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대표가 발견한 30년 맛집 비밀은?

“폐업 줄일 수 있는 소상공인 지원 있어야”

일반입력 :2015/04/02 09:11

“30년 전통 맛집의 진짜 비결이 뭔지 아세요? 맛과 서비스는 기본, 핵심은 바로 부동산입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음식 배달앱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위해 그간 수많은 음식점 소상공인들을 만나며 체득한 사실이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을 수 있겠지만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씁쓸한’ 현실이다. 본인 명의의 가게가 있어야 한다는 것.

사업 확장에만 몰두할 것 같은 그였지만, 인터뷰에서 만난 김 대표는 중산층의 붕괴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 그리고 희망을 잃은 청년들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제가 중학생 때부터 부모님이 최근 3, 4년 전까지 식당을 하셨어요. 횟집, 고기집, 백반집 참 많이도 하셨네요. 월세가 높아져서 쫓겨난 경험도 있고요. 언젠가 장사가 잘되는 곳의 비결은 뭘까 생각 해봤는데 결과적으로 오랫동안 살아있는 가게들은 주인이 건물주거나, 부동산 주인이더라고요.”

맛과 서비스, 깔끔한 인테리어로 입소문을 탄 맛집이 탄생했다고 하자. TV 맛집 소개 프로그램과, 블로그, SNS 등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소위 대박이 난 맛집이 된 이후 이 곳의 결말은 어떨까. 시샘에 찬 건물주나 부동산 주인으로부터 “방 빼”라는 퇴출 통보를 받기 일쑤다. 결국 ‘한 때’ 맛집 주인은 보증금만 받고 다시 방랑자가 된다. 수십년 전통의 맛집도 제 가게 마련할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진짜 맛집 단골은 1, 2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손님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맛과 서비스로 장사를 해야 되는데, 그래서 부동산 싸움이 시작되는 겁니다. 무리해서라도 대출을 받아 가게를 사거나, 그 가게의 옆 가게를 사야하는 거죠. 다른 관점에서 보면 소상공인 지원이 있어야 해요. 적은 수가 창업하더라도 오래할 수 있는 곳들이 많아져야죠. 정부가 폐업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 대표에 따르면 치킨집의 평균 생존률은 2.7년이다. 즉 최소 수천만원 이상 투자해 어렵게 차린 가게가 3년도 안 돼 망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새로운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생겨나고, 동네 골목 곳곳에 치킨집 창업이 활발하다.

“배달의민족을 몇 년간 서비스 하다 보니 나름의 몇 가지 안목이 생겼어요. 치킨집은 너무 많고 폐업률이 높은 반면, 중국집은 폐업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거였어요. 중국집은 적어도 몇 년 그 일을 했던 분이 개업을 해요. 자연스럽게 경험이 쌓이고 상권 분석이 이뤄지는 거죠. 반면 치킨집은 레시피가 쉽다 보니 경험도 없는 분들이 프랜차이즈들의 입발림에 넘어가 가게를 내세요. 창업 전 적어도 6개월만 치킨집에서 일해보시라고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김봉진 대표가 배달의민족을 통해 지역별 상권을 분석해본 결과 심한 지역의 경우 모든 가구가 일주일에 두 번씩 치킨을 먹어야 해당 지역의 치킨집들이 생존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단다. 매주 치킨 두 번을 주문하는 집이 전국에 몇 곳이나 될까. 새로운 치킨집이 창업하면 가장 오래된 치킨집이 문을 닫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모두가 불행한 치킨게임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경험이 높을수록 생존율이 높은 건 진리인 것 같습니다. 만약 치킨집을 생각하고 계시다면 레시피가 조금 복잡하더라도 오래할 수 있는 중식이나 한식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도시락 가게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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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진 대표는 인터뷰 중 상당 시간을 할애해 소상공인, 그리고 청년들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다. 오래된 맛집의 비결이 결국 부동산에 있고, 치킨집보다 중식이나 한식 개업을 추천하는 것 모두 그가 겪어온 인생과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이었다.

“힐링캠프 출연 때 누군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믿느냐 물었어요. 환경에 의해 기회 자체가 닫혀버린 분들이 많지만 희망과 가능성을 닫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시장도 흥망성쇠가 있듯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좋은 날이 누군가는 20대에 찾아오지만, 누군가에게는 40대, 60대에 찾아오기도 하잖아요. 무엇보다 본인의 의지와 용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