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미국)=김우용 기자]지금 IT업계 대표적인 유행어 중 하나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이다. 그런데 시스코시스템즈는 유독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은 20일(현지시간) ‘시스코 라이브2014’ 컨퍼런스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은 ‘fixed’와 ‘virtual’이 함께 존재해야 하는 ‘기술’이며, 공통된 표준을 바탕으로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인터넷이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이 사물인터넷 또는 만물인터넷이라고 본다. 만물인터넷은 인터넷이 그 동안 제공해 온 혜택을 10배 이상 늘려줄 수 있는 인터넷의 미래 모습이다”고 말했다.
존 챔버스 회장의 발언을 보면 시스코가 인터넷에 부여하는 의미가 기술적 측면으로 집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라 어낸드 시스코 소프트웨어&서비스플랫폼 수석부사장(SVP)은 IoE는 IoT에서 시작한다며 IoT는 이전에 연결되지 않았던 것을 연결하려는 움직임이고, IoE는 규모 있는 비즈니스 변환에 대한 약속을 가진 패러다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IoE 연결은 로봇과 센서 같은 사물과 사물(M2M), 사물과 사람(M2P), 소셜네트워킹 같은 사람과 사람(P2P)의 세 형태가 있다며 IoE의 세계는 다른 수준의 복잡성을 만들어낸다고 덧붙였다.
시스코가 IoE란 자신만의 비전을 사용하는 이유는 네트워크 연결이란 부분을 강조하고, 자신들의 기여와 역할을 표현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IoT란 단어를 처음 제안했던 MIT 오토아이디센터의 케빈 에시턴 교수는 IoT이란 말에서 기기의 지능화를 상상했다. 기기가 더 똑똑해지고, 기기끼리 대화하는 언어가 발전할 것이며, 기기가 인터넷으로 연결돼 사람이 모르는 사이 무언가 해내게 될 것이란 얘기였다. IoT가 현실화되면 인간의 생활이 편안하고, 건강하고, 효율적인 상태로 유지시킨다는 것이다.
IoT란 단어를 사용하는 IT업체들의 수사를 생각해보면 여러 의미로 해석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인터넷을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로 보는 입장도 있는 반면, 시스코처럼 인터넷을 네트워크라는 인프라 자체로 보는 쪽도 있다.
서비스냐 인프라냐 시각차에 따라 사물이냐 만물이냐의 단어 선택 이유가 갈린다. 인터넷을 서비스로 보는 입장에선 사물이든, 만물이든 뒤따라 오는 단어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 IoT에서 ‘Things’는 그 자체로 기기종류에 무한대 범위를 둔다. 사물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이용해서 사람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건 서비스다.
IoE에서 ‘Everything’은 기기의 종류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시스코의 경우 IoE를 사람, 프로세스, 데이터, 물리적 객체 등의 성격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모든 것이란 인터넷에 연결되는 세상에 존재하는 무언가다.
시스코는 네트워크 솔루션으로 성장한 회사다. 지금은 다양한 솔루션을 판매하지만, 여전히 뿌리는 네트워킹이다. 때문에 시스코에게 인터넷은 네트워크라는 인프라 혹은 기술로서 아직 더 발전시킬 가능성 있는 존재다. 인터넷 네트워크가 더 고도화되고 지능화돼야 IoT든 IoE든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시스코에서 강조하는 IoE 솔루션은 네트워크 중심적 시각을 보여준다. 옥외 네트워크 장비를 연결하는 메시 네트워크, 광역네트워크(WAN) 등 각 디바이스가 퍼져있는 엣지와 그를 모아서 중앙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까지 전달하는 네트워크 계층이 존재한다. 각 네트워크 계층에선 그에 맞는 프로토콜이 있고, 인터넷 연결과 보안성을 보장하는 네트워킹 방식이 있다.
시스코 입장에서 보면 IoT나 IoE에서 자신들의 역할은 인터넷에 있다. 데이터 분석이나 서비스 차원의 문제는 다른 전문가들의 몫이다. 제조, 교통, 에너지, 유통, 물류, 공공 등 각 영역에서 IoT 구현사례가 시스코 라이브 2014 곳곳에서 소개됐다.
제조업의 공장 자동화, 대중교통의 고도화된 운영 등에서 시스코는 기기와 서비스의 연결성을 보장하는데 강한 리더십을 보유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인터넷 연결로 IoT/IoE가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
공장자동화라 해도 제조 프로세스 관리를 위한 솔루션이 PLM, MES 등과 연계돼야 하고, 기업 업무 프로세스 관리를 위해선 CRM, ERP 같은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과 엮어야 한다. 데이터를 모아서 정보로 가공하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도 사용해야 한다. 시스코 혼자 IoT/IoE를 구현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건 오해다.
챔버스 회장은 작년 시스코 라이브에서 통신 네트워크의 가치는 대체로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멧칼프의 법칙(Metcalfe’s Law)을 언급하며 더 많은 것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됐을 때 그 네트워크의 가치는 더욱 값어치 있어진다고 설명했다. 네트워크에 방점을 찍고 있다.
관련기사
- 시스코, 결국 오픈플로에 비수 꽂나2014.05.22
- 잔인한 통합의 시대, 시스코가 살아남는 법2014.05.22
- 시스코, 만물인터넷에 안개를 강조하는 이유2014.05.22
- 시스코 CEO "IoT는 19조달러짜리 시장"2014.05.22
그는 올해 기조연설에서 “IoS는 단순히 인터넷 연결과 데이터 수집에 의미 있는 게 아니라 운영 방침을 제공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스템에 따라 올바른 정보를 적시적소 관련된 사람에게 보내줬을 때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IoE/IoT가 비전이 아니라 현실이란 점을 알게 된다”고도 말했다. 네트워크의 의미를 시스템 레벨로 높인 표현이다.
IoT든 IoE든 중요한 건 그를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다. 시스코가 그에 대한 대답을 대신 찾아주진 않는다. 시스코의 역할은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도와주고, 기술적 난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