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 왓슨 사업 담당자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인공지능(AI)을 도입할 경우 오히려 시스템과 해당 업무를 운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조언해 눈길을 끈다. AI를 비용 절감 수단으로 바라보지 말라는 뉘앙스다.
한국IBM 왓슨 사업부 소속 이세영 실장은 지난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그랜드클라우드컨퍼런스 강연자로 나서 '인공지능 도입의 진실게임'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는 그가 한국IBM 왓슨 도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이 AI를 도입해 활용하기 위해 어떤 관점과 접근방식을 취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하는 형식이었다.
IBM 왓슨은 자연어처리를 포함한 인간 언어 관련 콘텐츠 처리와 상호작용에 특화된 AI 시스템이다. 사람처럼 인지, 추론, 학습, 상호작용하고 대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 대화, 문서 이해, 음성 이해, 텍스트 변환, 이미지 처리, 감정 이해, 정보 디스커버리 및 분석 등을 주특기로 한다. IBM은 왓슨의 기술을 독립적인 컴퓨터 시스템뿐아니라 클라우드서비스 기반 API 형태로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선 의료 분야에서 활용되는 사례가 많이 알려져 있는데, 금융분야 및 대기업 상담센터나 법률 등 전문분야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IBM 왓슨은 6년전 미국 유명 퀴즈쇼를 통해 대중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3년전 IBM에 신설된 왓슨 사업부를 통해 세계 각지의 AI 시스템 도입과 활용을 원하는 기업 시장에 제공되기 시작했다. 이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IT 거인들이 AI 관련 기술 개발과 투자에 속도를 더하면서 실제 산업에 AI를 활용하는 방법에 관심이 커졌고, 그로 인해 초래될 미래를 낙관하거나 비관하는 전망도 쏟아졌다.
최근들어 AI가 인간의 노동을 빼앗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심각하게 대두된 상태다. AI 도입으로 인건비 절감을 기대하지 말라는 이 실장의 메시지가 흥미로운 배경이다.
이 실장은 "올여름만해도 AI가 뭐냐, IBM 왓슨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날이 추워지면서 'AI 도입하려면 뭐부터 해야 하느냐, 우리가 어떤 걸 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이제 AI는 기업의 프로세스에 녹아들어 기업들이 어떻게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현실적인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한국IBM에서 기업의 왓슨 활용을 돕는 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AI를 잘 도입하는 방법을 일반화해 아래 다섯 가지로 요약 제시했다.
첫째, 왓슨을 도입하더라도 곧바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문적인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걸맞는 퍼포먼스를 보려면 학습하고 성장하기까지 충분한 시간과 데이터가 필요하다.
둘째, 왓슨이 스스로 학습하려면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기업은 그 비즈니스 환경에 맞는 데이터를 학습시켜야 한다. 이미 쌓아 놓은 데이터를 잘 걸러서 학습시켜야 하고, 지속적으로 학습 가능한 데이터를 확보할 창구도 갖춰야 한다.
셋째, 왓슨이 학습한 도메인(업종별) 데이터는 특정 기업의 울타리를 벗어나 공유될 수 없다. 도메인 데이터와 그걸 학습시키는 노하우도 해당 기업 자산이기 때문에 왓슨을 도입한 다른 기업이 다룰 수 없다.
넷째, 왓슨은 사람을 대체하는 솔루션이 아니다. 실무 인력을 아예 대체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접근하면 도입후 더 운영하기 힘들어진다. 장기적으로 왓슨이 아주 똑똑해지더라도 더 이상 사람에게 불필요한 영역을 정의해 가져오는 것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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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왓슨을 성공적으로 도입해도 그것만으론 당장 대고객 상품추천같은 기능을 구현하기 어렵다. 상품추천이란 기업이 새로 갖춘 다양한 고객응대 채널과 새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기존 시스템의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고 검증해야 해결할 수 있는 유형의 문제다.
이 실장은 "AI를 도입하려는 기업에게는 기술뿐아니라 학습시킬 데이터와 AI를 적용할 업무 시나리오를 정리하고, 계속해서 데이터를 쌓아 학습시키는 작업이 굉장히 필요하다"며 "성공적인 기업 사례를 보면 내부에 AI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에도 이를 맡을 팀을 두고, 현업에서 학습을 지속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