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 플랫폼이다.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런데 구글은 유럽연합(EU)에서 반독점 행위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로 어떤 불공정 행위를 한 걸까?
유럽연합(EU)의 행정부격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18일(현지시간) 구글에 43억4천만 유로(약 5조6천억원)이란 사상 최대 벌금을 부과하면서 안드로이드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C는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검색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글은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로 어떻게 독점 행위를 했다는 걸까?
이 질문 속엔 ‘무늬만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EU가 지난 2016년 공개한 조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를 통해 찾아볼 수 있다.
■ 안드로이드 사용조건, 보기보다 까다로워
스마트폰업체들은 누구나 구글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그냥 가져다 쓸 수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오픈소스 플랫폼이 맞다.
대표적인 것이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기반으로 킨들 파이어 태블릿을 만들었다. 물론 아마존은 구글에 라이선스료를 단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마존은 킨들 파이어를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라 부르지 않는다. 안드로이드란 명칭을 쓰기 위해선 구글의 까다로운 요구를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구글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안드로이드’란 명칭을 포기했다.
아마존은 굳이 안드로이드란 명칭을 쓰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자체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단말기 업체는 다르다. ‘안드로이드폰’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엔 마케팅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앱스토어인 구글 플레이도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단말기 업체들은 구글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지배적인 지위를 남용했다는 게 EC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이용하는 단말기업체들에게 어떤 조건을 요구한 걸까? 이 부분은 지난 2014년 2월 공개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판매협약(MADA)’에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삼성, HTC가 구글과 체결한 이 계약서에는 일단 안드로이드를 쓰는 대가로 구글 앱을 사전 탑재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물론 검색 엔진도 구글 제품을 쓰도록 돼 있었다.
구글 플레이와 검색 앱은 반드시 홈 화면에 표출해야 한다. 그 뿐 아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넘길 때마다 구글 앱이 최소한 하나씩 표출해야 하는 의무도 있었다.
물론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이 부분을 수용하지 않고 그냥 소스코드만 가져다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란 명칭을 붙이지 못하는 단말기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아마존처럼 자체 상거래 생태계를 갖고 있는 기업이 아닌 한 껍데기에 불과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안드로이드는 오픈 생태계라는 구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꼬집은 것도 이런 부분을 감안한 것이다.
■ 법정 공방 예고…'안드로이드 비즈니스 모델' 집중 거론될 듯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공개한 보고서에도 이런 부분이 잘 지적돼 있다. EC가 제기한 구글의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 단말기 제조업체들에게 구글 상용 앱 라이선스 대가로 구글 검색과 크롬 브라우저 사전 탑재를 요구한 것.
-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 위에 경쟁 운영체제를 구동한 단말기 판매를 금지한 것.
- 구글 검색을 독점적으로 사전 탑재한 대가로 단말기 제조업체와 무선 사업자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한 점.
결국 EC는 ‘무늬만 오픈소스’인 구글 안드로이드의 독점적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구글은 EC의 이 같은 판단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단말기 업체들이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쓸 수 있는 건 구글 앱 사전 탑재란 전제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란 게 구글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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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이런 논리를 토대로 EC의 벌금 부과 조치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EC와 구글 간의 법정 공방이 본격화될 경우 ‘오픈소스 안드로이드’가 어떤 의미와 한계를 갖고 있는 지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