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電, 50대 사장단 구성...세대교체 완료

회장단 노하우 계승...전자계열 콘트롤타워 신설

디지털경제입력 :2017/11/02 17:56    수정: 2017/11/03 09:35

2일 단행된 삼성전자의 사장단 인사는 지난 31일 실시한 3개 핵심사업 부문장(최고 경영자 CEO) 전면 교체 이후 50대 사장단 인사로 '세대 교체'를 완료했다는 의미가 크다. 또 전자 계열사 간 사업 전략과 업무를 조율하는 사업 지원 T/F를 신설, 경영 쇄신과 시너지를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성과주의를 통한 '50대 세대 교체'와 '전자계열 컨트롤 타워 부활'이 이번 인사의 키워드로 꼽히는 이유다. 또한 총수 부재의 장기화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IT 산업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날 회장 승진 1명,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7명, 위촉업무 변경 4명 등 총 14명 규모의 2018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앞서 용퇴를 결정한 권오현 부회장이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이 각각 CR담당 부회장과 인재개발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말 그대로 기술과 인재 양성에서 오랜 경험과 경륜이 쌓인 이들의 노하우를 버리지 않고 그대로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오늘날 사상 최대 실적을 써 나가고 있는 삼성전자를 만드는 데 기여한 이들 3인의 노고를 위로하고 예우한다는 뜻도 담겨 있겠다.

또한 핵심 사업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 7명의 50대의 젊은 사장들을 경영 전면에 배치하면서 이미 발탁된 DS(디바이스솔루션)·CE(가전)·IM(스마트폰) 등 3개 신임 사업 부문장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올초 해체된 미래전략실을 대신해 전자 계열 회사간 업무 조율과 시너지를 이끌어 낼 조직을 삼성전자 내에 설치해 운영하기 한 대목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업지원 T/F를 신설했다. 일각에서는 조직 책임자(사장)로 정현호 전 미래전략실 인사팀장이 위촉됐다는 점에 향후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준비하고 전자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사업 계획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 서초 사옥 (사진=지디넷코리아)

■사장 승진자 7명 전원 50대… 세대교체 마무리

삼성전자는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사장 승진자 7명 전원이 50대 인물로 채워, 인적 쇄신을 통한 세대교체와 경영 쇄신을 본격화 했다.

이번 사장 승진자의 평균 나이는 55.9세이다. 가장 젊은 사람은 시스템 LSI사업부장인 강인엽 사장으로 54세(1963년생)이다. 7명의 사장 승진자는 63년생 1명, 62년생 2명, 61년생 2명, 60년생 1명, 59년생 1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선 부문장 인사에서 DS부문 김기남 사장(59세), CE부문 김현석 사장(56세), IM부문 고동진 사장(56세)도 모두 50대로 채워졌다. 이들 부문장 평균 나이는 57세로, 전임자의 평균 63.3세와 비교하면 6.3세나 젊어졌다.

삼성전자는 급변하는 IT 산업 환경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젊은 피'들로 하여금 한 차원 높은 도전과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사업 부문에는 50대 젊은 피 수혈을 통해 세대교체와 성과주의로 요약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과감한 경영쇄신을 단행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최대실적 반도체 부문, 사장 승진도 최대

핵심사업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 인물들에 대한 과감한 기용도 눈에 띈다. 특히, 올해 3분기 매출 19조9천억원에 영업이익 9조9천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률 50%를 넘긴 반도체 부문에서는 전체 사장 승진자 7명 중에 4명을 배출했다. 반도체 부문에서 한꺼번에 4명의 사장 승진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교영 메모리 사업부장, 강인엽 시스템LSI 사업부장, 정은승 파운드리 사업부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진교영 사장은 1997년 입사 후 차세대 DRAM개발 및 특성연구 업무를 시작으로 2004년 세계최초 80나노 공정개발, 2009년 20나노 소자개발 등 DRAM 공정의 한계돌파를 이끌었다.

또한, 세계 최초로 80/60/30/20나노 DRAM 상품화를 성공시키면서 2011년 삼성 펠로우(Fellow)로 선정되는 등 DRAM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로 평가된다.

슈링크(Shrink)의 한계로 어려운 개발환경에서도 '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과 끊임없는 고민을 통해 최근 18나노 DRAM(세계 최초 10나노대 DRAM)개발에 성공하는 등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메모리 글로벌 초격차 기술력 유지에 핵심역할을 한 반도체 1등 DNA를 보유한 인물이다.

이번 승진을 통해 삼성전자 최대 부품사업의 책임자로서 리더십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인엽 사장은 UCLA 박사 출신으로 CDMA 모뎀칩(Modem Chip)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에서 CDMA/GSM/GPS용 모뎀 등 모든 3G와 4G 관련 칩 개발에 참여할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모뎀 분야 세계 최고 전문가이다.

그는 "대한민국이 기술종속에서 벗어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2010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시스템LSI 모뎀개발실장과 SOC개발실장을 역임하며, 모뎀 전문가지만 생소한 AP기술도 조기에 습득하고 과감한 의사결정과 추진력으로 모뎀의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서 우수한 성능의 LTE 모뎀을 성공적으로 개발, 갤럭시S6에 탑재시키고 독자기술을 적용한 원칩(ModAP)을 상용화하는 등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의 SOC 사업역량을 한 차원 끌어 올린 주역이다.

정은승 사장은 파운드리 TD팀장, 시스템LSI 제조센터장, 반도체연구소장 등 개발과 제조를 두루 경험해 공정 기술력과 제조 운영 노하우가 풍부하며, 글로벌 고객과의 소통역량도 우수하다고 평가된다.

로직(Logic) 공정개발과 제조를 두루 경험하고 공정개발 출신이지만 경영 마인드 또한 갖추고 있어 차세대 경영리더 중 한 명으로 주목 받아온 인물이다.

반도체 개발과 제조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최초 18나노 DRAM, 64단 V-NAND, 10나노 로직공정 등 차세대 제품과 미래핵심 요소기술을 적기에 개발했다.

또한 기존의 소자 중심 개발에서 설비소재까지 확대된 연구개발 체계로 개발영역을 확대했고, 반도체연구소장 재임 시절에는 개발실과 제조센터와의 원팀(One-Team) 체제 구축을 통해 사업부 양산 지원을 강화해 개발과 제조경쟁력을 높였다.

황득규 사장은 삼성전자 DS부문에서 구매팀장, 감사팀장, 기획팀장 등 스탭 부문을 두루 거쳐 사업안목과 대내외 네트워크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특히 기획팀장 재임시절 반도체 중국 시안 단지 구축에 기여하는 등 중국 이해도가 높고 대외협력 관련 노하우가 풍부해, 향후 중국에 진출한 삼성전자 등 계열사 비즈니스 지원과 중국 내 소통창구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컨트롤 타워 부활?..."확대 해석 금물"

대관이나 인사를 제외한 전자 계열사간의 업무 조율과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정현호 전 미래전략실 인사팀장(사장)을 사업지원 TF(CEO 보좌역) 책임자로 복귀시켰다는 점도 눈 여겨 볼 만하다.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월 말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다. 미전실이 국정농단의 핵심이던 최순실 모녀에게 승마 지원을 하고 미르-K스포츠 재단에 돈을 건넨 정경유착의 창구 역할을 했다는 비난 여론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삼성 안팎에서 어떤 식으로든 장기적인 투자와 계열사간 업무를 조율하는 그룹의 컨트롤 타워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 나머지 계열사에도 이와 유사한 조직이 신설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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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삼성전자는 이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전실 해체 이후 컨트롤 타워의 부활이라고 보기엔 규모나 여러 업무적인 측면에서 다르다"며 "신설 조직은 대관이나 인사 업무가 아닌 말 그대로 전자 계열사간 전략과 업무 조율만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