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리콜 악재 속 현대차 '선방'·기아차 '비상'

영업익 현대차 6.8%↓·기아차 39.6%↓

카테크입력 :2017/04/27 11:39

정기수 기자

1분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에 따른 중국 판매 부진과 세타2 엔진의 리콜 충당금 등 대내외 겹악재의 유탄을 맞은 현대·기아자동차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다만 중국 시장의 판매 급감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경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발표된 현대차의 실제 실적은 당초 시장 눈높이를 소폭 상회했다. 반면 기아차의 경우 가뜩이나 낮았던 컨센서스도 크게 하회하며 수익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기아차는 27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컨퍼런스콜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올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3천82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9.6%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기아차의 영업이익이 4천억원을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률도 전년 대비 2.0%포인트 하락하며 역대 최저 수준인 3.0%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2조8천439억원으로 1.5%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7천654억원으로 19.0% 쪼그라들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사진=지디넷코리아)

현대차도 전날 실적발표회를 통해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조2천50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감소한 수준이다. 영업이익률도 5.4%를 기록, 전년동기 대비 0.6%포인트 빠졌다.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역대 1분기를 통틀어 가장 저조했다. 1분기 당기순이익 역시 무려 20.5% 줄어들었다. 2010년 1분기(1조2천813억원) 이후 최저치다. 당기순이익률(6.0%)도 역대 최저 수준이다.

현대·기아차 실적 악화의 최대 원인은 중국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다. 현대차는 1분기 중국시장에서 19만6천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2만9천대)보다 14.4% 감소했다. 전분기 대비 감소율은 무려 46.0%에 달한다. 사드 갈등이 심화된 지난 3월 들어서는 중국 시장에서 44.3%의 판매가 급감했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상무는 "중국시장의 1분기 실적을 보면 지난 2월까지 판매가 전년동기 대비 9% 증가했으나, 3월에 접어들면서 감소했다"면서 "중국 내 반한감정이 확대하는 데다, 일부 경쟁사가 이를 악용한 마케팅을 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 역시 1분기 중국에서는 구매세 지원 축소와 사드 갈등으로 촉발된 한·중 관계 영향에 따른 소비심리 약화 등 영향으로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무려 35.6% 감소했다.

한천수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중국 시장은 1분기 대내외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딜러들과의 갈등이 있었고, 사드로 인해 한국 제품 수요가 줄었다"면서 "중국 소비자의 구매 심리 저하는 정치적 이슈로 개별 기업이 통제 할 수 없어 단기간내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세타2 엔진 리콜에 따른 충당금이 현대차 2천억원, 기아차 1천600억원으로 각각 더해지면서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지난 7일 국토부의 결정에 따라 소음, 시동 꺼짐 등 현상으로 논란을 빚었던 '세타2 엔진'을 탑재한 그랜저(HG), 쏘나타(YF), K7(VG), K5(TF), 스포티지(SL) 등 5개 차종 17만1천348대에 대한 리콜을 진행 중이다.

다만 같은 악조건 속에서 현대차는 어느 정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의 경우 전분기(1조212억원) 대비로는 22.5% 늘어나며 지난해 3분기 이후 세 개 분기 만에 상승세로 반전했다. 영업이익률도 전분기(4.2%)보다 1.2%포인트 반등하며 5%대를 다시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향후 실적 반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중국을 제외한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도 유지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그랜저 신차 효과가 지속되고 쏘나타 뉴라이즈가 선전하며 전년동기 대비 0.7% 증가했다. 미국시장에서도 0.2% 신장하며 체면 치레를 했다.

다만 기아차의 경우 현대차와 달리 내수는 물론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 시장에서는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따른 수요 둔화 등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줄었다. 미국 시장에서는 니로의 신차 효과에도 불구하고 볼륨 모델 노후화에 따른 판매 감소의 영향으로 전체 판매가 12.7% 감소했다. 수익성이 좋은 레저용차량(RV) 판매 비중이 현대차보다 상대적으로 높은데도 영업이익률이 크게 낮아진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스팅어(사진=기아차)

현대·기아차는 올해 남은 기간동안 국내외 주요시장에서 다양한 신차 출시를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우선 오는 6월 브랜드 최초의 글로벌 소형 SUV '코나'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 제네시스 브랜드의 세 번째 모델인 'G70'도 연내 출격을 앞두고 있다.

최근 열린 상하이모터쇼에서는 중국 전략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로 개발한 신형 'ix35'와 중형세단 '올 뉴 쏘나타' 등 현지 맞춤형 신차를 잇달아 선보이며 판매량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이외 첫 전기차 출시도 계획돼 있다. 유럽 시장에도 현지 전략형 소형 SUV 신모델을 투입한다. 러시아 시장에서는 소형 SUV 크레타의 신규 트림을 추가하고, 아중동 지역에도 신형 SUV를 투입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퍼포먼스 세단 스팅어를 다음달 말 내수 시장을 시장으로 하반기에 미국과 유럽에서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고수익 RV 차종의 판매 비중을 올해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과 중국 전략형 소형 SUV K2 크로스를 상반기 내에 출시한다. 하반기에는 쏘렌토 상품성개선 모델에 투입된다. 중국에도 소형 승용 모델인 페가스를 출시해 분위기 반전에 나설 방침이다.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 유럽에서는 하반기 초 B세그먼트 투입으로 판매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러시아에서는 모닝과 니로 등 신차를 투입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멕시코에서는 프라이드를 중심으로 멕시코 내수뿐 아니라 중남미 판매 확대를 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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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황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자칫 중국과 사드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가, 미국에서도 경쟁 심화로 판매 반등을 쉽게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각 시장별 전략형 소형SUV들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볼륨 차종이 많지 않다. 제네시스 G70이나 스팅어, 니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은 판매량이 높은 모델이 아니다.

한편 기아차는 자동차산업 고성장 국가인 인도시장에서 본격적인 활로 찾기에 나선다. 기아차는 이날 11억달러를 투자해 인도 현지에 첫 생산공장을 짓고 현지 전략형 차량 30만대를 매년 생산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 2019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