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이프가드 발동에 정부 "WTO 제소"

막대한 피해 예상돼…LG전자 등 업계 '충격'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01/23 13:33    수정: 2018/01/23 14:46

미국 정부가 수입 세탁기에 이어 태양광 패널에 대해서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승인하면서 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LG전자, 한화큐셀 등 국내 업체들은 향후 타격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미국 외 시장 개척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정부는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미국 정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한편, 수출 시장 다양화 정책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태양광 전지·모듈에 세이프가드를 부과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승인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태양광 전지·모듈에 세이프가드를 부과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승인했다. (자료=산업부)

'기준 용량 초과' 셀에 차등 관세…모듈엔 '무조건 관세'

USTR의 발표문에 따르면 미국으로 수입되는 태양광 전지·모듈의 경우 향후 4년간 관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한국산 등 수입 태양광 셀 제품은 저율관세할당(TRQ) 기준에 따라 2.5기가와트(누적 용량·GW)를 넘으면 첫해 30%로 시작해 25%, 30%, 15%의 관세가 붙는다. 다만 2.5GW 이하 물량은 관세 대상이 아니다. 모듈은 용량에 상관없이 무조건 관세 대상이다.

정부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최종조치가 과도한 수준으로 결정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태양광과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WTO 협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나갈 것이라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국내 세탁기 및 태양광 업계와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엔 한화큐셀, LG전자,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태양광산업협회 등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산업부는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할 계획"이라며 "그 과정에서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국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적극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측에 양자협의를 즉시 요청해 보상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보상협의 결렬시 양허정지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태양광 산업에 대해선 동남아·중동·유럽 등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내수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는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발전(사진=픽사배이)

■ 태양광 업계 '한숨'…"정부 대응만 믿는다"

국내 태양광 업계엔 벌써부터 비상등이 켜졌다. 대미(對美) 의존도가 커 실적에 적잖은 피해가 예상되지만, 기업이 나서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때문에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의 태양광 전지 대미 수출 비중은 말레이시아와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산업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16년 기준으로 총 83억 달러 규모의 태양광 전지를 수입했다. 또 지난해엔 국내에서 생산된 태양광 전지의 68%가 미국으로 수출됐다. 지난해 태양광 전지 대미 총 수출액은 13억 달러에 달한다.

한화큐셀의 경우 당초 제기됐던 태양광 모듈 관세 35% 적용안 등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면서도,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세이프가드로 미국에서 줄어드는 물량은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이나 유럽 등으로 돌려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와 한화큐셀은 지난해 미국에 총 12억 달러(약 1조4천억원) 규모의 태양광 전지를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태양광 수출 제품은 대부분 모듈 형태"라면서 "세이프가드 조치 내용에 따르면 태양광 셀은 기준 용량 초과 수출량에 관세가 적용되지만 모듈은 용량과 상관없이 무조건 관세가 매겨지기 때문에 국내 업체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대미 수출 비중이 커서 굉장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도 "우선은 정부의 향후 조치를 지켜보면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수입 태양광 전지·모듈에 세이프가드를 부과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승인했다. (사진=위키피디아)

미국 태양광 산업에도 타격 클 전망

미국 정부의 태양광 세이프가드 조치는 국내 업계를 넘어 미국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는 향후 수입 부품 단가가 높아짐에 따라 미국 태양광 시장 규모도 10~30% 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미국태양광산업협회(SEIA)는 이날 "수입 태양광 셀과 패널에 대해 3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이 같은 결정은 올해 미국에서 약 2만3천개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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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SEIA는 "저렴한 수입산 태양광 패널의 구매자는 미국"이라며 "태양광 패널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이는 곧 미국 에너지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는 미국 태양광 전지제조업체 수니바(Suniva)가 지난해 4월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청원한 데에 따른 것이다. 수니바는 당시 한국 등에서 수입되는 저가 태양전지와 패널로 인해 미국 내 관련 산업이 큰 손해를 입었다며 수입 태양광 전지에 50%의 관세 부과를 요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