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중국)=정현정 기자>제1회 ‘인터내셔널 CES 아시아’(이하 CES 아시아)가 27일 사흘 간의 일정을 끝내고 폐막했다.
매년 초 전미가전협회(CEA)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하는 CES는 한 해 IT 업계 트렌드를 볼 수 있는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박람회다. CES가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IT 업계에서 높아진 중국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전시회는 규모 면에서 성공적이었다. CEA가 당초 예상했던 참관객 수는 1만5천명이었지만 최종 집계 결과 CES 아시아를 방문한 관람객은 2만5천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시업체 수도 총 17개국 200여개로 전시에 참가한 언론 매체의 수만 해도 1천여개에 이른다.
올해 CES 아시아는 ‘혁신’·‘커넥티드’·‘사물인터넷(IoT)’라는 세 가지 큰 주제를 키워드로 열렸다. 중국 상하이 뉴인터내셔널엑스포센터(SNIEC) N1과 N2홀 두 곳에서 진행된 전시에는 3D프린팅, 오토모티브, 콘텐츠 및 온라인, 그린 테크놀로지, 건강, 홈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모바일, 로보틱스, 스마트홈, 스포츠 및 피트니스, 4K UHD, 비디오 게임, 웨어러블 등 14개 카테고리의 다양한 제품이 전시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웨어러블로 전체의 20% 비중을 차지했다. 또 자동차와 관련 기술 업체 수도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스마트홈 관련 업체들도 20여개가 참가했다. 라이프스타일과 3D프린팅 관련 업체들의 참가도 그 다음으로 많았다. 소비자 구매 성향 조사 업체도 이번 CES 아시아에 참가업체로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게리 샤피로 CEA 회장은 올해 CES 아시아에 대한 총평으로 “TV 제조사들이 오디오를 만들거나 업계 간 협력이 늘어나는 등 산업 간의 ‘크로스오버’적인 특징이 두드러졌다”면서 “규모로 따지면 지난 1967년 뉴욕에서 처음 열린 제1회 CES 보다 클 정도로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CEA가 첫 CES 프랜차이즈 행사 장소로 중국을 택한 이유는 커져가고 있는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과 함께 중국의 거대한 시장과 인구, 매년 5% 수준의 소비자 가전 분야 성장 속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상하이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 힘도 컸다.
실제로 13억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는 대단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다. 아우디는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최대 인터넷 업체 바이두, 최대 통신장비 제조사 화웨이, 최대 이통사인 차이나모바일과의 협업을 발표했다. 포드도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 태양광 업체 트리나솔라 등 업체들과 협력해 이산화탄소 감축 등 활동을 진행하는 친환경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첫 날 기조연설에 나선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도 하이얼과 협력해 오는 하반기부터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등 중국 주요 도시 곳곳에 무선충전 인프라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처음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이번 CES 아시아는 몇 가지 아쉬움도 남겼다. 특히 ‘CES 아시아’ 보다는 ‘CES 차이나’라는 명칭이 어울릴 만큼 이번 행사는 중국 시장에 대부분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총 17개국의 참가 업체와 2만5천여명의 참관객 중 55%가 중국 본토에서 참가했다. 전체의 18%가 다른 아시아 국가, 아시아 이외 국가 참가자 비중은 나머지 27%였다.
또 자동차 제조사들을 제외하고는 소비자 가전 분야에서 아시아의 메이저 업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회사 역시 하이센스와 징동(JD닷컴), 차이나모바일 정도였다. TCL이나 창홍, 하이얼 등 TV와 소비자가전 업체가 모두 불참했고 화웨이나 샤오미 등 모바일 분야 주요 업체들도 행사에 참가하지 않았다.
특히 중국과 함께 동북아를 대표하는 국가인 한국과 일본 업체들의 참가가 없었다는 점도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다. 후원기업으로 이름을 올린 삼성전자는 전시부스 대신 미팅룸 성격의 소형 부스를 마련했지만 이곳은 행사 기간 내내 굳게 닫힌 상태로 실질적인 비즈니스 미팅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일본 업체들은 단 한 곳도 이번 CES 아시아에 참가하지 않았다.
샤피로 회장은 “전시회 참가 여부는 전적으로 각 기업들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첫 회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아마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면서 “(삼성과 LG를 비롯한)한국 업체들을 내년에는 CES 아시아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제품 전시와 신기술 발표 역시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5에서 이미 공개됐던 것들로 CES 아시아만의 ‘월드프리미어’가 없다는 점도 참석자들에게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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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비자들이 중심이 되다 보니 국제전시회임에도 불구하고 부스 내 설명 표지판과 팜플렛 등이 모두 중국어로 구성돼있어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중국 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참관객이 중국인인 만큼 별도 영문 설명서는 만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첫 행사로 절반의 성공을 거둔 CES 아시아가 내년 행사부터는 더욱 덩치를 늘려 아시아를 대표하는 IT 전시회로 거듭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제2회 CES 아시아는 내년 5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 간 상하이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