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LG유플러스가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는 SK텔레콤에 대항해 공동전선을 구축한다. 한단계 앞선 'NB-IoT’ 망을 공동 구축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그림인데, 구체적인 협력 방안과 사업 모델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모바일과 IPTV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는 양사가 SK텔레콤을 견제하고자 적과의 동침을 택했지만, 동맹이 얼마나 실효적으로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T-LGU+ IoT 깜짝 동맹…배경은?
KT와 LG유플러스는 3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NB-IoT’ 기술 중심으로 사물인터넷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NB-IoT란 LTE, 3G 등 기존 이동통신 방식보다 좁은 200㎑의 대역폭을 이용해 원거리에 있으면서 전력 소비가 낮은 사물간 소량 데이터 통신에 특화된 사물인터넷 표준 기술이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갑작스러운 동맹이 전국에 LTE-M과 로라망을 구축한 SK텔레콤을 공동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당초, 이번 기자 간담회를 지난 달 31일 단독으로 일정을 공지했다가, 간담회를 하루 앞둔 어제 LG유플러스와의 공동 간담회 행사로 임원 명단을 바꿨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사물인터넷 전용망인 '로라' 네트워크를 전국으로 구축하고, 3월에는 기존에 구축한 LTE-M망을 활용한 하이브리드형 서비스로 본격적인 사물인터넷 시대를 선언했다. 또한 50여개 파트너사들과 'SK텔레콤 IoT 파트너스' 출범식도 진행했다. 아울러 모듈 전문기업 3개사를 통해 국산화 된 로라 전용모듈 10만개를 사전 신청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했다.
로라 네트워크는 NB-IoT와 LTE-M과 달리 비면허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용모듈 가격이 기존 LTE 모듈 대비 약 1/5 수준이어서 다양한 디바이스가 개발될 수 있고, 적은 투자비 로도 실생활에 부담 없이 바로 적용 가능한 것이 강점이다.
■“내년 1분기 상용화...세부 계획은 논의중"
KT와 LG유플러스는 3일 간담회에서 양사의 협력이 어느 부문에서, 또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구체적 답변은 피했다. NB-IoT에 대한 강점과, 전체 사물인터넷 시장 전망을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할애됐을 뿐이다. 네트워크 공동 사용 여부, 투자계획, 수익 배분 등 핵심 질문에 대한 답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동 협력에 따른 계약도 없었다.
KT 김준근 기가 IoT사업단장은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면서 “다른 옵션 때문에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인데, 양사 네트워크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옵션으로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다만 KT와 LG유플러스는 내년 1분기 NB-IoT 상용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각사의 사물인터넷 노하우를 공유하고 조만간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로라는 유럽에서, NB-IoT는 한-중-일이 주도하는 통신 사업자 중심의 사물인터넷 전용 통신망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SK텔레콤을 의식해 성급히 양사 협력이 발표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대신 LG유플러스 안성준 IoT사업부문장은 “내년 1분기 서비스가 목표인 만큼, 이미 상당히 진도가 나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로라 보다 우위" VS "가격경쟁력 로라가 앞서"
KT와 LG유플러스는 NB-IoT가 SK텔레콤의 로라 네트워크 보다 비교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로라가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에 있지만, 칩셋 소싱을 두 회사가 함께 하면 칩셋에 한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SK텔레콤이 책정한 칩셋 가격은 5달러인데, 이보다 낮출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또 SK텔레콤이 로라 망 구축에 1천억원을 들였지만, NB-IoT 수준의 커버리지를 갖추려면 기존 대비 3~4배의 비용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현 수준의 로라망으로는 빌딩 안과 외곽지 커버가 힘들다고 진단했다.
양사의 이같은 주장에 당사자인 SK텔레콤은 로라가 가격경쟁력에서 큰 우위를 지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KT와 LG유플러스의 설명대로 NB-IoT가 넓은 커버리지 등의 장점이 있지만, 가격 경쟁력에서는 로라를 여전히 따라올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준비하거나, 시행 중인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각 기기에 들어가는 칩셋 하나하나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로라의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는 양사가 공동 소싱으로 가격을 낮춰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망 구축 비용도 1천억원 이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내년 1분기 KT와 LG유플러스가 상용화 준비를 마칠 무렵이 되면, SK텔레콤도 NB-IoT를 이용한 사물인터넷 서비스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아직은 사물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글로벌 표준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켜본 뒤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로라와 NB-IoT는 각각의 장단이 있다. 다만 SK텔레콤은 IoT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로라와 LTE-M 네트워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며 “우리도 NB-IoT를 전혀 배제한 것이 아니라,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계속 점검과 대응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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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KT와 LG유플러스는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실생활에 구현하고 적용하기 보다는 큰 그림 차원에서 헤게모니 싸움에만 집중하려는 듯 보인다”면서 “SK텔레콤은 수년 전부터 개념 정도에 그친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가장 빠르게, 또 가장 보편적으로 시작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양측의 공방과 관련해 “오늘 행사는 로라망 서비스를 하고 있는 SK텔레콤과, LTE에 기반 한 KT와 LG유플러스의 힘 겨루기 성격이 강하다"면서 "결국은 사물인터넷에 대한 글로벌 표준이 정립 안 돼서 발생된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