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양대 산맥이 360도 영상 촬영이 가능한 기기를 동시에 선보였다. 가상현실(VR)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같은 날 한곳에서 경쟁사들의 이같은 행보는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침체에 접어드는 시기에 두 회사에 모두 올해 명운이 걸린 전략 스마트폰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스마트폰의 주변기기로 내놓은 제품에 쏟아졌다.
특히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주로 쓰이는 스마트폰과 달리 360도 VR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기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21일(현지시간) MWC 2016 개막에 하루 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각각 ‘기어 360’, ‘LG 360 VR’을 공개했다.
■ 360도 영상 촬영이 뭐길래
첨단 ICT 디바이스 시장에서는 조그만 차이로 차별화를 이끌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는 제조사의 의지가 분명히 반영된다.
반면 이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보인 두 제품은 모양과 방식이 다소 다를 뿐 큰 차이는 없다. 두 회사 모두 휴대성을 강조했고, 누구나 360도 영상을 촬영한 뒤 각종 온라인 및 소셜 플랫폼에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
360도 영상 촬영 기기가 그간 없던 것은 아니다. 여러 회사들이 360도 촬영 기능을 갖춘 디바이스를 선보여왔다. 다만 지금까지는 촬영 기기의 액정을 통해 애써 제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VR이 유망 산업으로 떠오르자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미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 스트리트뷰 등의 유명 글로벌 IT 플랫폼 서비스는 360도 영상 콘텐츠를 끌어모으는 시도에 힘을 실었다.
■ VR 콘텐츠, 개인별 360도 영상 콘텐츠로 시작?
오큘러스, 기어VR 등 VR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기기를 내놓는 회사마다 콘텐츠 제작 활성화를 위한 생태계 조성을 화두로 꼽았다. 그만큼 기기를 만들 능력이나 수준은 충분하지만 콘텐츠 부족이 산업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목돼왔다.
국내에서도 VR 등 디지털 콘텐츠 진흥 정책을 담당하는 이들도 콘텐츠 산업 활성화가 VR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최선책이라며 이같은 고민을 줄곧 해왔다.
산업적인 가치를 인정, VR 콘텐츠 제작에 먼저 뛰어든 곳은 게임업계다. 충분한 가능성은 인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상업적인 성공이라고 이를 수 있는 사례까지 나오지는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기어VR과 LG 360 VR이 시사하는 점은 크다. 특정 업계의 상업적인 콘텐츠 생산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갤럭시S7이나 G5와 같은 스마트폰 이용자가 스스로 만드는 콘텐츠 시장을 바라본 디바이스란 이유에서다.
즉, 개인이 만든 콘텐츠가 공유(유통)되고 다시 생산되는 행위를 통해 VR 콘텐츠의 생태계 물꼬가 틀 수 있다는 계산을 스마트폰 제조사가 내놓았다는 뜻이다.
■ 페이스북, 구글스트리트뷰를 넘어선 플랫폼 나올까
당장 삼성의 기어VR과 LG 360 VR을 통해 생산된 360도 영상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은 구글 스트리트뷰다. 두 회사 모두 신제품 발표 행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서비스는 구글 스트리트뷰였다.
페이스북의 360도 영상 업로드 서비스 역시 삼성과 LG의 360도 영상 촬영 기기로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국내 이동통신 산업의 데이터 트래픽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튜브 역시 같은 사례로 볼 수 있다.
개인이 직접 만든 360도 영상이 이같은 서비스에서만 그친다면 특정인의 자기만족에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과 LG같은 글로벌 ICT 제조업계가 뛰어든 만큼 다양한 콘텐츠 생산이 이뤄지면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이달 초 내놓은 ‘VR/AR 제품 플랫폼의 경쟁 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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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비즈니스 생태계 이론 관점에서 제품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적절한 킬러앱이나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소비자를 확보하면 다시 보완재 회사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지는데 현재 이 유형이 유사항 성장 모델을 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까지 360도 VR 동영상이라는 단순한 수준이긴 하지만 유튜브에 이미 400만개의 콘텐츠가 확보되면서 플랫폼으로서 보완재의 규모 경제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