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하면 어떡할래?...IoT 스타트업 어웨어의 비전

노범준 대표 "속도 경영과 생태계 구축에 집중"

홈&모바일입력 :2016/02/25 16:35    수정: 2016/02/26 10:18

황치규 기자

기자 입장에서 제조도 직접하는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은 삼성전자나 애플이 뛰어들어도 생존할 수 있느냐다. 돈이 될만 하다 싶으면 대형 제조사들이 결국 규모의 경제로 밀어부칠 수도 있는데, 스타트업이 그걸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공기 상태 측정기인 '어웨어' 제조 스타트업 비트파인더도 삼성이나 애플이 들어와도 버틸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속도전입니다."

노범준 비트파인더 대표는 구글이나 삼성전자도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시장에서 플레이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승부수는 속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보다는 이것저것 덜 따지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속도로 밀어부쳐 대기업의 공세라는 위협 요인을 돌파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트파인더는 실내 공기 상태를 측정하는 기기인 '어웨어'를 판매하는 스타트업으로 지난해 설립됐다.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고, 한국은 지사를 운영 중이다. 직원은 한국에 6명. 미국 본사에 5명이 있다. 인원수만 놓고 보면 정말로 작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이다.

규모는 작지만 비전은 야심만만하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꿈꾸는 것은 물론 사물인터넷(IoT) 환경에서 어웨어를 기반으로한 생태계 구축 전략도 갖고 있다. 이대로 가면 머지 않아 대기업과 일대일 대결을 벌일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노 대표가 계속 속도를 강조하는 이유다.

노범준 비트파인더 대표

노범준 대표의 속도 경영은 2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하나는 공기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들을 최대한 빨리 그리고 많이 까는 것이다. 어웨어 하드웨어를 많이 팔겠다는 얘기다.

어웨어는 작은 스피커 형태로 실내 곳곳의 공기질을 실시간으로 측정, 어웨어 스코어로 집계해 보여 준다. 공기점수 집계를 위해 측정하는 항목은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VOC(포름알데히드, 벤젠 등의 휘발성유기화합물), 미세먼지 5가지다. 어웨어로 측정한 실내 공기 상태는 어웨어 앱에서 보다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어웨어 앱을 켜면 5가지 항목에 대한 각각의 점수를 그래프로 볼 수 있다.

그래프는 초록색(좋음), 노란색(보통), 빨간색(나쁨) 등 신호등 색깔이 활용돼 사용자가 쉽게 판단이 가능하다. 어웨어는 지난해 11월 미국에 먼저 출시됐고 최근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가격은 대당 199달러다.

판매 방식은 개당 판매다. 비트파인더는 여기에 더해 올해 2~3분기 기업들을 상대로 매달 얼마씩 받고 어웨어를 제공하는, 서브스크립션 모델도 도입할 계획이다. B2B 시장 공략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게 노범준 대표 설명이다.

노 대표에 따르면 어웨어를 쓰면 좋은 곳은 일반 가정 뿐 만이 아니다. 택시와 버스 같은 대중 교통 수단들도 공략 대상이다. 노범준 대표는 "실내 공기는 밖보다 5~-10배가 안좋다"면서 "대중 교통 서비스도 환기, 제습, 가습, 청정을 효과적으로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어웨어

어웨어는 하나 구입한다고 집안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방3개에 거실 하나 있는 집이면 이론적으로 4개는 갖춰야 한다. 하나 가격이 199달러임을 감안하면 집안 전체에 들여놓기가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이에 비트파인더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거실에 199달러 짜리 어웨어를 하나 깔고 방에는 저렴한 제품을 두면 효과적인 공기 상태 측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속도전을 위한 두번째 키워드는 생태계 구축이다. 어웨어라는 하드웨어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회사들과 손을 잡는 것이 핵심이다.

어웨어에서 공기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결과가 나오면 가습기나 공기청정기를 조절하는 등 이것저것 취해야 하는 조치들이 있다. 이걸 가급적 쉽게 해주는게 생태계 전략의 기본틀이다. 지난달 비트파인더가 홈클리닝 서비스 업체 홈마스터와 제휴를 맺은 것도 이 때문이다. 양사 협력은 홈마스터 클리닝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어웨어로 측정한 청소 전후 공기 측정 데이터를 공유하고, 이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이사 청소 시 새집 증후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제거하고, 이를 어웨어를 통해 검증하는 방식이다.

비트파인더는 올해 하반기 기존 가전 제품들과 어웨어를 연결할 수 있는 기기인 '커넥트'도 선보인다. 가전 기기에 커넥트를 연결하면 어웨어와 연동이 가능해진다. 어웨어 측정 결과 공기 상태가 좋지 않으면 커넥트에 연결된 가전 기기들이 자동으로 가동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건조하면 가습시가 알아서 켜진다는 얘기다. 회사측에 따르면 현재 나와 있는 가전 제품들 중 절반 이상이 커넥트와 호환될 것으로 보인다.

비트파인더는 신축 건물들에 대해서는 어웨어와 빌딩 관리 시스템을 연결하는 것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역시나 어웨어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생태계 구축 전략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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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어의 속도를 뒷받침하는 역량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있다. 비트파인더의 넘버원 주특기는 데이터 분석이다. 어웨어가 수집하는 공기 상태를 분석할 수 있는 것, 그걸 가공해서 다양한 응용 분야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용자가 최적의 환경을 스스로 설정하지 않아도 어웨어가 알아서 공개 상태를 측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고자 하는 곳의 공기 상태를 미리 확인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여기저기 깔려 있는 어웨어에서 수집된 공개 상태는 비트파인더 시스템에 통합되기 때문이다. 비트파인더는 이걸 기반으로 다양한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노범준 대표는 "빌딩 소유자들이나 관리인들에게 의미있는 리포트를 주려면 뒷단에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 역량이 핵심일 수 밖에 없다"면서 "분석 역량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