업으로 꼽는데 금융사고가 터지면 이를 막기 위해 규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 규제는 지금 필요없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만약에라도 풀리지 않을 규제를 붙잡고 있다면 사업성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최근 택시업계와 마찰을 빚고 있는 '타다'의 사례가 생긴만큼, 규제 문제는 아니여도 생계를 건드릴 수 있는 사업이라면 신중히 투자한다고 덧붙였다. 하나벤처스가 설립 후 처음 선택한 신주 투자사인 '런드리고'의 경우 동네 세탁소와 갈등을 빚을 수 있는 지를 세밀히 살펴봤다고 했다. 그는 "세탁소의 경우 기존 운영자들의 나이, 세탁소 입점지들의 임대료, 수도권 세탁소 분포 및 개수를 조사하고 투자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 제조업과 다른 접근방식으로 투자해야
김동환 대표는 벤처캐피탈의 주요 투자업종이 이처럼 IT와 바이오 등으로 옮겨간 만큼, 투자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를 '벤처캐피탈의 시즌3'이라고 진단했다. "시즌 1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이며 시즌 2는 김대중 정부부터 2010년선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시즌 3은 2011년부터 현재"라면서 "시즌 2와 시즌 3의 기준은 스마트폰의 보급화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에 아이폰이 들어오고, 삼성전자가 제법 쓸 만한 스마트폰을 제조하면서부터 산업환경이 확 바뀌었고, 이에 맞춰 벤처캐피탈 접근 방식도 변화했다는 부연이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 보급 이전에 삼성·LG전자·팬택이 피처폰을 1년에 적어도 50~60대씩 출시했다. 수많은 부품과 칩 등을 생산하는 벤더사가 필요했고 1차 벤더라는 큰 업체들이 탄생할 수 있게 됐다"고 당시를 묘사했다. 하지만 그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대기업 전자회사나 해외에 공장을 세우게 되면서 코스닥에 상장할 만한 1차 벤더사가 많이 탄생하지 못하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벤처투자업계는 투자한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해 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산업환경이 변하다 보니 그런 곳을 찾기 어려워졌다"며 "그렇기 때문에 시즌 3인 현재 벤처투자업계의 접근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벤처투자를 지원 받고자 하는 이들의 창업연령이 굉장히 낮아졌고, 심사역도 이에 맞춰 젊어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제조업과 비교했을 때 최근 벤처캐피탈이 투자하는 업종 자체에 대해 김동환 대표는 리스크와 기회가 동시에 있다고 설명했다. 유행이 언제 바뀔 지 모르며, 없던 서비스라는 리스크가 있지만 반면, 투자 시 이 서비스가 오래갈 것인지에 대해 테스트 비용이 과거에 비해 줄었다는 것. 김동환 대표는 "클라우드 등 기술이 변화하면서 테스트 할 수 있는 비용이 줄었다. 과거에 서버 개발자는 엄청난 인건비를 들여 모셔야했지만 현재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줄어들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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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트업에 적어도 두 차례 연속 투자 주도
김동환 대표는 '롤 모델' 격 벤처캐피탈로 미국 '벤치마크캐피탈'을 꼽았다. 그는 "운용펀드 금액이 5조~10조원 사이로 아주 큰 곳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작은 곳은 아니다"며 "이 곳은 한 번 투자를 하면 몇 차례 더 연속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지원하며, 리딩 투자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 곳 처럼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면 적어도 두 차례 연속적으로 투자해 키우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