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서 잠금해제, 데이터 태핑. 그리고 단어 자동완성. 삼성과 애플간 2차 특허소송에서 쟁점이 된 애플 특허들이다.
저 세 개 특허 중에서도 특히 '데이터 태핑'이 핵심이었다. 1억2천만 달러 배상금의 80% 가량이 데이터태핑 특허 침해와 관련됐다. 데이터태핑은 쉽게 설명하자면 '스마트폰에서 전화번호를 누르면 바로 통화로 연결되고, 이메일 주소를 누르면 이메일 창이 뜨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2차 소송 항소심부터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한번 살펴보자.
2차 소송은 특허의 근본 원리와 깊은 관련이 있었다. 특허 보장 범위를 넓게 봐줄 지, 아니면 구현방식 차이까지 세심하게 가려서 특허 적용 범위를 좁힐 지를 둘러싼 공방이었다.
항소법원은 삼성 손을 들어줬다. 삼성은 핵심 쟁점인 데이터태핑 특허는 '비침해' 판결을 받았다. 또 다른 쟁점인 밀어서 잠금해제와 단어자동완성은 특허 무효라는 게 항소법원의 판단이었다.
삼성이 불리했던 재판을 뒤집은 비결은 역시 '데이터태핑' 기술이었다. 퀵링크로 불리는 이 기술의 구현 방식 차이 문제는 이미 애플과 모토로라 소송에서도 쟁점이 됐다. 당시에도 항소법원은 '별도 서버 존재 여부'에 따라 다른 기술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2016년 삼성의 승소는 2년 전 애플과 모토로라 소송 때 이미 예견돼 있었다고 봐야 한다. 사실상 당시 판결 취지가 그대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판결문에는 어떻게 돼 있을까? 역시 삼성 데이터태핑 기술은 애플과 달리 별도로 분석 서버가 있다는 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항소법원이 보기엔 삼성이 애플 특허를 우회했다는 얘기였다.
두 회사 기술에 대한 상세한 차이는 아래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항소심에서 패소한 애플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대법원 상고. 그런데 대법원은 엄격한 상고허가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관문을 밀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선택할 수 있는 건 항소법원에 재심리를 요청하는 것이다. 3인 재판부가 판결한 것을 항소법원 판사 전원이 다시 한번 살펴봐 달라는 요청이다. 이를 법률 용어로는 전원합의체 재심리(en banc)이라 부른다. 애플은 항소심 판결이 나온 지 한 달만에 전원합의체 재심리를 요청했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곧바로 대법원 상고를 하지 않고 항소법원 전원합의체 재심리를 요청했을까? 아래 기사가 그 부분을 설명해주고 있다.
저 기사를 쓸 당시 항소법원 전원합의체가 애플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런데 예상과 다른 판결이 나왔으니
전원합의체는 이례적으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어버렸다. 대신 1심 재판부의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상고 대신 항소법원 전원합의체 재심리를 요청한 애플의 완벽한 승리였다.
당연히 "왜?"란 궁금증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판결문 분석 결과 전원합의체는 별도 분석 서버가 있다는 것이 큰 차이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항소심 재판부가 '배심원 평결 과정에서 제기되지 않은 자료'를 토대로 판결을 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삼성은 대법원에 상고하는 쪽을 택했다. 물론 상고 신청을 하기까지도 상당한 공방이 계속됐다. 그 첫 단계로 삼성은 상고허가신청서 접수 시한을 한 달 연장해달라고 미국 대법원에 요청했다. 대법원이 이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삼성은 3월29일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시간을 길게 끌지 않았다. 시한을 보름 가량 남겨둔 3월16일 미국 연방대법원에 상고신청서를 접수했다.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소송이지만 애플보다는 삼성을 지지하는 여론이 훨씬 많은 편이다. 특히 IT 관련 유력 단체들이 앞다퉈 삼성 지지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애플은 지난 달 미국 대법원에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삼성 상고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내용. 연방대법원에 '사실관계를 다투려는' 삼성의 상고를 받아들일 정도로 한가하냐는 것이 주된 논지였다.
물론 삼성도 그냥 있진 않았다. 지난 5일 또 다시 응답문서를 대법원에 접수했다. 특히 특허법 103조의 중요한 원칙과 관련된 사항이니 대법원이 꼭 한번 더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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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은 오는 22일 삼성의 상고 여부를 결정할 심의를 할 예정이다. 9명의 대법관 중 4명이 찬성해야만 상고가 받아들여진다. 과연 '4의 법칙'은 삼성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