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반출, 11월엔 결론낼 수 있을까?

부처간 입장차 여전..."책임 회피" 논란도

인터넷입력 :2016/08/25 10:55    수정: 2016/08/25 14:20

황치규 기자

정부가 24일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건에 대해 승인 여부 결정을 다시 보류한 것이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주무부처인 국토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도 24일 관계 부처 회의에서 이번 이슈에 대해 결론을 내린다는 입장이었고 공무원 및 국내 IT업체들 사이에서는 불허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무게가 실렸다.

그럼에도 명쾌한 결론이 나오지 않자, "정부가 예민한 이슈에 대해 결정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쏟아지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전형적인 시간을 끌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응 방식 놓고 부처간 의견 엇갈려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시도 이슈는 지난 2개월 동안 정치권과 학계, 그리고 시민단체까지 뜨겁게 달궜다. 찬반 논란이 뜨거웠던 만큼, 정부 결정은 어떻게 나오든 상당한 휴유증을 동반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승인 결정이 내려질 경우 안보 이슈 뿐 아니라 국내 업체들과의 역차별 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컸고 반대로 불허 결정이 나오면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들의 불편 등 경제적으로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분위기였다.

정부 부처들 사이에선 국방부나 국가정보원 등 안보 관련 부처들은 데이터 반출을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산업부나 미래창조과학부 등 경제 관련 부처는 안보 우려는 공감하나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처간 입장이 계속 엇갈리면서 관계 부처 협의체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구글지도의 위성사진 모드로 본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본사 구글플렉스와 주변 지역.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건에 대한 승인 여부는 정부 관계부처 협의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협의체는 국토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이 주관하고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 관계자가 참석한다. 협의체에서 합의를 하면 국토부가 승인을 하는 의사 결정 구조다.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관련한 24일 회의는 이런 방식으로 진행됐고 앞으로 있을 회의에서도 이같은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건과 관련한 결정을 11월 23일까지로 늦춘 상황이다. 그전에 협의체 회의를 열어 결론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부처간 입장이 여전이 다른 만큼, 다음 회의에서도 유보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글과의 입장차 좁힐 수 있을까?

국토부는 24일 협의체 결론을 내지 못한 것과 관련해 지도정보 반출시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국내 공간정보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 등에 대대해 심도있게 논의한 결과 구글과 안보, 산업 등 제반 사항에 대한 추가 협의를 거쳐 지도 정보 반출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다.

구글과 추가 협의를 거친다는 대목이 주목된다. 구글과 한국 정부가 그동안의 입장 차이를 좁힐 수도 있어 보여서다.

당초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시도 논란의 핵심은 허가 여부가 아니었다. 정부가 내건 조건을 구글이 수용하느냐가 쟁점이었다.

논쟁을 좁히면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가져가려면 한국 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국내 업체들에게 요구하는 수준의 규제 정도는 지켜야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구글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불가 입장으로 나오면서 공방이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국가정보원이나 국방부 등의 정부 부처는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반출할 경우 안보 위협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구글이 반출한 국내 지도 데이터와 구글 위성 사진을 결합하면 주요 시설들에 대한 안보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감안해 국토부는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려면 주요 안보 시설이 위성 사진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이른바 '블러'(blurred) 조치를 취해야 반출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국내 업체들도 이같은 기준을 따르고 있다.

그런만큼 글로벌 표준만 강조하고 한국 정부의 요구 사항은 받아들이지 않는 구글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이 IT업계 내에서도 적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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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한국에 서버를 직접 구축하면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가져가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와 관련해 구글은 데이터 보안성과 서비스 효율성 및 안정성을 위해 해당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구글이 한국 지도서비스를 제공 하기 위해서는 지도데이터 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에 서버를 두더라도 데이터 반출은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현재 분위기를 보면 지도 데이터 반출 건과 관련 구글의 입장이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구글코리아는 24일 정부 협의체에서 심의 연기 결정이 내려진 진후 "입장은 이전과 동일하다. 회사 입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자리를 갖는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