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최신 웹기술 지원이 미흡한 인터넷익스플로러(IE) 점유율이 높다. 크롬을 비롯한 HTML5 대응 브라우저 점유율이 두터운 세계 시장 흐름과 대조적이다. 관공서 대민서비스나 온라인 결제와 금융서비스가 본인확인과 결제 구현 기술을 액티브X같은 비표준 플러그인에 의존한 탓이란 게 중론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제공하는 2016년 상반기 PC용 웹브라우저 이용률 통계를 보면 IE의 비중이 88.0% 수준으로 압도적이다. 크롬이 6.8%, 파이어폭스가 2.2%, 스윙이 1.3%, 마이크로소프트(MS) 엣지가 0.7%, 애플의 사파리가 0.3%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IE의 비중이 급격히 줄진 않았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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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과거 비표준 기술에 의존해 오다가 표준 웹기술 기반으로 구현된, 새로운 웹기반 서비스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국에 출시할 서비스를 만든 회사에겐 큰 부담이다. 서비스를 퍼뜨리고 싶어도, 일반 이용자 다수가 표준 웹기술을 지원하는 브라우저를 쓰지 않는 문제를 극복하기 어렵다.
웹RTC 기술 스타트업 '구루미'도 그랬다. 구루미는 1년전쯤 회사 이름과 같은 화상회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서비스는 동시에 여러 사람이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하거나 실시간으로 PC 화면을 공유하는 기능을 갖췄다. 다른 프로그램을 안 깔고 웹RTC 표준 지원 브라우저로 사용할 수 있어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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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웹표준 브라우저를 위한 화상회의 서비스
구루미는 지난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W3C HTML5 컨퍼런스' 주제발표에서 이런 배포 단계의 문제 경험과 해법을 포함한 자사 화상회의 서비스 특징을 소개했다. 서비스는 풀HD 화질 지원, 64자 동시 영상통화, 문서·화면·동영상 공유, 채팅, 웨비나용 생방송 기능을 갖춰 주목받았다.
구루미가 공식대응하는 브라우저는 크롬과 오페라다. 나머지 브라우저도 웹RTC 표준을 지원한다면 언젠가 구루미 서비스가 지원될 거라 기대할 수 있다. 파이어폭스는 이미 웹RTC를 지원한다. 애플 '사파리'와 마이크로소프트(MS) '엣지'도 웹RTC 지원을 예고했거나 단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IE는 예외다. IE는 웹RTC같은 최신 기술을 못 품었다. IE 브라우저에선 구루미 서비스가 동작하지 않는다. 구루미를 쓰려면 IE 대신 다른 브라우저를 깔아야 한다. 이처럼 이용자에게 IE 외의 다른 브라우저를 쓰게 유도하기가 쉽지 않았다. 개인에겐 선호의 문제, 기업에겐 정책적 제약이 작용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 웹표준 지원 브라우저 없으면 앱으로
구루미같은 일개 스타트업이 서비스 배포를 위해 개인의 취향 또는 조직의 정책을 바꿀 수는 없다. 구루미는 다른 해법을 찾았다. 구루미를 웹RTC 지원 표준 브라우저가 아니라,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자바스크립트 프레임워크 '일렉트론'과 'nw.js'를 썼다.
구루미 측 설명에 따르면, 일렉트론과 nw.js는 모두 자바스크립트로 데스크톱 앱을 만들 수 있는 프레임워크다. 구글 크롬의 기반이 되는 '크로미엄'이 포함돼 있다. 윈도 데스크톱의 네이티브API를 자바스크립트 프로그래밍으로 사용할 수 있어, 웹개발자가 빠르게 앱을 개발하도록 돕는다.
이랑혁 구루미 대표는 "일렉트론이나 nw.js을 쓰면 큰 작업 없이 윈도용 구루미 앱을 만들 수 있고, 여기에 사용자 설정, 종료, 잠금 등 편의기능을 더한 트레이아이콘을 구현할 수 있으며, IE 사용자가 '스킴(scheme)'을 이용해 (데스크톱용) 구루미 앱을 호출할 수 있다"는 장점을 설명했다.
또 그는 IE 이용자가 많은 한국 시장 환경에 일렉트론과 nw.js 프레임워크 활용이 어떤 도움이 되냐는 물음에 "IE를 쓰는 고객들은 왜 구루미를 쓰려면 (IE를 놔두고) 크롬을 깔아 실행해야 하느냐 묻지만, IE에서 '구루미 앱'을 호출해 쓸 수 있다고 하면 불만을 표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웹기술 기반 데스크톱 앱, 만능은 아니지만 활용할 만
세계 시장에서 IE 위상은 이미 약하다. 잠재 이용자 다수가 표준 웹기술 지원 브라우저를 쓴다. 이런 환경에서 데스크톱 앱 제공은 대응 플랫폼을 극대화하는 시도다. 선택의 문제다. 반면 한국에서 IE의 위상은 여전히 공고하다. 이런 환경에서 데스크톱 앱 제공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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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기술을 활용해 데스크톱 앱을 만들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쓰는 게 만능 해법은 아니었다. 단점도 있었다. nw.js로 개발된 데스크톱용 구루미 앱은 설치파일 압축 용량만 80MB에 달했다. 웬만한 브라우저 설치파일에 상당한 크기다. 이는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쓸 수 있다는 특징을 희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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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데스크톱 앱 형태로 웹서비스를 배포한 사례는 유명 협업툴 '슬랙'과 또다른 웹RTC 서비스 '웹토렌트' 등이 먼저였다. 이들도 수십MB 설치파일을 배포해야 하는 부담을 감수했다. 최신 웹기술을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유효한 전략임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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