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겐 모바일 메신저 만큼이나 필수 서비스가 됐다. 모르는 길을 찾거나 맛집을 검색할 때, 혹은 교통상황을 확인하거나 인근 주유소 휘발유 가격을 알기 위해서도 지도서비스를 찾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찾게 되는 지도 서비스. 아무 생각 없이 활용하다보면 스마트폰 속엔 지도 서비스가 당연히 들어가 있는 것이란 착각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지도가 살아있는 정보로 유용하게 활용되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지도업계 전문가는 "1년 365일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수집한 로데이터(raw data)를 사용자들이 볼 수 있는 가공된 데이터로 만들어 DB를 업데이트하기까지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투자금과 수백여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요즘은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지도서비스 분야는 여전히 사람이 직접 투입되는 수작업이 많이 필요한 분야다. 단순히 국토지리정보원, 국토교통부 등으로부터 받은 기본 지도데이터만 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두 회사가 지도 서비스에 특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지도서비스 어떻게 만들어지나
4일 네이버, 카카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이 제공 중인 지도 서비스는 비영리 온라인 지도프로젝트인 오픈스리트맵과 국토지리정보원,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기본으로 활용한다. 여기에 실제 사용자에게 유용한 정보인 '관심지점(Point Of Interest)'에 대한 데이터를 가공해 덧씌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와 함께 주기적으로 바뀐 정보들을 수집해서 다시 업데이트하는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서울시 전체 지도는 기본 데이터다. 이 데이터에 시청, 시청 주변 건물, 음식점, 거리뷰 같은 것들을 업데이트하는 것은 네이버, 카카오 등의 몫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2000년 초부터 지도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당시엔 국토지리정보원 등 외부데이터를 활용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자체적으로 지도 서비스를 업데이트한 것은 카카오와 합병 전 다음이 2004년 내놓은 '다음로컬'이라는 지도서비스에서부터다. 네이버는 2008년부터 자체적으로 지도데이터를 수집해 업데이트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한 지도 업계 전문가는 "직접 사람이 전국에 파견돼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해당 지역 정보를 수집해오는 것과 함께 360도로 볼 수 있는 여러 대 카메라가 달린 차량을 활용해 도로 데이터를 모은 뒤 이를 가공해서 어느 위치에 이러한 정보를 업데이트해야하는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특정 위치에 있던 A라는 음식점이 사라지고 B 카페가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는 사람이 직접 눈으로 이런 사실을 확인한 뒤 POI를 수정해 준다. 지도 서비스를 유지하는 데 많은 시간과 자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수년 전만하더라도 지도 서비스를 하기 위해 외부 데이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직접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해 업데이트한다.
■힘들게 만든 지도서비스 왜 무료로?
네이버, 카카오는 기본적으로 지도서비스를 외부 기업, 개인들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맛집, 각종 O2O 서비스 등은 API를 활용해 손쉽게 자사 지도 데이터를 연동할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는 외부업체나 개인들이 API를 통해 웹, 모바일에서 하루 최대 20만건 지도 데이터를 무료로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는 개인은 하루 20만건,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법인은 하루 30만건까지 조회하도록 허용했다.
이 기업들은 해당 건수가 넘어갈 경우 콘텐츠 제휴 방식으로 파트너 관계를 맺는다. 이를테면 맛집앱이 네이버지도 API와 연동해 20만건 이상 데이터를 조회하는 것을 허용하는 대신 네이버 포털에서 해당 맛집앱이 제공하는 정보가 검색을 통해 표시되는 식이다.
그렇게 힘들게 수집한 데이터를 무료에 가깝게 공개하는 이유는 뭘까?
카카오톡을 핵심서비스로 내세우는 카카오는 스마트폰이 개인의 이동과 늘 함께하는 '24시간 이동성'을 갖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동에 관한 모든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것이 지도 서비스란 설명이다. 특히 올해 카카오는 내비게이션, 카카오택시, 카카오드라이버 등 일부 서비스를 제외한 나머지의 경우 O2O플랫폼 사업자로서 다른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모든 위치 기반 서비스에 필요한 지도를 업데이트하고 개선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라는 판단이다.
검색 기반 포털 서비스를 제공 중인 네이버도 다르지 않다. 네이버 검색결과를 위치정보와 연동시키면 더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 검색 품질을 높일 수 있다. 날씨나 맛집을 검색할 때는 물론 네이버카페, 블로그, 지식iN 등 사용자가 만든 콘텐츠에도 위치정보를 붙임으로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
현재 카카오는 지난 2008년부터 지도서비스 API를 외부에 공개하는 중이다. 현재 중앙응급의료센터, 한국고용정보원, 사회보장정보원 등 공공기관과 지자체를 비롯해 여기어때, 직방, 알바몬, 벼룩시장, 스타벅스, 이디야, 쏘카, 옥션, 지마켓 등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지도 API 하루 무료 사용량을 대폭 확대하면서 온라인 위치기반 비즈니스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자사 포털 외에도 사람인, 잡코리아, 알바몬, 쿠팡, CGV, 티켓몬스터, 인크루트, 커리어넷 등 다양한 업체에서 네이버 지도 API를 제공한다.
음식점이나 원하는 상점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을 검색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 이 같은 정보가 지도 검색 결과에 제대로 표시되지 않을 경우 네이버는 네이버마이비즈니스, 카카오는 다음지도 내 고객센터에서 검색등록절차를 밟으면 된다.
■외연 넓히고, 외국어 지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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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PC에서는 다음지도를, 모바일에서는 카카오맵이라는 이름으로 이원화된 지도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맵의 경우 현재는 안드로이드 버전만 있었는데 올해 초 iOS 버전을 내놓을 것"이라며 "장소정보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 얼마나 많이 방문했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입체적으로 항공사진을 표시해주는 3D스카이뷰를 서울, 성남 등 지역 외에 전국 주요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내년 2월 개최되는 평창 동계 올림픽을 맞아 올해 안에 네이버 지도 외국어 버전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영어, 중국어 등이 기본 지원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도서비스의 안정성을 높이면서 새로 출시한 내비게이션은 정확도를 높이는 등 품질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