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없는 블루투스 이어폰, 왜 갑자기 인기끌까

전송기술 등 눈에 띄게 개선…올들어 유선 판매량 추월

홈&모바일입력 :2017/05/30 08:15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목에 감아 사용하는 '넥밴드' 제품부터 선을 아예 없앤 애플의 ‘에어팟(AirPods)'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체 G마켓에 따르면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된 무선 이어폰 판매량(55%)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유선 이어폰 판매량(45%)을 넘어섰다. G마켓은 올 초 이런 추세를 예견하고 무선이어폰을 올해 7대 트렌디 제품 중 하나로 기획 판매하고 있다.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업체인 롯데하이마트도 비슷한 추세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유선 이어폰 매출 증가율이 5%에 그친 반면 무선 이어폰 판매는 36% 늘었다"고 밝혔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온·오프라인의 유통업체에서 블루투스 이어폰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씨넷)

■ 그 동안 음질·연결 문제로 외면 받아…무선 이어폰은 현재 '기능 개선 중'

무선 이어폰은 그 동안 유선 제품에 비해 떨어지는 음질과 연결 불량 문제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해왔다. 여기에는 무선 제품의 특성상 매번 충전해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2~3배가량 높은 제품 가격이 한몫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선 이어폰은 음향기기와 연결 시 적외선 또는 전파를 사용한다"면서 "이 때문에 일정 주파수 범위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제품들이 대다수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몇 년 새 블루투스 이어폰의 자체 전송기술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며 "또 점점 사용 시간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최근 국내 이어폰 시장에 진출한 독일 브랜드 브라기의 무선 이어폰 '더 헤드폰'을 들 수 있다. 업체 측에 따르면 이 제품은 근거리 자기 유도방식(NFMI)을 통해 무선 이어폰의 고질적 문제인 두 개의 이어폰 사이의 끊김 현상을 보완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무선 이어폰 가운데 최고 수준인 6시간의 재생 시간도 특징이다.

주요 음향 기기인 스마트폰에서 유선 포트가 없어지고 있는 점에서도 무선 이어폰의 미래가 밝다. 애플, LG 뿐 아니라 보스, 젠하이저 등 음향 업체들이 무선 이어폰에 집중하고 있는 점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독일의 블루투스 이어폰 브랜드 '브라기'의 '더 헤드폰(The Headphone)' (사진=브라기)

■ 인기 요인? "운동·업무용 사용 증가…'에어팟' 인기가 타 제품 성장 견인"

그렇다면 최근 들어 블루투스 이어폰 판매량 증가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어떨까. 이어폰·헤드폰 판매 업체에서 종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선 꼬임이 없어 운동 및 업무용으로 적합한 점 ▲특정 제품의 인기 상승으로 비슷한 제품들의 인기가 동반상승한 점 등을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 혹평을 받으며 출시된 애플의 '에어팟'이 최근 들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소비자들이 이와 비슷한 종류의 블루투스 이어폰 제품을 많이 찾는다는 설명이다.

애플은 지난해 9월 번들 이어폰을 유선에서 무선으로 바꾸는 실험을 강행해 논란을 일으켰다. 에어팟은 출시 전부터 출시일 지연, 소량 입고 등 뜨거운 감자였다. 그러나 논란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이달 초 애플인사이더 보도에 따르면 에어팟 이용자의 약 98%가 사용도 측면에서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쉬운 페어링, 무선의 편리함 등 에어팟의 진면목을 확인한 이후로 에어팟은 최근 없어서 못 팔 정도"라면서 "지난달만 해도 주문에서 배송까지 6주가 걸렸는데 요즘은 그나마 조금 나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에어팟의 인기에 힘입어 이를 모방한 제품들도 인기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한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에어팟 유사 제품.

에어팟의 인기에 힘입어 이를 모방한 제품들의 인기 역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 결과 몇몇 인터넷 오픈마켓에는 유독 에어팟을 모방한 디자인의 '짝퉁' 제품들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됐기 때문에 소위 '대륙의 에어팟'으로 불린다.

에어팟의 국내 정가가 21만9천 원인 반면, 이들 유사 제품의 가격은 에어팟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이어팟' '에어 이어폰' 등 명칭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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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이어폰만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점은 분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제품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홍대 인근의 한 이어폰 수리 업체에선 최근 선이 없는 이어폰 제품의 분실 접수가 하루 평균 5건 정도 늘었다. 이 업체의 관계자는 "무선 이어폰 제품은 유선 제품과 달리 선이 없기 때문에 매번 분실 우려가 있다"며 "특히 한 쪽만 잃어버린 후 AS센터를 방문하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