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해 최전방에 찾아간 ICT 체험관

SKT 티움 모바일, 제2연평해전 15주기 맞춰 연평도 운영

방송/통신입력 :2017/06/30 13:18    수정: 2017/06/30 13:47

(인천 연평도=박수형 기자) "정말 서울 국립중앙박물관과 부천의 만화박물관이에요?"

인천에서도 뱃길로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서해 최전방 연평도의 학교 운동장에서 한 학생이 토해낸 말이다.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고 있으면 서울과 부천에서 360도 VR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VR을 토대로 한 방송 이원 생중계인 셈이다.

학생들은 기상악화로 뱃길이 끊겨 육지와 왕래를 할 수 없는 날도 많은 연평도에서 통신과 VR 기술로 세상 어느 곳이라도 언제든 마주 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때문에 연평도 인구만큼이나 많은 현지 군인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전역을 하거나 휴가를 얻어야만 갈 수 있는 곳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실감나는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부터 사흘간 연평초중고등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SK텔레콤의 이동형 ICT 체험관 ‘티움 모바일’은 연평도에 있는 학생과 군인들에게 이 같은 ICT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티움 모바일 운영 둘째날인 29일은 제2연평해전 15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연평도에 ICT 체험 기회를 제공하면서 의미를 더한 것이다.

■ 해외에서 먼저 찾는 티움 모바일

티움 모바일은 ICT 정보 격차 해소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3년째 운영되는 사업이다. 단순히 새로운 ICT 기술을 시연하는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가 누구나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이 미래 사회에 주는 의미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때문에 이동형 ICT 체험관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국내 각지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동형 체험관의 방문을 먼저 요청하기도 한다.

올해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7 현장에도 티움 모바일이 등장했다. MWC를 주관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의 요청 때문이었다. 스페인 현지 학생들에게도 ICT 체험 교육 기회를 제공해보자는 취지에서다.

해외에서 먼저 찾는 티움 모바일인 만큼 국내에서도 방문 요청 사례가 줄을 잇는다.

다만, 체험관의 기본 골격만 1톤의 무게에 달하고 전시 체험 진행자를 비롯, 상당수의 진행 요원이 투입되고 해당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 전기 콘셉트를 맞추기 위해 철저한 사전준비 작업이 뒤따른다.

이를테면 에어돔 형태의 전시관 내 냉방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 장비 수가 만만치 않다. 진행 요원은 사업 취지에 걸맞는 ICT 체험 교육 제공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 필수 과목으로 떠오르는 SW, 로봇으로 배운다

티움 모바일 전시부스 내 가장 전면에 위치한 ‘축구왕 알버트’는 체험 학생들의 인기가 가장 높은 코너다. 스마트폰으로 바퀴 달린 로봇을 조종해 축구 게임을 즐기는 식으로 단순히 원격 조정 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소프트웨어(SW) 코딩 명령어로 로봇을 의도한대로 움직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SW의 진입 장벽을 낮추게 된다.

20대의 군인들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한자리에서 미소를 지으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유다. 스마트폰 터치로 게임을 즐기는 정도가 아니라 누구나 로봇을 제어 관리하는 명령어를 SW 코드를 전송한다는 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여기에서 수준을 조금만 높이면 바로 옆 코너에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모델을 직접 설계하기에 이른다.

로라망을 활용한 통신 모뎀과 각종 감지 센서 등으로 이뤄진 ‘IoT 스타터킷’을 활용해 가정 내 환풍이나 조명등을 제어하는 모델을 만드는 식이다. 스마트폰으로 집 안에 있는 전등을 켜고 끄기 위해 옆에 마련된 노트북에서 SW 명령어를 입력한다.

마치 십수년전 유행하던 과학상자와 같은 것을 구입해 무언가를 만들고 여기에 원격에서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게 된다. 기계들끼리 소통하는 SW 언어를 직접 만들어 넣는 과정을 알게 모르게 거치면서 교육과 놀이 이상의 가치를 얻는다.

■ 증강현실(AR), 홀로그램…어떻게 쓰는 기술인가요

포켓몬고라는 스마트폰 게임으로 전세계적으로 각광을 불러일으킨 증강현실(AR) 기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 위해 해와 바람이 다투는 이솝우화를 소재로 학생들이 AR을 체험하는 콘텐츠 구성은 성인 입장에서도 매우 흥미롭다.

셀카봉처럼 생긴 지지대에 달려있는 스마트폰으로 진행 요원이 읽어주는 커다란 동화책을 비추면 장면에 따라 지지대의 온도가 바뀐다.

예컨대 바람이 쌩쌩 불어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는 장면을 비추면 지지대는 차가운 온도를 유지하지만, 해가 쨍쨍 떠서 나그네가 더워 옷을 벗는 장면의 동화책이 스마트폰에 비춰지면 지지대는 곧장 뜨거워진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AR 기술이 작동하는 방식과 함께 이 기술로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또 2분 30초의 홀로그램을 보여주는 전시 부스에서는 수천년의 통신 역사를 배우게 된다. TV나 신문과 같은 구세대 매체와 달리 홀로그램이라는 미래 매체를 보고 있으면서 왜 이런 미디어가 탄생하게 됐는지를 배우는 식이다.

과거 원시인들이 의사소통을 위해 불을 피워 연기를 내고 뿔피리를 불다가 근현대에 들어 유선 전화가 나왔고 이동통신시대에서 휴대폰, 향후 초연결 시대에서 자율주행차량이 통신을 주고받는 방식의 스토리다.

홀로그램 영상을 끝까지 보게 되면 텔레프레즌스와 같은 통신 기술에 결국 홀로그램과 같이 같은 공간에 없는 무언가를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의 등장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다.

■ 지역 문화에 먼저 다가가는 티움 모바일

ICT 체험관 밖에는 학생과 군인, 성인들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도 놓여있다. 열기구에서 VR 헤드셋과 헤드폰을 끼고 공룡이 살아숨쉬는 시대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반대편에는 연평도 주민들에 간단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병원 진료가 필요한 경우 대부분 배를 타고 나가 육지를 찾는 주민들을 고려한 배려다.

SK텔레콤의 의료기기 개발 자회사인 나노엔텍의 혈중 비타민D 농도를 현장에서 신속하게 측정할 수 있는 건강키트를 가지고 간단한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식이다. 유독 학생들보다 주민들의 참여가 높은 곳이다.

또 학교 건물 내 실내 농구장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국내 농구 역사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희철 선수(현 SK나이츠 코치)가 중학생들에게 일대일로 농구를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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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선수들과 함께 연평도를 방문한 전희철 코치의 한마디에 쇼팅 폼부터 180도 달라지는 학생들이 그가 어떤 수준의 선수였는지 세대 차이에 몰라보는 점이 흥미로울 정도다.

전시 기획 담당자들은 연평도의 학생들이 어떤 선수와 공을 주고 받았는지 나중에 성인이 돼서 좋은 추억이 되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