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보조금 제재가 통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말 3개 이동통신 사업자에 총 1천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시장은 정부 규제를 비웃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방통위가 마련한 시장 과열기준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매일 번호이동(MNP) 건수가 2만4천건을 넘는다.
이 때문에 방통위가 신규 가입자 모집금지(영업정지) 제재를 하지 않는 게 결국 독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과징금만으로는 통하지 않을만큼 보조금 시장이 고질화했다는 뜻이다.
1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현재 휴대폰 보조금 규모는 시시각각 다르긴 하지만 갤럭시S4 LTE-A와 LG G2 등 최신 단말기가 할부원금 30만~40만원에 판매되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전 세대 스마트폰인 갤럭시S4, 옵티머스G프로, 팬택 베가아이언 등은 사실상 공짜폰이다.
■과거 행위 조사방식 보조금 잡을 수 없다
정부 조치가 통하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는 조사방식 탓이다. 방통위가 과거 행위를 조사해 과징금을 매기기 때문에 현재나 미래의 보조금을 제제할 수 없게 된다는 논리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업정지도 나오지 않은 규제 수준과 이미 지난 일을 조사하는 방식 탓에 유통 일선에서 규제 당국을 겁내지 않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더구나 사업자로서는 과거 행위로 낸 과징금을 시장에서 되찾아와야 한다는 역설에 빠지게 된다.
영업이 풀려 있으니 이미 낸 과징금을 벌충하기 위해 다시 보조금 경쟁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영업정지가 만사형통의 해결책은 아니다. 통신사의 가입자 이탈에 따른 피해도 크지만, 유통 하청을 맡고 있는 대리점과 판매점도 이 기간 심각한 영업 피해를 입는다. 그렇게 될 경우 과징금 조치와 마찬가지로 추후 이를 만회하기 위한 보조금 경쟁이 더 가열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따라서 방통위가 과거가 아니라 향후 기간을 미리 예고하고 이때 과다 보조금 집행이 이뤄지면 그에 맞는 조사와 규제를 하겠다는 식의 제재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통 현장 논리가 정부 규제보다 막강하다
대리점과 판매점 등 유통 일선에서는 현재 시점이 보조금을 조금이라도 더 실어야 하는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 인기가 낮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을 제외하고 시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대부분의 휴대폰이 이미 출시가 세 달 이상 지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휴대폰 판매점 한 관계자는 “이전부터 공짜폰이 됐던 옵티머스G프로나 베가아이언 같은 단말기를 지금 출고가에 사는 소비자가 어디 있겠냐”며 “기계값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을 때 싸게 팔아야지, 조금만 더 지나면 어쩔 수 없이 공짜에 내놔야 하는 때가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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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처리가 급한 상황이라 '울며 겨자 먹기'일지언정 보조금 집행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결국 정부 제재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시장은 마케팅 논리에 따를 수밖에 없다. 보조금 규제 조치가 늘 시장과 엇박자를 보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서비스와 단말기를 완전히 분리해 판매하는 오픈마켓으로 시장 구조를 혁신하지 않고 취해지는 정부의 보조금 제재 조치는 어떤 경우이든 '언 발에 오줌누기'일 뿐이라는 지적이다.