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달 탐사’사업이 목표연도 내에 개발을 마칠 수 없어 실패로 귀결됐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홍근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달 탐사 사업 개발 목표연도는 2018년이었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따라 목표 연도를 최근 2020년으로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근 박의원은 ‘박근혜 정부 달 탐사 사업의 실패원인 및 시사점’에 대한 국정감사 정책 자료집을 발간키고 했다.
달 탐사 사업은 2012년 12월12일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TV토론에 출연해 “지금 2025년까지 달에 착륙선을 보내는 계획이 있는데 저는 그것을 2020년까지 앞당기려고 한다. 만약 이 계획이 성공하게 되면 2020년에 달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듬해 국정과제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당시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우주기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달 착륙 계획을 5년이나 앞당긴 데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달 탐사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핵심기술 즉 로켓 기술, 우주항법 기술, 달 궤도 진입 기술, 심 우주통신 기술 등이 확보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대선공약으로 내세워 목표 연도부터 정해놓고 연구를 밀어붙인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달 탐사 계획 4차례 변경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2013년 기획연구를 통해 달 탐사 목표를 1단계 ‘달 궤도선 발사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천250억원, 2단계 ‘달 착륙선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4천107억원을 투입해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4년 9월 달 탐사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결과, 연구기간은 1단계 목표가 ‘2015년부터 2017년으로 1차 변경’됐고, 예산도 1천978억원으로 축소됐다. 이후 2016년 1월, 1단계 목표를 ‘2016년부터 2018년까지’로 2차 변경했다.
미래부는 지난해 2월부터 4월 사이에 달 탐사선 개발 사업에 대한 전문가 점검위원회를 열고, 지난 8월9일 국가우주위원회 심의를 거쳐 달 탐사 1단계 목표를 ‘2020년까지 재연장’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로써 2013년 이후 달 탐사 사업 목표연도는 3차례 변경됐고, 최초 2007년 계획 대비 4차례 변경됐다.
박홍근 의원은 “달 탐사 기술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을 염두에 두기보다 대통령이 목표 기한을 미리 설정해 사업 추진일정을 끼워 맞추다 보니 지킬 수 없는 공약이 됐다”며 “전 정권의 국정농단과 적폐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R&D 분야에서 달 탐사는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달 탐사에 성공한 미국, 유럽연합,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6개국은 하나같이 자국이 기술개발로 확보한 기술을 검증할 목적으로 달 탐사 사업을 추진해 성공한 것”이라며 “기술 없이 목표 연도만 정해놓고 창조경제에만 매몰돼 정작 R&D와 관리감독에는 소홀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핵심기술을 보유하지 못했고, 미성숙된 우주탐사 기술을 가지고, 미국 NASA의 도움으로 달 탐사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처음부터 타당하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구 미래부)는 달 탐사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자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며, 그 원인에 대해 ▲설계 과정에서 궤도선 목표중량(550㎏)이 100㎏ 초과하는 문제가 발생해 경량화 재설계에 3개월이 소요 ▲달 궤도선의 대용량 추진시스템 등 신규 개발 부품에 대한 충분한 개발 기간이 필요 ▲달 탐사에 필요한 핵심기술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상적인 위성개발 기간(5~8년)보다 짧은 개발 일정(3년)으로 설정된 점을 제시했다.
이는 사업 추진 초기부터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내용이어서 결국 무리한 사업 추진이었음을 과기정통부 스스로 밝힌 셈이다.
■ 연구조직-연구책임자 수시로 변경
달 탐사 실패에는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연구개발조직과 연구책임자가 수시로 변경된 탓도 크게 작용했다. 2013년 이후 연구책임자는 3명이 교체됐고, 연구조직은 4차례 변경됐다. 또한, 달 탐사에 투입된 연구 인력은 대부분 신진 연구자들로 구성돼 고난이도의 R&D 경력자가 요구되는 사업에 걸맞지 않는 인력 구성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달 탐사 사업의 총괄적인 계획운영과 항공우주연구원의 R&D 관리감독을 책임져야 할 미래부의 달 탐사 소관 우주정책과장은 2013년 이후 4명이 교체되었고, 평균 재직기간은 13개월에 그쳤다.
달 탐사 사업처럼 장기 프로젝트를 관리감독할 중앙부처의 전담 과장이 수시로 변경돼 항우연의 R&D 및 프로젝트 관리가 사실상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우주사업 같은 중장기 프로젝트를 담당할 중앙부처 공무원이 수시로 변경되면, 업무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개선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달 탐사 1단계 사업 총예산은 1천978억 원인데, 이중 2016년에 200억원이 집행되었고, 올해 710억원을 집행할 예정인데,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예산 낭비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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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새 정부 출범 후에 달 탐사 사업을 재검토했고, 추가 연장해 추진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향후 달 탐사 2단계 사업 추진 여부는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투자된 매몰비용이 아까워서 막대한 예산을 추가로 더 투입하는 것은 안 된다는 논리다.
이어 “달 탐사와 같은 대형 우주개발사업은 개발업무를 담당하는 항우연과 별개의 독립적인 우주 R&D 감리조직 신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이제까지 달 탐사 사업에 대해 과기부 관리감독이 소홀했는데 이번 계기에 과기부 자체감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