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 컴퓨팅을 둘러싼 헤게모니를 놓고 IBM과 오라클 등 전통의 명가들과 아마존, 구글로 대표되는 클라우드 진영간 샅바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을 넘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대한 물량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업체들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아마존, MS에 이어 구글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앞세워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구글은 최근 전통적인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운영하는 채널전략을 클라우드 사업에 도입하겠다고 밝혀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구글의 크리스 라이머 클라우드 파트너 총괄 임원이 소개한 새 클라우드 채널 파트너 프로그램은 시스템통합(SI) 사업자, 리셀러, 컨설턴트, IT솔루션업체 등을 파트너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 프로그램에 가입된 회사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원하는 기업고객에게 구글 클라우드 인프라와 자신들의 솔루션을 함께 제공할 수 있다. MS나 IBM이 구사했던 독립소프트웨어벤더(ISV) 전략의 클라우드판이라고 할 수 있다.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해온 구글은 기업용 솔루션 시장에도 종전과 유사한 사업모델을 활용해왔다. 사용자를 찾아가 설득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하는 영업 방식보다 매장에 찾아오길 바라는 마케팅 방식이었다. 우수한 서비스를 만들어 놓으면 사용자가 알아서 활용해줄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채널 파트너 프로그램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현재 운영하는 구글 채널 프로그램은 구글 앱스와 구글 엔터프라이즈 얼라이언스 관련 정책이 있다. 구글은 이들 프로그램에서 파트너에게 단순히 서비스 판매만 대행하도록 했다. 파트너를 위한 매력적인 인센티브는 많지 않았다.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시장은 개인용 시장과는 문화가 달라도 많이 다르다. 기업 고객들은 자신들에 맞춤화된 솔루션을 원하고, 파트너들은 재판매를 통해 많은 이익을 보장받지 못하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구글 채널 파트너 프로그램은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프로그램은 SI 사업자와 기술과 솔루션을 보유한 회사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넓어졌다. 파트너를 역량이나 성격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파트너 티어도 언급됐다. 이는 특정 제품의 판매를 대행하는 것에서 벗어나 전체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특정 기업 상황에 맞게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구글은 단순한 SI에 서비스와 파트너 솔루션까지 통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판매 대행만으로 파트너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걸 구글도 깨달은 것으로 읽힌다.
국내 클라우드 업체 한 관계자는 “기업용 솔루션의 채널 파트너들은 일정 수익을 보장 받기 원하며 어느 정도의 독점권도 요구한다”라며 “채널의 이 같은 정책적 요구를 구글도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기업용 솔루션 시장은 고객의 수가 한정돼 있다. 시장 규모도 예전과 비슷하다. 일정 규모에 고정된 시장을 여러 회사들이 나눠갖는 형태라는 얘기다. 이에 벤더들은 파트너들이 특정 영역에서 어느정도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채널 정책을 구사해왔다. 경쟁자 수를 줄여 수입을 늘려주는 방법이었다.
이에 오라클, MS, IBM 같은 기업용 솔루션업체의 파트너 프로그램은 다소 폐쇄적이다. 이들은 특정 회사에게만 자사 솔루션 판매 권한을 부여한다. 이런 권한을 획득하는데 따른 진입 장벽이 높아지만 한번 리스트에 올라가면 일정 수준의 독점권을 부여받는 혜택이 있다.
반면 현재 구글 파트너 프로그램은 개방적이다. 누군가 구글 서비스를 판매하고 싶어하면 자유롭게 파트너 프로그램에 등록할 수 있다. 그러나 파트너가 되고 나서의 상황은 만만치 않다. 무한경쟁 환경에 직면해야 한다. 경쟁자가 많아지면 수익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아직 새 파트너프로그램의 자세한 정책이 공개된 건 아니다. 그러나 구글도 채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진입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구글의 이같은 행보는 기업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행보로 해석된다. 크리스 라이머는 지난해3월 구글에 합류했는데, 그전까지는 VM웨어에서 엔드유저컴퓨팅(EUC) 채널 프로그램을 총괄했었다. 기업 시장의 채널 생태계를 잘 이해하는 사람인 것이다.
구글의 새 채널 프로그램이 기존 솔루션회사와 SI업체들의 구미를 당기는 충분한 구성을 갖출 경우 기업시장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하드웨어 대비 구축비용에서 저렴한 클라우드 인프라에 솔루션과 서비스를 얹어 기업고객에 제안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매력적이다. CRN에 따르면, 다수의 솔루션사업자가 구글의 새 채널 프로그램에 흥미를 보이며, 자세한 내용을 빠른 시일 안에 받아보길 기대했다.
굳어진 기업용 시장 파트너 생태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구글 플랫폼을 등에 업고 유력 SI회사나 대형 솔루션업체에 대항하는 새로운 파트너사가 등장할지 주목된다. 기존 파트너사들의 이동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크리스 라이머와 함께 연단에 올랐던 앨런 나임 구글 컴퓨트엔진 글로벌프로덕트 리더는 구글 규모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축할 때 전에 겪지 못했던 문제들과 마주치게 된다라며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은 구글의 플랫폼 그 자체이며, 그것이 우리가 단단하다고 느끼는 부분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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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구글 정책이 한국 시장에서도 먹힐 것인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국내의 경우 미국과 달리 기업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고, 호스팅과 SI사업도 공고하게 유지되는 편이다. 대형 IT서비스 회사와 통신사업자들이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을 진행중이란 점도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이용하려면 데이터를 한반도 외부에 저장하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주요정보 국외 반출금지에 대한 정부 규제가 구글 클라우드 사업의 한국시장 안착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 예상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