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해발 780m 산간마을 드론 택배 체험기

우본 "2022년까지 10곳에서 드론 배송 실시 계획"

방송/통신입력 :2018/08/08 15:42    수정: 2018/08/09 07:46

우정사업본부가 오는 2022년 드론 배송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연내 기술 검증을 마치고 경제성 검토, 관련 규제 개선과 인프라 확충을 거친 뒤 집배원이 배달에 어려움을 겪는 도서산간 지역 10곳부터 드론 배송을 실시할 방침이다.

우정사업본부는 8일 기술 검증의 일환으로 강원도 영월 우체국에서 거리 2.3km, 해발 고도 780m인 별마로천문대까지의 우편물 드론 배송을 시연했다.

영월이 시험 지역으로 선택된 이유는 집배원들이 배송에 어려움을 겪는 산간 지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1천200㎢의 면적의 산악 지대다. 서울의 2배 면적이지만 거주 주민은 비할 수 없이 적고, 그럼에도 택배 배송을 위해 집배원이 최장 145km까지 달려가야 하는 등 비용이나 시간 대비 배송 효율이 낮다.

이번 드론 배송 시연은 득량도, 세종시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시연은 특히 드론이 산간의 거센 바람, 높아지는 장애물에 맞춰 안정적으로 비행 고도가 높아지는 기술력이 주요 관건이었다.

영월우체국 집배원이 드론에 택배를 싣고 있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이 드론 택배 배송지인 별마로 천문대를 가리키고 있다.

오후 2시 32분 경 택배를 실은 드론이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해당 드론은 최대 왕복 20km, 40분 비행이 가능하다. 택배 보관함과 자동 이착륙 제어 장치, 드론 관제센터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카메라가 달려 있다. 무게 10kg에 소포 5호 크기(38cm*48cm*34cm)의 우편물 배송이 가능하다.

우정사업본부는 드론 택배 전용 소포 상자와 충전재도 개발할 계획이다. 또 드론 관제 도구를 스마트폰 크기로 소형화하고, 사용법도 일선 집배원이 쉽게 적응할 수 있게 개선할 방침이다.

산간지역 배송 드론.

드론이 상공 70~80m로 떠오른 뒤 별마로 천문대에 도착하는 데 약 7분 가량이 소요됐다. 배송 과정에서는 평균적으로 비행 고도 150m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배송 드론이 별마로 천문대에 도착했다.

기술 타당성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는 만큼 아직 기술 완성이 되진 않았다. 때문에 관제 센터에서 실시간으로 드론이 안정적으로 정확하게 목적지에 착륙하는지 확인했다. 현 기술 수준에서는 바람의 세기와 온도, 배터리 용량 등에 따라 한계가 있다. 특히 고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비행할 때에는 역풍을 맞게 돼 보다 비행 시간이 늘어난다.

드론이 별마로천문대 상공에 도착한 뒤 서서히 착륙하는 장면을 관제 센터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날 배송 시연에서도 기술적 부분으로 인해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소나기가 내린 뒤 바람이 거세지면서 준비됐던 배터리 용량이 부족해졌다. 별마로 천문대에 도착한 드론은 배터리를 교체해야 했다. 배터리 교체 뒤 드론은 약 13분 가량을 비행해 영월 우체국으로 귀환했다.

왕복 비행 후 영월우체국으로 귀환한 드론.

기술적, 제도적 한계가 있지만 이전 배송 방식보다 효율이 높다. 집배원이 이륜차를 타고 우편물을 배송할 때 약 1시간 내외가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넉넉히 잡아도 약 3배 이상 시간이 절약됐다.

영월우체국 관계자는 일례로 "현재 연하 계곡과 폭포 위쪽 지대에 몇 몇 귀농인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매일 아침 몇 가구를 대상으로 신문을 배달하기 위해 하루 한 시간씩 할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2022년 경 현재 2만명 수준인 집배원 중 10%인 2천여명이 드론을 이용하게 할 계획"이라며 "집배원의 과다 근로 문제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노력해 1년 정도 시일을 앞당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

다만 우정사업본부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산적해 있다. 남북 안보 등으로 인한 드론 비행 구역 규제, 드론에 탑재된 카메라로 야기될 수 있는 개인정보 침해, 날아다니는 새 등 갑자기 등장한 장애물을 안정적으로 회피할 수 있게 하는 등 기술력 강화 과제 등이 그것.

강성주 본부장은 "비행 금지 구역 외 전면 허용을 기본 방침으로 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외 기술적, 제도적 문제에 대해 향후 시범 사업을 통해 풀어가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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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는 이달부터 5개월간 행정안전부, 충남시와 협업해 주소 기반 드론 배달 운영 시범사업도 실시한다. 특별교부세 1억8천만원을 투입해 배송지 20곳에 대한 드론 배송을 시범 도입한다. 드론 배달 시험지를 도서 1곳, 산간벽지 1곳씩 구축해 테스트 기체를 운영할 계획이다.

강 본부장은 "과거 드론 배송 시연을 통해 더 나은 성능의 기체를 개발했고, 국내외 주요 물류 기업에서 협업 제안도 받는 등 사업 성과도 있었다"라며 "사업 예산은 아직 심사 단계라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기술과 사업 측면에서 노력할 필요성을 느껴 우본 자체 R&D 예산을 증액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