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김효준號 17년 순항...社勢보다 더 큰 功

악재엔 선제적 대응...'지속성장' 기치로 재투자 통해 현지화

카테크입력 :2016/09/09 11:08    수정: 2016/09/09 13:58

정기수 기자

2000년 닻을 올린 BMW코리아 김효준 호(號)는 작년 말 간헐적으로 발생한 차량 화재로 뜻밖의 암초에 부딪혔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위기를 기회로 바꾼 건 수장의 과감한 결단이었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화재 사건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서도 만류를 뿌리치고 직접 나서 머리를 숙였다. BMW코리아는 공식서비스센터에서 관리와 정비를 받은 차량에 대해 모두 보상을 마쳤다. 국산차는 물론 수입차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조치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조사를 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독일 BMW 본사 화재감식팀은 "상당수 차량이 완전히 전소돼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결국 김 사장의 선제적 대응은 차량 화재라는 악재를 '끝까지 고객을 책임진다'는 신뢰로 뒤바꿔놨다.

업계 관계자는 "BMW코리아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수입차 시장 1위를 지켜온 이유는 단순히 세일즈를 잘해서가 아니다"면서 "고객 만족은 물론 한국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공존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해 온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사진=지디넷코리아)

국내 수입차 시장은 지난 20년간 약 45배 성장하면서 작년 20만대 시대를 열었다. 1995년 한국 진출 당시 판매대수 714대에 불과했던 BMW코리아도 그동안 급성장했다.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2만대(2011년), 3만대(2012년) 판매를 넘어서더니 2014년 4만대(BMW, MINI 포함 4만6천746대)를 돌파하고 지난해에는 5만대(BMW, MINI 포함 5만5천378대) 판매 고지를 넘었다. 2009년부터 7년 연속 단 한 번도 국내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외형의 성장은 고스란히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2천352억원으로 전년(571억원)보다 311% 늘었다. 매출액은 2조8천756억원으로 전년(2조2천999억원) 대비 25% 증가하며 3조원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BMW 안성 부품물류센터 조감도(사진=BMW 코리아)

국내에서 얻은 과실은 온전히 재투자한다. BMW코리아는 2011년부터 단 한 번도 본사에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AS 네트워크 확충 등 재투자와 사회공헌 비용을 위해서다. 올 들어서도 경기도 안성 부품물류센터에 1천3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연구개발(R&D)센터에도 200억원을 투입하고 내년까지 본사 파견 직원을 포함해 20명의 인력을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다.

딜러사 AS 인프라 확대를 위해서도 올해 2천억원을 투자한다. 인천 송도에 2018년 2월 준공될 BMW 콤플랙스(복합단지)에도 45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한다. 4천평 대지에 연면적 약 6천평 규모로 조성되는 이곳에는 BMW·미니 전시장, 서비스센터와 함께 교육장, 레스토랑, 카페 등 복합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 해 벌어들인 수익의 절반 이상을 본사 배당금으로 책정하는 경쟁사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30만번째 내방고객인 오창현씨 가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BMW코리아)

독일 본사와 미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국내에 2014년 8월 문을 연 BMW 드라이빙센터도 김 사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 얻어낸 결과물이다. "중국도 아닌 한국에 왜 드라이빙센터를 만들어야 하냐"며 의아해 했던 본사 임원들을 설득해 인천 영종도에 700여억원을 들여 축구장 33개 크기의 드라이빙센터를 건립했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드라이빙센터는 지난달 21일 개장 2년 만에 누적방문객 30만명을 돌파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BMW 드라이빙센터의 효과는 금액으로 환산하기 힘들다"며 "개장 2년 만에 자동차 애호가들이 거쳐가야 할 명소로 잡았고 국내 시장에 드라이빙 레저문화 도입은 물론, BMW에 대한 막대한 이미지 제고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BMW코리아의 총 기부금 규모는 약 40억원에 이른다. BMW코리아 미래재단을 통해 28여억원을, 기타 기부금으로 약 12억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미래재단을 통해 BMW코리아와 딜러사·구입자가 일정금액을 기부한다. 2011년 자본금 36억원으로 설립된 미래재단은 지난해까지 약 183억원을 사회에 직간접적으로 기부했다.

눈부신 실적보다 김효준 사장이 국내 자동차시장에 일궈온 공(功)에 더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BMW 뉴 740e(사진=BMW코리아)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판매 순위에서는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의 신차 효과에 밀려 1위 자리를 내주고 있지만 김 사장은 서두르지 않고 "초심을 잃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게 김 사장의 판단이다.

국내 시장에서 아직 수요가 크지 않은 친환경차 보급에 앞장서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는 것도 동일한 연장선상에 있다. BMW코리아는 현재 전기차 i3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i8을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PHE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뉴 X5 x드라이브 40e'를 선보이고 플래그십 모델인 7시리즈와 베스트셀링카인 3시리즈 PHEV 신차도 출시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글로벌 판매에 돌입하는 2세대 i3의 국내 도입도 예정돼 있다. 신형 i3는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얹어 주행가능 거리가 최대 300km로 늘어났다.

김 사장의 정년은 만 60세가 되는 내년 2월까지다. 최근 본사로부터 '3년 정도 더 일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그는 후계자 물색에 직접 나섰다. 내년 말까지 소수의 후보군을 물색한 뒤 최종적으로 후임자가 결정되면 함께 일하면서 자신의 경영철학과 판매 노하우 등을 전수할 계획이다. 통상 본사에서 정기적으로 임원이 파견돼 CEO를 맡는 수입차업체의 관행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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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김효준 사장이 그동안 거둔 성과로 BMW 독일 본사에서는 한국 시장에 현지인 사장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면서 "김 사장이 추진해 온 비전과 전략을 계승하며 BMW 코리아가 다른 수입차업체들과는 달리 성공적인 현지화 기업으로 자리잡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BMW코리아는 오는 10일 독일 본사가 뮌헨 올림픽경기장에서 창립 100주년 행사를 갖는 데 이어, 다음달 중 국내에서도 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BMW그룹 창립 100주년과 함께 BMW코리아 설립 21주년을 맞아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비전과 목표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