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가 막 끊긴 금요일 겨울밤 강남역에서 택시를 잡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짜증과 분노를 한번쯤 경험하기 마련이다.
승차 거부는 기본, 빈 택시 같아도 이미 누군가 예약해 놓은 차량이 대부분이라 이러다 집에는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덜컥 겁이 들기 일쑤다. 콜택시를 불러봐도 한참이 지나서야 배차가 어렵다는 답변만 듣게되고, 이쯤되면 그 많던 택시는 어디 갔나 싶어진다.
이런 불편과 걱정을 조금이나마 줄여주는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콜택시 앱 ‘이지택시’도 이 중 하나다. 그 동안 워낙 ‘우버’가 불법논란으로 떠들썩해 대표적인 콜택시 서비스로 우버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동종 서비스의 ‘원조’를 따지면 이지택시가 형님격이다.
현재 이지택시는 33개국 170개 도시에서 서비스 중이다. 국내에는 지난 2012년 10월 출시돼 서울, 광주, 여수에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브라질에 본사를 둔 이지택시의 글로벌 가입 기사 수만 30만 명,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1500만에 달한다.
국내 서비스는 레오 탕 동아시아 총괄 디렉터가 대만, 홍콩과 함께 책임지고 있다. 아직 한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지만 매월 700%가 넘는 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블루오션이라는 것이 레오 탕 디렉터의 설명이다.
얼마 전 이지택시는 시리즈D로 4000만 달러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시리즈A부터 D까지 이지택시가 유치한 투자금만 7700만 달러에 달한다. 최대 주주는 로켓인터넷이다.
레오 탱은 한국 지사가 아시아 지역에서 우선 투자 대상지로 선정돼 지금보다 3배 이상 팀을 확충하고, 2배 이상의 마케팅 비용을 올해 안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금주 중으로 사무실 이전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성장 추세인 이지택시도 가열되는 경쟁 구도로 마냥 핑크빛 전망만 내놓기 힘든 실정이다. 우버를 비롯해 카카오 택시·라인 택시·헤일로 택시 등 유사 서비스들이 이미 있거나 나올 예정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레오 탕 디렉터는 자신감을 보였다.
“헤일로 택시가 영국에서 성공했다지만 다들 해당 지역에서만 서비스 하는 로컬 전략뿐이죠. 반면 이지택시는 글로벌 원 앱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도 충분히 사용이 가능합니다. 또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에 그간 쌓은 노하우도 많고요. 영업에 있어 택시기사들과의 유대관계가 매우 중요한데 이 부분에는 특히 더 자신 있습니다.”
이지택시와 우버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계약 대상이다. 우버는 렌터카 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고급 리무진 택시를 서비스(우버블랙)하거나, 일반 자가 이용자들이 택시와 같은 영업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우버엑스)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사운송행위로 불법 논란을 일으키는 반면, 이지택시는 택시 기사 개인과 계약 관계를 맺어 법 테두리 안에서 서비스 하고 있다.
이지택시 측이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합법적인 서비스라는 점이다. 언제 퇴출당할지 모르는 타 서비스보다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고 전국으로 서비스를 늘려갈 수 있다는 것. 또 전화로 하는 기존 콜택시보다 손쉽고 빠르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고, 현재는 별도의 콜 비용도 발생하지 않아 고객 입장에서 가격 부담도 덜하다는 설명이다.(콜비는 추후 부과될 수 있다).
“앱에서 출발지와 목적지를 선택해 편하게 이용하도록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만들어져 있어요. 이용자도 좋지만, 기사분 입장에서도 목적지를 미리 알고 선택할 수 있어 편리하죠. 더구나 이용자는 밖에 나가 택시를 잡는 데 시간을 소비하지 않아도 되죠.”
서울시는 내년부터 택시 1만2000대를 줄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가뜩이나 출퇴근 길 잡기 힘든 택시 때문에 고민인 시민들 입장에서는 그 만큼 고민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이지택시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그 만큼 이지택시를 찾는 이용자들이 늘 수 있어서다.
레오 탕은 내달 중 결제 서비스인 ‘이지택시 페이’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를 미리 등록해 두면 택시 요금이 자동으로 결제되는 서비스다. 또 이지택시의 기업용 버전과 상업용도로 활용되는 이지택시 프로버전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아울러 이지택시 페이가 도입되면서 수수료 정책에 변화를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기사분들이 가입비나 연회비 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자유롭게 이지택시 영업을 할 수 있었어요. 이지택시 페이가 도입되면 수수료 문제가 있어 개인택시 기사분들에게 사업자 등록증도 받게 될 텐데, 확실한 건 기존보다 결제 수수료 부담이 덜하도록 해드리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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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탕이 말하는 수수료 감면 계획은 기존에는 택시 기사 개인이 은행 또는 카드사에 수수료를 지급해 왔던 것을, 이지택시가 중간자 역할을 함으로써 낮춘다는 전략이다. 택시 기사들이 지급해야할 수수료를 모으면 큰 액수가 되기 때문에 이지택시가 은행이나 카드사들과 수수료를 낮추는 협상을 벌일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 택시 시장은 크고 성장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전국 서비스입니다. 이지택시가 시장에 안착되면 교통량·생활비·공기오염은 줄고, 택시 기사들의 삶의 질은 향상될 겁니다. 더 조금 일하는데 돈은 더 많이 벌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이지택시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