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적극적인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되면서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창업 초기에만 지원 자금이 쏠리고 정작 성장단계에선 씨가 말라버리는 경우가 많다. 또 비전문가들이 정책 자금을 운용하면서 ‘눈먼 돈’으로 전락하는 문제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본엔젤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부 정책 자금을 받지 않고, 자본금과 민간 투자금으로만 운용하는 초기벤처투자사를 고수하고 있다.
정책 자금은 결국 국민 세금이기 때문에 투자 실패에 따른 위험요소가 큰 초기투자 자금으로 활용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강석흔 본엔젤스 대표의 철학 때문이다.
또 정부의 창업 지원 자금을 펀드로 운용할 경우 불필요한 간섭과 보고 절차가 늘어나 정작 투자 본연의 업에 제약이 생기고 방해가 된다는 요인도 본엔젤스가 ‘나랏돈’을 받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다.
사명에 나오는 ‘엔젤’은 본엔젤스가 스타트업 업계에서 부르는 ‘엔젤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천사처럼 이제 막 법인을 세운 초보 스타트업들에게 보통 수억원을 투자하는데, 기업가치를 평가할 만한 실적이나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 사람과 성장 가능성만을 고려해 투자를 결정한다.
■창업 약 10년 간 총 11건 M&A…“내년 첫 상장사 나온다"
2006년 창업해 2010년 법인이 설립된 본엔젤스 벤처파트너스는 지난 10년 간 모바일, 콘텐츠, 소프트웨어, 게임 등 IT 기술과 O2O(Online to Offline), 교육, 핀테크 등 12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2015년 11월까지 창업자인 장병규 대표가 사임한 뒤, 강석흔&송인애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 정책 자금을 받아 여러 개의 펀드를 운영 중인 일반 벤처캐피탈과 달리, 본엔젤스가 운영하는 펀드는 딱 하나다.
2013년 9월 220억원 규모로 꾸려진 민간 펀드 ‘페이스메이커펀드’의 투자가 마감되고, 2015년 11월 결성된 ‘본엔젤스페이스메이커펀드2’(305억원 규모)가 현재까지 운용되고 있다.
투자사 중 주요 M&A 사례는 ▲미투데이(네이버 매각) ▲윙버스(네이버 매각) ▲엔써즈(KT 매각) ▲지노게임즈(블루홀스튜디오 매각) ▲카닥(카카오 매각) 등 11건이 있다.
내년에는 본엔젤스 최초로 한국거래소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
■강석흔 대표 “모든 ICT 서비스 핵심은 결국 사람”
강석흔 대표의 초기 투자 원칙의 핵심은 ‘사람’이다. 결국 모든 IT 관련 서비스들이 사람에 의해 개발되고, 운영되기 때문에 어떤 지식과 경험, 인성을 갖춘 인력들이 구성됐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또 1인 보다는 2인 이사의 팀으로 구성된 회사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또 똑같은 사업 아이템이고 발전 가능성이 크더라도 이에 맞는 인재가 갖춰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강석흔 대표는 “사람을 잘 보는 기술이 이쪽 벤처투자 업계의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만약 배달의민족 아이템을 어떤 기술자가 들고 왔다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배달의민족은 쓰레기통을 뒤져서라도 배달 주문 서비스를 하겠다는 근성을 보고 투자한 경우”라고 소개했다.
또 “본엔젤스는 그 동안 많은 투자 건을 통해 다양한 개성과 경험이 축적돼 있다”면서 “결국 사람이 중요한데 이들의 학력이나 경력뿐만 아니라 여러 경로를 통해 평판도 조회해보는 등 채용할 때보다 더 많은 신경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강석흔 대표는 투자사와 스타트업의 관계가 ‘결혼’과 같다는 입장이다. 이에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당장 급하다고 아무 곳에나 투자를 받는다는 건 아무 조건 보지 말고 결혼 하라는 얘기와 같다”며 “초기 투자 때에는 특히 더 좋은 평판을 받는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아야 하고, 그 투자사의 펀드 등의 구조를 따져보고 간섭이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실패도 결국 기회…창업DNA 복제가 창업의 참 가치”
이어 강 대표는 본엔젤스가 성공도 많았지만, 회사가 문을 닫는 등 실패한 경험도 있다고 털어놨다. 투자한 회사와도 마찰이 생기기도 하지만, 결국 이를 푸는 과정에서 보람을 찾는다고 첨언했다.
아울러 스타트업 생태계가 원래 성공보다는 실패가 당연할 수밖에 없는데, 투자를 받은 회사들이 한 차례 실패하더라도 본엔젤스 생태계 내에서 또 다른 기회를 갖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또 그는 창업이 활성화 되면 일자리 창출로 인한 경제 효과도 있지만, 그 보다는 창업의 DNA가 복제되는 것이 훨씬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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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흔 대표는 “본엔젤스 투자사 중 회사가 문을 닫은 곳도 있지만, 본엔젤스 생태계 안에 있다 보니 바로 다른 곳으로 스카웃 돼 해외에서 더 큰 성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면서 “본엔젤스 계약서 자체가 투자 받는 쪽에 친화적이기 때문에 여러 마찰도 생기지만, 이를 잘 풀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배달의민족의 경우 2명에서 현재 650명까지 성장했기 때문에 지금 만약 이 회사에 들어가면 여느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과 똑같다”며 “그러나 초창기부터 근무했던 직원들에게는 창업과 성장의 DNA가 자신도 모르게 내재되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할 때 두려움과 시행착오를 덜 겪게 될 것”이라는 말로 창업의 중요성과 참 의미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