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파운드리 동맹 흔들림 없는 이유

'A시리즈' 신뢰관계 돈독…스마트폰 소송 영향↓

일반입력 :2014/03/10 18:08    수정: 2014/03/10 18:20

조무현, 정현정 기자

‘비즈니스 세계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 사업은 사업일 뿐.’

삼성전자와 애플의 관계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양사는 표면적으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 치의 양보 없이 경쟁 중인 견원지간이지만, 부품공급사와 고객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변함없는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최대 협력사다.

최근 외신을 중심으로 경쟁사인 타이완 TSMC가 20㎚(나노미터) 공정에서 애플의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8’ 양산을 이미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애플의 ‘탈(脫) 삼성’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양사의 파트너십이 당분간 굳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 년 간의 거래를 통해 삼성전자가 애플 프로세서 생산에 대한 노하우를 구축해왔고 애플과 장기간의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는 점에서 굳이 이를 깨뜨릴 변수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또 삼성전자는 각 부문별 독립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애플의 소송전이 일각의 우려처럼 부품 공급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애플이 A8 프로세서 물량 일부를 TSMC로 이전하기는 하지만 향후 삼성전자의 14나노 핀펫(FinFET) 공정 상용화 일정에 따라 차세대 A9 프로세서는 삼성전자가 다시 단독 공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TSMC 물량 일부 이전은 사실, 협력관계는 이상無

업계 안팎의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국내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하던 A시리즈 프로세서 생산물량 일부가 TSMC로 이전되면서 삼성전자의 애플향 AP 공급 물량이 이전 A7 프로세서 대비 최대 30% 가량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사의 협력관계에는 이상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 생산되는 AP 물량 역시 애플에 공급하기로 이미 계약이 완료된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가 수 년 간의 거래를 통해 애플과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자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가 소송전을 본격화하면서 부품 분야에서 ‘탈삼성’ 관련 보도가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오보로 판명됐던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삼성전자가 현재 신규 파운드리 고객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도 그만큼 보수적인 부품 협력 관계를 보여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거래기간이 5년이 넘고 지금까지의 공급관계에서 한 번도 생산일정을 어긴 적이 없는 상황에서 굳이 TSMC로 생산 물량을 전부 이동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IT 업계가 아무리 빠르고 혁신적이라지만 막상 사업 본질에 가면 각사의 입장은 보수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부품(DS)과 IT·모바일(IM), 소비자가전(CE) 등 독립된 3개 부문으로 운영하면서 사업부 간 철저한 분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고려할 만한 요소다.

이 관계자는 “TSMC가 A8 프로세서 생산을 맡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일부에서 여기에 무선사업부와 애플의 싸움을 끌어들여 외부에서 탈삼성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쟁을 이유로 반도체 납품관계까지 끊는다는 것은 비즈니스 원칙에서 크게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A9’ 다시 삼성으로? 14나노 공정에 눈길

TSMC의 제조 능력이 애플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을지, TSMC가 애플의 까다로운 조건에 맞춰 생산일정을 소화해줄지 여부도 변수다.

한 부품업게 관계자는 “TSMC는 영업이익률을 35% 이상 유지할 정도로 이익률이 높은 회사지만 이에 비해 애플은 단가가 결코 후한 회사가 아니다”라면서 “삼성전자는 애플에게 단가 경쟁력이 있는 수준으로 애플에 AP를 제공해왔고 이를 지속적으로 맞춰줄 수 있지만 애플의 물량파괴력이 예전만큼 높은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TSMC에게는 애플이 그다지 매력적인 고객사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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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8 프로세서 이후의 계약관계는 아직 안개속이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A9 프로세서 물량의 향방이 삼성전자가 얼마나 빨리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궤도에 올릴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향후 파운드리 업계의 핵심은 누가 공정 기술에서 우위에 서느냐로 삼성전자의 14나노 핀펫 공정 기술이 빨리 궤도에 오른다면 애플 프로세서 물량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삼성전자가 14나노에서 TSMC 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느냐는 올 3분기가 되면 결론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