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전송 협상 '뒷짐' 또 불랙아웃?

일반입력 :2014/09/19 16:49    수정: 2014/09/19 17:47

지상파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재송신료(CPS) 논란이 다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인천 아시안게임도 자칫 블랙아웃(송출중단)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상파 재전송 논란은 지난 6월 월드컵때부터 시작됐지만, 결국 정부가 뒷짐만 지면서 유료방송사와 시청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천 아시안게임 중계권을 가진 지상파(MBC)와 케이블TV, IPTV의 별도 CPS 협상은 사실상 결렸됐다. 개막식 당일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케이블TV 업계 한 관계자는 “MBC가 보낸 협상 대상자 지정요청 공문이 온 이후 사실상 CPS를 논의하는 자리는 없었다”며 “실무자들끼리 만난 사업자도 5개 MSO 가운데 상위 두 곳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미 가입자당 280원의 CPS를 내고 있으니 추가적인 부담을 질 수 없다는 유료방송 진영의 입장과 유료방송도 중계료를 분담해야 한다는 지상파 방송사의 입장이 완강하게 맞서면서 실질적인 대화의 장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협상이 결렬된 상황이지만, 그래도 인천 아시안게임이 블랙아웃까지 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청자 불편은 초래하면 안된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월드컵 당시에도 온라인과 모바일 등 뉴미디어 권역을 제외하고 블랙아웃은 없었다.

문제는 다음 과정이다. 현재 MSO 사업자들은 오는 10월부터 지상파와 CPS 재산정 협상을 앞두고 있다. 이때 지상파 방송사가 스포츠 이벤트 CPS 소급 적용이나 가입자당 CPS 재산정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밟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상파-유료방송 진영간 파워게임에 시청자들이 볼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민간 사업자간 협상에 너무 개입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의 불분명한 대응이 자칫 블랙아웃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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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도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없다는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지만, 블랙아웃으로 시청자 피해가 일어나면 핑계가 될 수 없다는게 방송업계의 목소리다. 때문에 월드컵  CPS 논란 당시에도 미래부와 방통위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내놨어야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았다.

방송계 한 전문가는 “현행법에 묶여 어떤 방향도 제시하지 못하고, 방송 사업자들에게 시청자 피해가 있어서 안된다는 강압만 한다면 방송산업의 주무부처 무용론이 나올 수 있다”며 “향후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CPS나 저작권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