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회사에 수집·분석해볼만한 데이터가 떠다니는데 모릅니다.”
SK텔레콤 인더스트리 데이터사업팀의 김기남 매니저가 빅데이터 도입을 고려하거나 주저하는 많은 국내 기업을 보면서 한 말이다.
7년 전부터 SK텔레콤에서 빅데이터 사업을 맡아온 그는 “한국은 수년간 빅데이터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실제 산업 환경에서 도입하는 것은 이제 막 시작 단계”라며 “글로벌 경쟁 시장에 있는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제대로 다루고 있는 해외 기업과 격차가 벌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많은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논하고 있지만 과거 일반적인 통계분석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단순한 테이터를 샘플링 분석한 결과를 두고 빅데이터라고 일컫는 풍토에 빅데이터의 효과가 없다고 내린 기업들도 많이 봤다고 한다.
또 기업의 미래 투자를 위해 빅데이터를 선도적으로 투자하겠다는 회사들으 보더라도 해외 솔루션 벤더의 투자 상담에서 그치는 경우가 상당수다.
■ “어떤 로우 데이터가 있는지도 모른다”
김기남 매니저는 “알파고 쇼크 이후 국내 기업들도 이전과 달리 빅데이터 도입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이란 개념은 받아들인다”면서도 “정작 데이터 활용 단계로 가면 보수적인 과거 방식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인더스트리 데이터 사업팀이 대표적인 빅데이터 도입 사례는 반도체 공정 분야다. 반도체 공정은 기본적으로 자동화 설비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각종 데이터가 매 순간 생성된다. 조합된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반도체 장비의 고장을 미리 예측할 수도 있다.
또 SK텔레콤의 자체 분석 솔루션인 ‘메타트론’을 도입해 반도체의 기본 원판이 되는 웨이퍼의 불량을 더욱 꼼꼼하게 잡아내고 있다. 과거에는 샘플링 테스트로 한 칸에서 생산된 웨이퍼를 모두 출하시키는 식이었지만, 이제는 더욱 빨라진 데이터 수집 처리로 웨이퍼 전수검사가 가능해졌다.
반도체 생산 방식이 바뀐 것은 아니다. 기존의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활용해 딥러닝 수준에 이르는 분석과 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이런 결과도 반도체 공장에서 늘 발생하는 로우 데이터를 활용해보자는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김 매니저는 “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를 보면 자신들의 고객에 관련된 로우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이를 가지고 활용하려는 인력이 중개 수수료 사업을 하는 인력보다 많은 회사”라며 “처음부터 빅데이터를 다루려고 한 회사가 아니면 제조든 서비스든 로우 데이터 발굴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내 데이터가 흘러다니고 있는데 있는지 조차 모른다”며 “빅데이터 분석 도입 논의를 하게 되더라도 나의 생산 정보, 운영 정보, 서비스 정보는 절대 남에게 보여줄 수 없다면서 자기 혼자 외부 솔루션으로 해보다가 그만 두는 기업이 부지기수다”고 지적했다.
■ 어떤 가치가 나올지 시도부터 해봐야
국내에서 보면 그나마 제조업이 빅데이터 분석 시도가 빠른 편이라고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싸우는 회사들은 경쟁사가 어떤 방법을 취하는지 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의 경우 분명히 시각은 바뀌었지만, 기존 사업의 보수적인 성격이 짙은 편이다. 유통물류 쪽은 변화가 일고 있긴 하지만 아주 초기적인 단계다.
일단 각 산업분야에서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해보려는 시도부터 해봐야 한다는 것이 김 매니저의 지론이다.
그는 “우리도 어떤 기업을 만나 수집을 할 수 잇는 데이터를 받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찾아보려고 시도한다”며 “데이터를 고객이 주면 가능한지 시도해보고 분석 방법론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고 밝혔다.
사내 곳곳에 있는 빅데이터 분석 인력을 활용하는 식이다. AI 사업단이나 종합기술원이나 사내 유관 인력의 수준은 국내에서 손에 꼽는 수준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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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매니저는 “우리가 접근하는 방식은 ‘데이터를 주세요’라는 것이다”며 “데이터를 어떻게 분산 처리할지, 또는 빨리 분석할 수 있을지 만들어보고 고객 입장에서 투자대비효과가 얼마나 나오는지 찾아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누구는 벌써 빅데이터 거품이 꺼진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보면 지금 막 변화의 시작이 되고 있기 때문에 언제 피크가 올지 모르는 아주 초기적인 단계”라며 “데이터 수집 분석 방법을 누가 어떻게 잘 활용하냐에 따라 기업이 변화하거나 도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