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왜 시장에서 썰렁한가

[조중혁 칼럼] 신용카드 발달…핀테크 수요 적어

금융입력 :2018/12/17 16:13    수정: 2018/12/26 13:36

조중혁 IT칼럼니스트

20일 제로페이 시범 서비스를 앞두고 정부와 서울시가 홍보에 정성을 쏟고 있다. 지하철, 버스 광고뿐만 아니라 서울시청 벽면에도 현수막을 설치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제로페이 영업을 다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니 조직력도 동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을 알리려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시장의 반응이 썰렁하다는 것이다. 왜 이럴까?

우리나라는 경쟁국에 비해 핀테크 산업의 발전 속도가 늦다. IT 강국이지만 핀테크 산업 발전이 늦은 이유는 법적인 이유가 크다. 금융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결제보안 규제와 진입규제가 까다롭다.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관련 요구 사항이 많으며, 최소 자본금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한다. 각 사업자(금융사, PG사, VAN사, 통신사, 소프트웨어 기업)의 법적인 역할 구분과 책임 소재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또한, 금산분리 원칙 등으로 인해 큰 자본금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이 진출하기도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침체로 소상공인이 어려워지자 소상공인도 지원하고 정부 주도로 핀테크를 개선기 위해 제로페이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명분은 좋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신용카드에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 제로페이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신용카드 신뢰도는 매우 높다. 핀테크 선진국인 미국은 전 세계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사기 피해액의 47%가 미국에서 일어나는 등 신뢰성이 매우 부족하나 국내에서 신용카드 관련 사기 피해는 극소수다. 미국의 경우 중소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가 3.12%로 불만이 쌓여 있는 상태이며, 조금이라도 저렴한 결제 수단으로 옮겨 타려고 하는 시장의 요구가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매출에 따라 0%에서 2.5%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이 마저도 정부의 정책에 따라 크게 낮아지고 있다.

서울시 지하철 내 붙어있는 제로페이 홍보 광고.(사진=지디넷코리아)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무이자 할부, 포인트, 마일리지, 캐시백 같은 다양한 혜택이 있어 다른 결제 수단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신용카드를 사용할수록 혜택이 있을 뿐 아니라 차량 할인 등으로 선할인을 받거나, 은행에서 대출 시 카드 사용 조건으로 저렴한 이자를 보장받은 사람도 많다. 카드가입 시 캐시백으로 현찰로 10만원에서 12만원을 받아 의무로 사용해야하는 사람도 많다. 즉, 미국은 소비자가 카드 이외 다른 수단이 필요했고 적극적으로 찾아 사용했으나 우리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핀테크는 미국에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핀테크 거래액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핀테크 시장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1위 기업인 알리바바가 ‘알리페이’를 통해 이끌고 있다. 알리페이가 중국에서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신용카드 보급률이 10%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1인당 신용카드 보급률이 이미 2014년에 4개가 넘었을 정도로 신용카드가 일반화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제로페이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중국의 알리페이를 보고 우리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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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요구가 있어야 한다. 특히 카드를 사용하는 일반 국민의 요구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제로페이 성공을 위해 소득공제를 40% 해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기술 편의성 같은 근본적 유인책이 되지 못하며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별한 장점이 없는 상태에서 신용카드 15%, 체크카드 30%보다 높아야 그나마 사용 할거라는 판단으로 보이나 세제 혜택은 한번 주면 없애기 불가능하며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일시적인 제도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지만 7차례나 연장이 되어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지나친 소득공제율은 소비를 많이 할 수 있는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 조세형평성에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소상공인이 어려워지자 시작한 제로페이, 유사한 서비스가 성공한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카드 소비자가 왜 제로페이를 써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세금 낭비일 뿐이다.

조종혁 IT컬럼니스트

문화체육부 선정 '올해의 우수 도서'로 선정 된 ‘인터넷 진화와 뇌의 종말' 저자이다. 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지였던 '월간 인터넷' 기고로 글쓰기를시작하였다. 02년 '서울시청 포털' 메인 기획자로 일을 했다. '서울시청 포탈'은 UN에서 전자정부 세계 1위로 대상을 수상해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기틀이 되었다. 미래부 '월드IT쇼' 초청 연사, 콘텐츠진흥원 심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동 통신사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