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뱅킹 전용앱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앱이나 웹서비스에서 계좌이체, 조회, 대출 등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을까. 최근 예비인가심사를 통과한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K뱅크가 '오픈API'를 통해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픈API는 올해 하반기 들어 모바일을 넘어 금융권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 됐다. 시중은행들도 오픈API를 외치는 상황이다. 오픈API는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내부 정보를 외부 개발자들에게도 오픈해 여러가지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방법이다. 핀테크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금융권 내부에서도 오픈API를 통해 외부로부터 혁신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11월 29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은행업 예비인가심사를 통과한 카카오 주도의 카카오뱅크, KT가 중심이 된 K뱅크도 오픈API를 통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금융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두 은행의 오픈API 전략이 특히 관심을 끄는 건 카카오와 KT 모두 오픈API에 나름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이 태생인 시중은행들과 달리 온라인 중에서도 스마트폰이라는 환경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만큼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오픈API 확산에 나름 유리한 점이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카카오톡으로 계좌이체, 잔액조회, 개인송금 외에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 외에 오픈API를 통해 외부 앱에서도 금융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 K뱅크도 부동산 중개앱을 이용하는 도중 직접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오픈API뱅킹을 구현하는 것을 사업모델 중 하나로 내세웠다.
카카오뱅크의 주요 서비스 개발을 주도하게 될 카카오는 이미 지난해 2월부터 '카카오 디벨로퍼스'라는 오픈AP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링크 등을 외부 앱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API를 공개한 것이다. 이외에도 외부 앱이 사용자관리, 푸시알림, 앱로그 분석 등을 연동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지원한다.
아직 카카오 디벨로퍼스와 같은 오픈API가 카카오뱅크에도 도입될 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11월30일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카카오뱅크 TF팀장인 카카오 윤호영 부사장은 "오픈API 기반 개방형 금융플랫폼을 통해 외부 전문역량을 활용하고 연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뱅크 계정 하나로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를 연계해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설명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게임 for 카카오처럼 카카오뱅크 앱 내부에 서비스를 포함시키거나 반대로 외부 서비스에서 카카오뱅크가 제공하는 정보를 활용하게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IT인프라도 시중은행들과 달리 유연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K뱅크가 내세운 '오픈API뱅킹' 역시 같은 맥락이다. K뱅크는 전자상거래,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부동산 중개 앱 등에서 자사 금융정보를 연동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K뱅크 관계자는 "기본 콘셉트는 하나의 K뱅킹앱으로 모든 서비스를 하면 시스템이 무거워지는 만큼 이보다는 간편하게 어디서든 금융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지원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며 "예를들어 부동산중개앱 등에서 집을 고른 뒤 오픈API를 통해 연계된 K뱅킹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와 연동해 대출가능한도를 조회하고, 직접 대출까지 이뤄질 수 있게 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부 앱에서 K뱅킹앱이 띄워져 별도로 실행될지, 아니면 외부앱 내에서 직접 대출서비스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구현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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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뱅크는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는 한화생명, 현대증권 등과도 오픈API를 통해 연동해 개인별 재무상황을 분석해 맞춤형 자산관리(로보어드바이저) 등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오픈API를 활용하는 것은 외부로부터 혁신을 끌어올 수 있고, 개발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높은 전략이다. 그러나 금융서비스를 대상으로 내부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인 만큼 허가되지 않은 개발자 혹은 해커들에게 노출될 가능성이나 누구에게 어느 정도 수준까지 내부 정보를 공개해야할지 등에 대한 관리적인 문제에도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