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오픈소스 클라우드 구축 기술 '오픈스택'으로 선도 IT업체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까?
업계서 오픈스택 성숙도를 놓고 당장 써볼만하다는 인식과 아직 발전 여지가 크다는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SK텔레콤이 최근 오픈스택 적극 투자를 선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잠실 오픈스택데이인코리아 행사장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섰던 최진성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은 클라우드인프라를 오픈스택 기반으로 도약시킨다는 구상을 제시하며 장기간 파악해 온 오픈스택의 완성도가 이제 꽤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이날 SK텔레콤은 오픈스택 도입과 활용을 이미 구축된 프라이빗, 퍼블릭 클라우드 인프라를 더 안정적이면서 비용효율적으로 민첩하고 유연하게 운영할 핵심 방안으로 꼽고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적극 투자해 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관련기사)
오픈스택 완성도에 대한 긍정론은 주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술 파트너십 또는 전문성을 갖춘 클라우드 솔루션 공급업체를 통해 제시됐다. 앞서 오픈스택 인프라를 자체 구축해 몇년간 운영한 뒤 서버 판매업자에서 클라우드구축 솔루션업체로 변신을 시도한 HP가 대표 사례다.
HP 경쟁사 델처럼 자체 오픈스택 노하우를 강조하지 않는 회사도 오픈스택의 현업 활용을 적극 제안한다. 그렇지만 이들 회사는 주요 파트너인 레드햇과의 협력을 통해 고객사가 요구하는 기술적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춘다. 수요자가 오픈스택을 자체적으로 소화하기는 리스크가 있다는 뉘앙스다.
어떤 기술의 성숙도는 이를 다루는 데 필요한 전문성이 얼마나 대중화된 상황이냐에 달렸다고도 볼 수 있다.
6일 황인찬 한국레드햇 전무에게 현업이 요구하는 관점에서 오픈스택의 기술적 완성도가 충분한가 묻자 오픈스택을 도입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을 갖춘 그룹의 보조를 받는다면 기대에 들어맞는 선택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답했다.
오픈스택 기반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호환성 제공에 초점을 맞춘 스토리지 및 네트워크 인프라 솔루션 업체들은 오픈스택을 현업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다소 보수적이다. 오픈스택의 주 구성요소 가운데 컴퓨팅 담당 부분은 대체로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스토리지와 네트워크 관리 기술의 개발은 출발점이 늦은 편이라는 이유에서다.
로버트 에스커 넷앱 오픈스택 총괄 이사는 오픈스택데이인코리아 세션 강연을 진행하며 오픈스택 배포판 가운데 올해 출시될 '킬로(Kilo)'와 그 후속판인 첫글자 L로 시작하는 버전별 신기술 구현 일정을 대략적으로 소개했는데, '신더(Cinder)'같은 스토리지 기능들이 아직 완성도가 높지 않다고 평했다.
오픈스택에 참여 중인 한 네트워크 장비 중심의 데이터센터 솔루션 공급업체 관계자는 오픈스택에서 (컴퓨팅 담당인) 노바는 이미 개발이 몇년째 된 상태라 프라이빗 환경에선 잘 작동하는 편이지만, 네트워크 플러그인인 '뉴트론'은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종합하면 오픈스택은 아직 개선될 여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구성이 단순하거나 실험적으로 구축된 획일적 인프라에선 얼마든지 테스트와 활용이 가능하지만, 수요 예측이 어려운 퍼브릭 클라우드 환경이나, 자원 구성이 복잡한 프로덕션(현업) 영역을 오픈스택으로 구축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것이 현업 관계자들 설명이다.
스토리지와 네트워크 솔루션 업계 종사자들은 오픈스택을 통한 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SDDC) 확산이 결국 맞는 방향이지만 오픈스택이 시장에서 기존 인프라 환경의 모든 기술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인식되는 상황은 걱정스럽다는 반응이다. SK텔레콤이 현업 인프라를 오픈스택 기반으로 전면 개편해 나가려는 의지를 앞세운 듯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그런 거대한 그림을 완성하기엔 오픈스택이란 기술의 한계도 상당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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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는 앞서 KT, 삼성SDS, LG CNS 등이 자체 서비스나 그룹사 통합 인프라 제공을 위해 내부적으로 오픈스택 기반 클라우드를 구축한 경험이 있지만 수요처로부터 그다지 환영받진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구축 과정과 이후 활용 경험에 대한 정보 공개나 사례 공유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픈스택을 실제로 적용한 현장에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오픈스택 구축 사례를 통해서 보고 들은 게 많은 실무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고민이 적지 않다는 소문이다.
이런 점에서 SK텔레콤이 목표를 실현하려면 상당한 인내심과 지속적인 투자가 보장돼야 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SK텔레콤이 이런 분위기를 몰랐을 것 같진 않다. SK텔레콤의 오픈스택 성숙도에 대한 긍정론은 기술 내재화 의지와 투자 의지를 암시한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