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도 임금협상을 추석 전에 마무리하지 못했다. 노사는 추석 연휴 직후 재교섭에 나설 예정이지만, 절충점을 쉽사리 찾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차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임금 인상폭에 대한 노조의 눈높이가 부쩍 올라간 탓이다.
쌍용자동차가 일찌감치 국내 완성차업계 중 올해 첫 문분규 합의를 이끌어내고 르노삼성과 한국GM 역시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현대차의 협상 테이블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형제 계열사인 기아자동차 역시 노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하반기 판매 확대를 위해 다른 업체들이 차량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동안 현대·기아차의 국내 공장들은 올해도 파업에 발목이 잡혀있을 공산이 커진 셈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전날 오후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제23차 임금협상을 열었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번 협상은 추석 연휴 전 마지막 교섭이었다. 이날 두 번째 잠정안을 마련했다면 9일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12~13일 극적 타결에 이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노사는 추석 연휴가 끝나는 오는 19일 이후 재교섭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의견 차가 적지 않아 자칫 교섭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노조는 "추석 전 타결 등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회사 역시 1차 잠정안 부결 후 노조가 요구한 추가 제시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추석 연휴 전 임금협상 타결을 위해 노사가 대화를 거듭했지만 생산현장 임직원의 과도한 기대수준 등 여러 가지 상황을 판단해볼 때 임금성 안건을 추가 제시하기에는 여건 형성이 안됐다"며 "조속한 타결을 위해서는 노조 측 의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노사는 지난달 24일 ▲임금 5만8천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 + 3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주식 10주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잠정안을 도출했다. 사측은 협상 장기화에 따른 생산 차질 등을 우려해 최대 쟁점이었던 임금피크제 확대안을 철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치러진 찬반투표에서 80%에 가까운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됐다.
현대차는 올해 노조의 16차례 파업으로 차량 8만3천600여 대를 만들지 못해 1조8천500여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아차 노사 역시 지난 5일 열린 제12차 교섭에서 임금 인상과 관련한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하며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편 앞서 지난 7월 27일 쌍용차는 무분규로 협상을 타결했다. 이어 이달 6일 르노삼성과 한국GM도 각각 잠정안을 마련하고 노조의 찬반투표 만을 남겨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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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이미 협상을 완료했거나 타결에 속도를 보이고 있는 점은 현대·기아차 노조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며 "귀족 노조라는 곱지 않은 여론과 파업에 따른 판매 부진도 노조가 임금 인상 등 요구사항을 계속 밀어붙이는 데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파업으로 현대차는 국내시장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17.6% 급감했다. 기아차 역시 10.4%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