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낙점한 LG, 사업 구조조정 속도 내나

권영수·하현회, 자리교체...경영 전략 변화 주목

디지털경제입력 :2018/07/16 19:47    수정: 2019/04/04 09:40

LG 지주회사인 ㈜LG는 16일 오전 이사회를 개최하고 권영수(61) 현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LG 신임 COO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권 부회장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다음달 29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고, 이후 ㈜LG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를 예정이다.

LG유플러스도 이날 이사회를 통해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그동안 그룹에서 전략 기획을 짜 오던 하현회(62) ㈜LG 부회장을 선임했다.

지난달 29일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보름여 만에 LG그룹이 최고 경영진 맞교체라는 인사를 단행하면서 향후 그룹의 경영 전략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의 주시되고 있다. 그동안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넌다'는 LG의 경영 스타일상 이번 조치는 파격에 가깝다는 평가가 주류다.

재계에서는 40대 총수인 구 회장 체제를 맞이한 LG에 급격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LG 회장이 사실상 향후 그룹을 함께 이끌어갈 2인자로 권영수 부회장을 낙점한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등 변화의 한 복판에 서 있는 LG가 사업구조를 미래지향적으로 발 빠르게 바꾸고 이에 걸 맞는 경영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절박함의 의지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또 고(故)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런 부고로 나이 마흔에 회장 직에 오른 젊은 구 회장이 여러 도전에 직면한 각 계열사 조직을 조기에 추스리고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강력한 조력자가 필요했고, 권 부회장이 가장 적임자라고 판단을 내렸다는 해석이다.

권영수 (주)LG 대표이사 COO 부회장.(사진=LG)

LG 내부 사정에 밝은 IT 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리더십을 맞은 LG 입장에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 넣고 끊임없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당위성 측면에서 이번 부회장 교체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며 "최근 몇 년간 진행된 LG 계열사내 인력 조정과 재배치가 지지부진하고 사업 고도화 성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 권 부회장이 충분히 조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권 부회장은 1979년 LG전자 입사 후 CFO 사장,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등 전자, 화학, 통신 등 LG의 전 사업영역에서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역임했다.

특히 2008년 LG디스플레이를 이끌면서 당시 조(兆) 단위의 적자를 내던 회사를 구조조정을 통해 단숨에 흑자로 바꿔놓은 일화는 그룹 내에서도 유명하다.

LG 측은 이날 권 부회장의 COO 선임을 알리면서 "권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를 LCD 패널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회사로 성장시켰고, TV용 OLED 사업 육성을 시작했다"며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으로서 전기차 배터리 등 중대형 전지 사업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에 올려놓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구광모-권영수 체제, LG 어떤 변화 이끌까

LG 전 계열사의 사업 전략과 신사업 추진의 밑그림을 조율해야 하는 지주사 ㈜LG 대표이사에 낙점된 권 부회장의 어깨는 매우 무겁다. 권 부회장은 가장 시급하게 구 회장을 도와 그룹 전반의 사업 구조와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조정안과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현재 LG그룹은 계열사 73개, 매출 160조원(2017년 기준), 자산 123조원, 국내외 21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재계 4위의 대기업 집단이다.

전자-화학-통신을 3개축으로 사업을 고도화하고 있지만 미래 그룹을 대표할 캐시카우(수익창출원)가 아직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실례로, LG전자는 전장(VC)사업과 스마트폰 등 모바일 사업에서는 만년 적자를 보고 있다. 최근 BOE 등 중국 기업들의 LCD 물량 공세로 LG디스플레이의 사업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과 ESS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비롯해 OLED 등 미래 전략 사업의 고도화에도 속도가 잘 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LG그룹은 지난해 창립 70주년을 맞아 사업 구조와 일하는 방식을 대대적으로 혁신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또한 그룹의 연구개발(R&D) 메카 역할을 담당하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통해 각 계열사간 융합 기술 개발과 시너지 발휘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고 구본무 회장은 지난해 새해 첫 모임에서 "새로운 경영 환경을 볼 때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길을 개척한다는 각오로 사업 구조와 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 혁명의 혁신 기술은 우리에게 익숙한 경쟁의 양상과 게임의 룰을 전혀 새로운 형태로 바꾸고 있다"며 "시대의 변화 속에서 성장의 기회를 잡고 위기를 넘어 영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권 부회장은 오랜 기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사업부문의 수익성을 높이고 계열사 조직간 시너지를 통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구 회장 체제의 리더십 안착이 급선무다. 또 이 과정에서 나온 진단과 결과에 따라서 연말 인사에서 조직과 인적 쇄신이 뒤따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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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계열사 관계자는 "(과거 명성으로 보면 권 부회장은) 그룹내에서 칼을 쓸 때와 조직을 추스릴 때를 가장 잘 아는 경영자 중 한명"이라며 "여러 사업에서 도전에 직면한 LG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계열사간 문제를 조율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적임자를 찾은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동안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오던 구본준 부회장이 올 연말 경영 퇴진을 공식화한 만큼 이에 따른 계열 분리와 고위급 경영진 교체도 관심사로 떠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