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애플, '아이폰7'이 건질까

두 분기 연속 역성장…7효과 '기대반 우려반'

홈&모바일입력 :2016/07/27 11:40    수정: 2016/07/28 09:16

정현정 기자

무섭게 달아올랐던 애플의 성장엔진이 빠르게 식고 있다. 무엇보다 성장 견인차 역할을 했던 아이폰의 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애플은 26일(현지시간) 2016 회계연도 3분기(4~6월) 매출이 423억6천만달러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4.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감소다.

같은 기간 아이폰 판매량도 4천40만대로 지난해 3분기 4천750만대 대비 줄어들었다. 애플 전체 매출의 3분의 2를 책임지는 아이폰 판매가 주춤하면서 실적도 함께 악화됐다.

아이패드나 애플워치 등 다른 제품군도 시장에서 큰 반향을 얻지 못하면서 아이폰을 대체할 신무기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눈길은 9월 출시될 '아이폰7'(가칭)에 쏠리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애플워치가 아이폰6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씨넷)

■ 줄어드는 아이폰 판매량, 왜?

지난 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시장전망치였던 3천970만대를 상회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15%가 줄어들면서 두 분기 연속 감소 추세다. 일찌감치 케이 휴버티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올해 애플 아이폰 판매량이 2억1천800만대를 기록해 지난해 대비 5.7%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을 내놓은 상태다.

아이폰 부진의 원인으로는 스마트폰 시장 자체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애플의 강점인 프리미엄 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점이 결정적이다. 그러다보니 프리미엄부터 보급형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가진 다른 안드로이드 제조사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난해 9월 내놓은 신제품 아이폰6S가 전작과 비교해 기능과 디자인에서 차별화 요소가 거의 없다는 혹평을 들으며 어두운 전망이 드리웠다.

이런 가운데서도 지난 1분기(2015년 10~12월) 아이폰 판매량은 7천478만대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성장률은 눈에 띄게 둔화됐다. 이어 2분기에는 아이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보다 16% 감소한 5천120만대로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9년 만에 첫 역성장을 기록했다.

애플 매출의 3분의 2를 책임지는 아이폰 판매량이 꺾이면서 애플 전체 실적도 휘청거리고 있다.

■'아이폰SE' 승부수…양 쫓다 질 놓쳤나

실적 부진에는 지난 3월 애플이 보급형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4인치 제품인 '아이폰SE' 변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SE 판매량은 기대보다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전체 판매량 중 아이폰SE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평균판매가격(ASP)을 낮추는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분기 아이폰 판매 대수는 지난해 대비 15% 줄어든 반면 매출은 23%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폰 ASP도 595달러로 지난해 662달러 대비 10%가 빠졌다. 결론적으로 보급형 제품인 '아이폰SE' 판매 비중 증가에 따른 단가 하락이 더해지면서 상황이 악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애플은 이런 분석에 동의하진 않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아이폰SE는 신흥 시장에서 이전에 아이폰을 사용해 본 적이 없던 사람들을 유인했다”면서 “분기 내내 아이폰SE 수요가 공급을 앞질렀다”고 언급했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프리미엄 아이폰과 아이폰SE 간의 카니발라이제이션은 없었다”면서 “오히려 아이폰SE를 통해 새로운 소비자들을 모을 수 있어 기쁘다”고 설명했다.

아이폰SE를 성공적으로 평가한 애플은 인도 등 신흥시장 공략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중국과 인도를 직접 방문하며 시장 공략 의지를 다진 팀 쿡 CEO는 지난 분기 인도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고 컨퍼런스콜을 통해 확인했다. 애플은 인도에 더 많은 애플스토어를 개점하는 것도 계획 중이다.

아이폰SE의 크기 및 디자인은 아이폰5S와 거의 똑같다. (사진=씨넷)

■아이폰7으로 반전 가능할까?

이번 분기 애플 실적에서 더 큰 관심사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였다. 전통적인 성수기인 9월 분기에 어느 정도 성적을 낼 지가 더 큰 관심사였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 부분도 그다지 밝은 편은 못 된다. 애플 워치를 비롯해 아이폰 이후를 책임질 제품들이 여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 그러다보니 올 가을 출시될 아이폰7이 그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하지만 아이폰7도 전작에 비해 획기적인 업그레이드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다보니 아이폰7가 전작들이 보여준 성장세를 재현하기는 버거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태다.

올해 출시될 아이폰 신제품은 전작인 아이폰6S의 기본 섀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듀얼 카메라 등 일부 새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대신 안테나선을 기기 상하단으로 숨겨 좀 더 깔끔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동시에 3.5mm 이어폰잭을 제거해 두께를 좀 더 얇게 만들고 방수 기능을 추가하는 정도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 보니 애플이 신제품을 아이폰7이라는 모델명을 붙이는 대신에 '아이폰6SE' 등 다른 이름을 붙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는 내년에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기 위해 올해는 한 템포 쉬어갈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이나 애플이 아예 신제품 업그레이드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늘릴 것이라는 니혼게이자이의 보도도 나왔다.

일단 애플이 내놓은 4분기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애플은 이날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4분기(7~9월) 매출 가이던스로 455억달러에서 475억달러를 제시했다. 515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3분기 연속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톰슨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전망치 평균인 457억달러보다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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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다음 분기 아이폰 판매량에 대해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지 않았지만 시장조사업체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시장 컨센서스는 4천300만대 수준이다. 진 먼스터 파이퍼제프리 애널리스트도 "애플의 다음 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고려하면 9월 마감 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4천300만대에서 4천500만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시장도 애플의 기대감에 부응한 상태로 보인다. 현재 애플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6.8% 상승한 채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