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프로세서가 전담해 왔던 악성코드 탐지 기능이 내장 그래픽으로 분산된다.
인텔이 16일 보안 컨퍼런스 RSA 2018에서 인텔 위협 탐지 기술의 일환인 '가속 메모리 스캔' 기능을 발표했다. 2016년 출시된 6세대 코어 프로세서 이후 출시된 모든 프로세서가 이 기능을 지원할 전망이다.
■ 메모리 속 악성코드, 더 빨리 잡는다
백신 등 보안 소프트웨어는 컴퓨터가 부팅을 마치고 시스템을 종료하는 순간까지 계속 실행되며 메모리나 파일 읽고 쓰기 등 비정상적인 동작을 감시한다.
특히 메모리 영역과 저장장치의 모든 파일을 검사할 경우 자체 데이터베이스와 파일을 비교해야 하며 컴퓨터 성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물론 프로세서 성능이 향상되고 SSD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며 성능 저하에 대한 부담은 상당히 줄었다. 그러나 외부에서 전원 공급 없이 배터리로 작동해야 하는 노트북에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배터리 지속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악성코드 탐지, 그래픽칩셋에 분담시킨다
이번에 인텔이 발표한 '가속 메모리 스캔' 기술은 온전히 프로세서에만 맡겨 놨던 악성코드 탐지를 그래픽칩셋에 분산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사실 인텔은 그래픽칩셋 시장의 독보적인 1위 업체다. 인텔이 2011년부터 '빌트인 비주얼'을 내세우며 프로세서 안에 그래픽칩셋을 통합한 뒤로 이런 경향이 더 심해졌다.
시장조사업체 존페디리서치의 자료를 보면 지난 해 4분기 그래픽칩셋 시장에서 인텔의 점유율은 무려 67.4%나 된다. AMD와 엔비디아가 나머지 시장을 차지하는 모양새다. H.264/H.265 동영상 재생 기능이나 압축 기능도 기존 그래픽카드를 거의 따라 잡았다.
■ 점유율 높지만 성능은 떨어지는 인텔 그래픽칩셋
그러나 게임에 필요한 3D 그래픽성능은 엔비디아는 물론 경쟁사인 AMD에도 크게 뒤처진다. 특히 3D 성능이 중요한 게임용 노트북은 그래픽칩셋을 따로 달아 쓰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칩셋은 그저 게임이 아닌 평상시에 2D 화면을 표시하는 용도로만 쓰인다.
PC 하드웨어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인텔 그래픽칩셋을 일컬어 '그래픽 가속기'가 아닌 '그래픽 감속기'라는 이름으로 저평가 하기도 한다. 인텔도 지난 1월 CES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AMD 라데온 그래픽칩셋을 결합한 프로세서(카비레이크G)를 발표하기도 했다.
인텔이 프로세서 대신 그래픽칩셋에 메모리 악성코드 탐지 기능을 맡긴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그래픽칩셋의 활용도는 높이면서 악성코드 피해를 줄이겠다는 의미다.
■ 윈도 운영체제·마이크로소프트 먼저 지원
지난 13일 사전 브리핑에서 인텔 관계자는 "자체 테스트 결과 가속 메모리 스캔 기술을 이용할 경우 프로세서 점유율은 20%에서 2% 가량으로 크게 감소한다"고 밝혔다. 프로세서에 큰 부담을 주던 메모리 스캔 기능을 큰 성능 저하 없이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이 기능은 안정적인 전원 대신 배터리에 의존해야 하는 노트북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프로세서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들면서 배터리 소모도 최대 15% 가량 줄어든다.
그러나 이 기능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영체제와 윈도 디펜더에서만 작동한다. 인텔 5세대 코어 프로세서(브로드웰) 이전 출시된 프로세서에서도 이 기능을 쓸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르면 이번 달 말 기업용 윈도 디펜더 유료 버전에 이 기능을 우선 추가할 예정이다. 리눅스 등 다른 운영체제, 혹은 윈도 디펜더 이외의 다른 보안 프로그램이 이 기능을 지원할 지 여부는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