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대만)=박수형 기자> 식물과 대화를 할 수 있을까. 그렇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스마트폰에 설치된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을 이용한다. 앱으로 질문을 건넸더니 곧장 답이 온다. “온도는 괜찮은데, 습도가 부족하다”고 한다. 감정 상태를 표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인형이 우는 모습으로 거든다.
갓 스무살에 이른 대만 대학생 셋이서 만든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플랜트 페어리(Plant Fairy)’ 이야기다.
왜 이런 걸 만들었냐고 물으니 "식물을 키우면서도 애완동물처럼 소통의 감정을 느끼면 더욱 즐겁지 않겠느냐"는 게 그들한테서 돌아온 답이다.
이들은 인텔의 IoT 생태계 확장 프로그램에 뛰어든 학생들이다.
인텔의 IoT 전용 모듈인 에디슨 보드를 활용, 화분 주변의 센서가 인식한 정보를 클라우드 서비스에 올리는 개념이다.
이를테면 흙은 얼마나 말랐는지, 대기 중 습도는 어떤지, 화분이 위치한 곳 온도는 어느 수준이고 햇볕은 잘 드는지 말단 센서에서 컴퓨팅 모듈을 거쳐 데이터 센터를 통한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동원된다.
이렇게 모아진 정보는 인형의 표정으로 드러난다. 습도가 부족한 환경을 가정하고, 센서를 마른 곳으로 옮기면 곧바로 인형은 우는 표정을 짓는다.
스마트폰 앱으로 식물과 대화를 이르는 장면은 흥미롭다.
집 밖에서 “너 지금 어때?”라고 물으니 센서로 측정하는 온도, 습도 등의 정보를 글자로 나열한다.
물론 한창 화두인 인공지능(AI) 수준에 이르는 대화 내용은 아니다. 식물의 대화는 인텔 클라우드를 활용한 채팅 봇이 대신 했다고 한다. 잘 조련된 동물과도 소통하기 어려운데 식물과 이 정도 소통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플랜트 페어리를 만든 대학생들은 "단 이틀 만에 서비스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며 "당장 이 개념으로 돈을 벌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순수하게 고백한다. 그리고선 한참 고민하더니 "각종 마케팅 활용 수단에 쓰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발한 아이디어 덕인지, 수상 경력도 있다. 각종 대회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로 호평이 오가고, 개발자들 사이에선 소문이 자자하다고 한다.
또 인텔이 IoT 개발자 생태계를 소개하는 자리에 초대된, 동북아 지역에서 손에 꼽은 팀 가운데 하나다. 이 자리에서 가장 어린 친구들이지만 누구보다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인텔은 수년 전부터 IoT 개발자를 끌어모았다. 단순한 자금 조달 방식을 넘어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답게 아톰 칩셋을 탑재한 에디슨 보드를 내놨다.
에디슨 보드를 가지고 레고 블록을 다루듯이 IoT 제품을 통한 서비스 구현을 누구나 해볼 수 있게 했다. 취미 수준에서 시작해 산업적 확산까지 이를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여기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도구와 인텔 클라우드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까지 제공했다.
덕분에 글로벌 100만명에 이르는 개발자들이 모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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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인텔 IoT 개발자들이 아이디어를 겨루는 모습이 TV 프로그램으로 방영됐고, 시즌제로 다음 시리즈도 나올 예정이다.
또 다른 아이디어를 가진 새로운 개발자들이 플랜트 페어리처럼 참신한 IoT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