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두 달…증거 행방 묘연

8月 1심 판결…'주 3회' 강행군 계속될 예정

디지털경제입력 :2017/06/07 10:06    수정: 2017/06/07 10:06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판이 시작된 지 두 달이 흘렀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공판은 오는 8월쯤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재 절반가량 진행됐다.

시작 전부터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 예측됐던 공판은 매주 3차례 열리는 등 연일 강행군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특검 측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지디넷코리아)

■ '확증' 없는 특검…'불러주기식 조서' 논란까지

특검과 삼성 측은 서증조사를 시작한 지난 4월 7일 첫 공판서 앞으로 있을 치열한 법리 다툼을 예고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 측이 경영권 승계 등 부정 청탁을 대가로 최 씨 등에 수백억 원의 뇌물을 공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 측 변호인단은 "사건의 실체를 한 마디로 요약할 때 이는 모두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대가성 없는 지원"이라며 이 부회장 등의 뇌물 공여죄를 전면 부인했다.

특히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가 법정에 직접 나와 "이 사건은 한마디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질적인 정경유착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특검은 주요 증거도 다수 확보했다. 앞으로 재판 과정을 통해 재판부에 상세하게 증거 설명을 하겠다"고 모두진술을 했다. '증거는 이미 차고 넘친다'는 특검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특검 측의 바람과는 다르게 재판이 진행됐다. 특검 조사 방식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지난달 10일 제 11차 공판에서는 특검의 조사 방식에 신빙성이 없다는 논란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특검이 참고인 조사를 통해 '불러주기식 조서'를 만들었다는 주장이었다.

최 씨가 독일에 세운 현지법인 비덱스포츠에서 근무했던 김찬형 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마필 등 승마지원을 두고 삼성 측과 최 씨 사이에 오고간 사전 논의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특검 측 주장과 빗겨가는 진술을 했다.

이는 김 씨가 '삼성이 최 씨 등과 마필 구매 관련해 논의를 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특검의 진술조서 내용과 상반된 내용이기도 했다. 자세한 정황을 몰랐던 김 씨는 특검 조사를 받을 당시 검사 측으로부터 처음으로 설명받았고, 단지 그에 동의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공판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사진=지디넷코리아)

■ 증인신문도 한 달째…특검 주장과 상반된 증언 쏟아져

이런 가운데 증인의 신뢰성도 문제가 됐다.

지난달 19일 제1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일성신약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일성신약에 자사 보유분 주식을 고가에 매매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일성신약은 자사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더 비싼값에 보상받기 위해 2년째 삼성물산을 상대로 수백억원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증인들 역시 해당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당사자인 만큼 증언의 신뢰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1일 제21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최순실이 삼성 합병을 얘기한 적 없다"며 특검의 주장과는 전혀 상반대는 진술을 내놓기도 했다.

최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 전 전무는 삼성의 승마 지원 의혹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키맨(핵심 증인)'으로 주목 받아 왔다. 그러나 박 전 전무가 이같은 증언을 하면서 특검이 작성한 진술 조서가 신뢰성을 잃기 시작했다.

지난달 26일 진행된 제19차 공판에 출석한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진술 조서가 잘못돼 이를 바로잡으려 나왔다"며 특검의 조서 내용에 대해 증인으로서는 처음 문제 제기를 했다.

이날 김 전 부위원장은 "검찰 조사 과정서 기록된 조서 내용이 (본인이) 이야기한 내용과 다르다"면서 검사가 본인이 생각해서 한 말을 마치 자신이 이야기한 것 처럼 조서에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재판부는 연휴가 끝난 7일부터 주 3회 재판 일정에 다시 돌입한다고 밝혔다. 당초 주 4회로 늘릴 계획이었지만 타 재판부 역시 박 전 대통령 등 국정농단 재판 일정이 계획돼 있어 이달엔 주 3회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설명이다.

관련기사

7일 제 24차 공판에는 청와대 경제수석실 인민호 행정관과 금융위원회 김정주 사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인 행정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고리 해소와 관련해 청와대의 입장을 공정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사무관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을 추진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