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지난 2011년 수많은 비관론과 의구심 속에 텀블벅(대표 염재승)이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작 하자마자 서버 다운으로 3일치 데이터를 모조리 날린 허술한 시작이었지만 최근 불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 바람 앞에 이들을 빼놓을 수는 없다.
지난 2011년 정식 서비스 런칭 이후 누적 펀딩 금액 약 44억 원으로 1천10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며 창작자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국내외 다양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사이에서 텀블벅의 색은 확실히 눈에 띈다.
지난 2013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영화 ‘지슬’, 지난해 여름 입소문만으로 관객수 4만5천을 돌파한 영화 ‘족구왕’, 송호준씨의 세계 최초 개인 인공위성 프로젝트 ‘망원동 인공위성’ 등 신선함과 독특함으로 이름을 알린 프로젝트들이 텀블벅을 통해 자금을 모았다.
염재승 텀블벅 대표는 “텀블벅의 정체성이자 중심은 크리에이터”라며 “무엇이 됐든 창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동경이 텀블벅의 존재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등 이른바 돈 되는 크라우드 펀딩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최근에도 텀블벅은 꾸준히 창작에 집중한다. 이슈 형성에 큰 효과가 있는 기부 목적 프로젝트도 허용하지 않는다.
추후 발전 역시 창작자들의 고민을 좀 더 배려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창작자들과 크라우드 펀딩 간에 괴리가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직 많은 창작자들이 자금조달의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 크라우드 펀딩 모델을 창작의 도구로 삼는 데 주저한다. 설익은 단계의 아이디어를 판매한다는 크라우드 펀딩의 현 개념은 완성된 결과물로 승부해야 하는 아티스트들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이용자 피드백을 받아 개선된 결과물을 내놓는 게 중요한 제품 생산과 창작물이 다른 부분이다.
이에 텀블벅은 창작자들의 실질적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염재승 대표가 창작자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영화인을 꿈꾸던 학생 시절이 있다. 주위 많은 친구들이 당장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작업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고 돈과 상관없이 재밌는 걸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염 대표는 “기술 발전으로 개인이 충분히 좋은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됐는데 돈을 구하는 방식만은 아직도 낡은 채 그대로라는 위기의식이 컸다”며 “여기에 뭔가 하는 기분을 내고 싶다는 철없는 생각이 합쳐져 텀블벅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에야 텀블벅이 잘 돼 계속 하고 있지만 처음 시작하던 당시만 해도 다시 학교로 돌아가 영화를 만들 계획이었다”며 “별 다른 사명의식 같은 건 없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텀블벅이 마구잡이로 서비스를 시작한 건 아니다. 지난 2011년 당시 많은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들이 사라진 가운데 텀블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텀블벅이 가장 공 들인 부분은 결제 시스템 간소화다. 아이디어만 믿고 돈을 투자하는 크라우드 펀딩 모델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결제가 쉬워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텀블벅은 본인인증, 환불 등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고 결제 단계를 줄였다.
이와 함께 소규모 프로젝트를 꾸준히 성공시키는 데 집중, 텀블벅에서 펀딩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었다. 펀딩을 성공시키기 위해 기간을 늘리거나 진행 중 목표 금액을 바꾸는 대신 펀딩 시작 단계부터 규모에 맞게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게 텀블벅의 방식이다.
텀블벅 자체도 욕심 부리지 않는다. 무리하게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프로젝트의 영역을 확장하기보다는 플랫폼 자동화 등 기술적 개선과 창작자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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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전체 후원금 1억2천만 원으로 시작해 매년 4배씩 성장해온 텀블벅의 비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 네이버, DCM, 스트롱벤처스가 공동으로 17억 규모를 투자한 이유도 여기 있을 것이다.
염 대표는 “아이폰, 레진, 카카오톡처럼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탁월한 서비스나 제품이 해당 생태계를 바꾼다”며 “텀블벅은 성장 자체만을 향해 달려가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창작자들을 위한 진정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